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CNK 사건 비화 조짐, 사정기관 의혹 관련 내사 소문

김영한 사장
한전산업개발(이하 한산개발)이 의 연임을 앞두고 악재를 만났다. 한산개발에서 일했던 검침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산개발의 횡령 배임 의혹과 더불어 주가조작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이건배)는 지난 1월 25일 한국전력과 위탁계약을 맺은 검침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전의 검침원과 고지서 송달원 등 51명이 한산개발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근무기간에 따라 1인당 400만~5,400만 원씩 모두 8억3,1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재판부는 판결했다.

이들은 짧게는 2년, 길게는 14년이 넘게 한전의 위탁원으로 근무하면서 징수 및 계량기 검침업무 등을 해왔다. 이후 계약이 종료돼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퇴직금을 청구했지만, 사측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일 뿐"이라며 거절했다. 위탁원들이 '보험설계사'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이유였다.

횡령·배임 파악 중

한산개발은 이번 소송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한산개발을 상대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줄을 이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전직 검침원 김모씨는 "지금 다른 사람들도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십 명 단위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그룹도 있다. 이번 소송의 승소로 그간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도 추가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한산개발이 지급해야 할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검침원들의 수입을 착복했다"며 "추가 소송을 통해 지급받지 못한 수당을 모두 받아낼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한산개발의 패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산개발측의 횡령 의혹이 덩달아 제기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가 "회사가 퇴직금 등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적지 않은 돈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사정기관도 한산개발 내부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은 또다른 의혹을 몰고 왔다. 주가조작 의혹이다. 한산개발은 2010년 12월 16일 코스피에 상장한 직후 철광석 및 희토류 개발사업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주식이 급상승했다. 그러다 얼마 뒤 주식은 주저앉았다. 당시 주식 시장에서는 한산개발 상장 배후에 작전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정기관은 재판부의 판결과 더불어 제기되고 있는 내부자 횡령 배임 의혹은 물론, 주가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산개발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시중에서 주가조작 의심이 잠깐 일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한산개발의 희토류 개발 사업은 허위공시 등으로 조작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제2의 CNK 사건 되나

한산개발 소송이 20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소송으로 확산될 경우 한산개발은 사정기관의 조사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송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산개발의 횡령 배임 의혹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 있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다 주가조작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양의 첩보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원고 측이 형사소송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사재판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해 원고 측이 횡령 배임 혐의로 한산개발을 고소ㆍ고발할 경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산개발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관련기관이 본격적으로 조사할 경우 제 2의 CNK 사건으로 확대될 수 가능성도 있다.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면 미심쩍은 구석이 없지 않다.

한산개발은 2010년 12월 21일 계열사인 대한광물 주식 40만8,000주(지분율 51%)를 40억8,000만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한산개발 자기자본의 7.6% 규모다. 회사 측은 "한국광물자원공사 등과 함께 국내 철광석 및 희소광물 개발을 위해 주식 취득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시 직후 한산개발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로써 상장 2주일도 안 돼 공모가(5,500원)의 40% 가까이 주가가 치솟았다. 당시 상한가 행진은 이 회사가 대한광물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대한광물은 실제로 강원도 양양광산 개발에 나섰는데, 당시 한산개발 관계자는 "2012년 본격적으로 채광에 들어가면 철광석 등에서 연간 14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며 "철광석뿐 아니라 경제성이 있는 희토류가 세 가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 사업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증시의 다크호스로 주목 받았던 양양광산 실질 가치가 시장 기대치보다 턱없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양광산 철광석과 희토류 가치가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했지만 광물자원공사가 올해 초 조사한 결과, 실제 경제적 가치는 10분의 1수준인 2,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그래서 양양광산 최대주주인 한산개발은 광산의 실질 가치와 시장기대치 사이에 큰 간격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시장에 알리지 않아 비정상적인 자사주 급등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샀다.

특히 희토류는 채산성이 극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당시 한국자원연구소)의 1996년 '양양철광 희토류광물 매장량' 보고서에 따르면 양양광산에 매장된 희토류는 5만3,120톤 규모지만, 희토류 비중은 0.11%에 불과해 상품으로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산개발은 희토류 개발 바람을 타고 관련 개발사업을 공시에 포함시켰다.

한산개발 측은 이에 대해 "관련 사업은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며 "주가조작 같은 내용은 절대 있을 수 없고 당시 공시한 내용 중에 조사 자료와 다른 내용은 없다.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개발사업의 특성상 시간을 걸리지만 곧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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