● 포스코, 종합소재기업으로 변신

포스코 직원이 용광로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성·안전성 높이 평가… 다보스 100대 기업중 30위
2009년 세계 철강사 적자때 정준양 회장 목표는 '기술'
지난해 매출액 68조 달성

2015년까지 리튬 상용화… 카자흐에 티타늄슬래브 공장
도요타통상과 마그네슘MOU
2020까지 200조원 목표… 소통·공생발전 프로그램도

'삼성전자보다 포스코.'

철강회사 포스코는 다보스 포럼이 1월에 발표한 글로벌 지속 가능 경영 100대 기업에서 30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73위였다.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였고, 세계 철강 기업 가운데서도 최고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최고 철강회사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포춘코리아는 최근호에서 철강을 넘어 니켈과 마그네슘, 리튬을 아우르는 종합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포스코를 집중 분석했다.

다보스 포럼은 2005년부터 지속 가능성이 가장 우수한 기업 100개사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다양성, 안전 효율성, 혁신역량, 에너지ㆍ온실가스 효율 등 11개 지표로 구성된다. 1위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차지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요타가 21위, 히타치 화학이 28위에 올랐다.

포스코 본사 사옥
포춘코리아는 포스코가 30위에 오른 이유로 매출액이 20%나 늘었고 톤당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용수사용량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철강회사로는 처음 탄소보고서를 발간했고, 해마다 정보를 공개하면서 투명성을 높여왔다.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도 지난해 6월 포스코를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2년 연속 선정했다.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는 세계 34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기술력, 수익성, 원가절감, 재무건전성, 원료 확보 등 총 23개 항목을 평가해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순위를 매긴다.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의 조사에서 포스코가 1위로 선정된 것은 2002년, 2003년, 2004년, 2010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특히 지난해는 해외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파이넥스 등 선진기술개발 등에서 전년(7.53)보다 높은 평가를 받으며 사상 처음으로 8점대(8.12)에 올랐다.

포스코는 양적 성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조강생산기준 세계 1위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철강기업으로 올라섰다.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03억 9,800만 달러로 281억 2,500만달러를 기록한 아르셀로미탈을 20억 달러가량 앞섰다.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앞선 조업 기술력과 차별화된 제품개발능력을 발판으로 글로벌 경쟁력 최정상의 철강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포스코 혁신 경영

정준양 회장이 포스코 경영을 맡은 2009년엔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어수선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철강사들이 모조리 적자를 기록할 때, 정준양 회장이 이끈 포스코는 과감하게 기술 경쟁력 확보 등을 제1목표로 내세웠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포스코는 원가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강화 등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위기에서 더욱 강했던 포스코는 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우뚝 섰다. 포스코는 2010년 세계 최대 생산성을 자랑하는 연산 530만톤 규모의 포항4고로 개수를 완료하고, 연산 200만톤 규모의 광양 후판공장을 준공하는 등 신증설 설비를 본격 가동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성진지오텍 인수에 성공하는 등 국내 M&A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포스코는 연결 기준 매출액 68조 9,390억원, 영업이익 5조 4,13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증설 설비 가동 및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조강생산량 3,732만톤, 판매량 3,449만톤이라는 사상 최대 생산·판매를 달성했고, 무역부문 매출 증가로 전년보다 매출이 무려 43.9%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40% 이상 상승한 원료가격과 글로벌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증가와 저가 원료 사용 및 부산물 재활용 확대로 1조4,977억 원의 원가를 절감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

포스코는 지난해 월드베스트&퍼스트 제품을 99종에서 124종으로 늘려 전년보다 18.2% 늘어난 553만톤을 판매했으며, 자동차 강판도 전년보다 7.7% 늘어난 752만톤을 판매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했다.

2010년 1,331억원이었던 패밀리(계열사) 공동 수주도 지난해 7,000억원까지 늘어나 시너지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준양 회장은 말했다. "올해 경영계획의 화두는 철강사업에서의 안정적인 경쟁력 유지와 투자된 미래 성장 사업의 성과창출 가속화입니다.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에 더욱 박차를 가해 경쟁사와의 수익성 격차를 더욱 확대해나가겠습니다."

정준양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더욱 철저하게 시나리오 경영을 하길 바란다. 현재 최선·보통·최악의 경우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세분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 관리 시스템을 세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셈이다. 정 회장은 "포스코 출자사들이 자체적으로 위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포스코 패밀리 차원에서 위기관리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로 위기 관리 시스템 확대를 강조했다.

종합소재기업 변신

포스코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제고를 바탕으로 마그네슘, 리튬, 지르코늄, 티타늄 등 모든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종합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와 각각 150억원씩 총 3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2015년 3월을 목표로 리튬 상용화 기술개발에 착수키로 했다. 포스코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휴대폰, 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 원료로 세계적 전략금속 자원이다.

카자흐스탄에는 지난해 10월 티타늄슬래브 공장을 착공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일본과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티타늄 판재의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카자흐스탄 공장은 올해 말 준공할 계획이다. 티타늄은 부식에 강하고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화학 플랜트와 원자력 발전, 담수설비 등에 사용되며, 가격도 일반 철강재보다 20배 이상 비싼 고급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 11월에는 일본 도요타통상과 마그네슘 및 신소재 사업 상호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양사는 마그네슘 소재공급 및 수요개발, 마그네슘 제련사업 공동투자 및 기타 신소재사업에서 공동 협력을 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중 완공 예정인 포스코의 강원도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생산되는 마그네슘괴 또한 도요타 그룹과 일본 부품 메이커에 판매활동을 개시한다. 티타늄에 이어 마그네슘에 대한 교두보도 확보한 셈이다. 포스코는 마그네슘의 일본 수출길을 확보함에 따라 마그네슘 사업이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부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1월에는 포스코와 르노가 '마그네슘 합금 판재를 이용한 경량 자동차 부품 개발' 기술 협약을 맺기도 했다. 르노는 지난해 '공동 혁신 프로그램'이란 새로운 개발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처럼 공급사가 만든 부품을 사다 쓰는 게 아니라, 아예 기술 개발부터 신차 적용까지 공급사와 함께 비용을 공동 부담해 혁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마그네슘은 비중이 철강의 5분의 1, 알루미늄의 3분의 2밖에 안될 만큼 가벼우면서도 진동 흡수 능력이나 열 전도 능력은 뛰어나다. 100% 재활용이 가능해 자동차 업계의 영원한 숙제인 차량 경량화 및 연비 향상을 위한 최적의 소재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마그네슘은 자동차 판재로 쓰기에는 제련, 주조, 합금 기술 등이 덜 발달되어 있고, 가격도 기존 소재보다 10배 가까이 비싸 현재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 전자제품 케이스에만 주로 쓰이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몇몇 브랜드가 일부 부품에 국한해 마그네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니켈도 포스코의 전략 금속이다. 지난 8월에는 뉴칼레도니아 누메아에서 니켈제련사업 파트너인 SMSP사와 니켈제련 합작사인 SNNC의 연간 니켈 생산능력을 3만 톤에서 5만4,000톤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까지 2기 제련설비를 완공할 예정이다. SNNC는 2006년 5월 포스코와 SMSP의 합작으로 광양에 설립한 국내 첫 니켈제련 회사다. 포스코는 뉴칼레도니아 광산개발회사인 NMC로부터 30년 동안 생산에 필요한 니켈광을 공급받는다.

포스코는 이번 SNNC의 니켈 제련설비 증설과 제품구성비 조절로 니켈 자급률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려 스테인리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니켈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필수 원료이지만, 최근 공급사의 대형화 및 과점화, 자원보유국의 자원보호주의 확산,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기성 자금의 유입 등으로 가격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켐텍은 지난해 11월 일본 토카이카본과 등방흑연 블록 사업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켐텍은 국내 최초로 고부가가치 탄소 소재인 등방흑연소재 제조사업을 본격화했다. 포스코켐텍과 토카이카본이 각각 60%, 40%의 지분을 갖게 되는 합작회사는 연산 4000톤 규모의 공장을 2014년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포스코켐텍은 원료를 공급하고 토카이카본은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사랑 받는 기업으로

포스코는 올해 사랑 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회장은 "사랑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소통을 위한 사내외 네트워크와 공생발전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웃음을 나누는 한 해가 되기 위해 정 회장 본인부터 웃음과 행복을 나누는 데 앞장서겠다면서, 1분에 한 번씩 웃고, 하루에 한번씩 감사를 나누며, 일주일에 한 번씩 선행을 하는 '임직원 웃음 운동'을 펼쳐나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준양 회장은 1월 2일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는 패러독스 경영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사랑 받는 기업 실현에 경영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올해 임진년은 임진왜란 당시 시대상과 유사하다고 해도 될 만큼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올해는 고유의 신제품 개발과 초원가 절감 프로세스, 글로벌 토탈 솔루션 마케팅을 접목하는 포스코식 패러독스 경영을 통해 글로벌 경쟁사와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 포인트 이상 더 벌리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패러독스 경영이란 차별화나 낮은 원가 전략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해 성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매출액 200조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랑 받는 기업,이 위기에 강한 기업, 종합 소재 기업이라는 포스코의 비전이 실현되면 매출 200조원은 목표가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