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분할 소송 중인 삼성가 삼남매의 직계 가족들이 급식-식자재 시장에서도 오랫동안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가 상속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소송 주체자들이 오랜 경쟁관계를 벌여온 급식-식자재 사업 전쟁이 또 다른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와 차녀 이숙희씨, 3남인 이건희삼성전자 회장 삼 남매의 아들-남편-딸은 최근 22조원 규모로 성장한 급식-식자재 유통 시장에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자존심 싸움을 펼치고 있다.

당사자들은 "상속소송은 개인적인 송사이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삼남매가 그동안 벌여온 급식-식자재 전쟁은 이번 소송건과 맞물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근소한 차로 1위 아워홈

급식-식자재 유통 시장은 현재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 사장이 경영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는 CJ프레시웨이, 이숙희씨 남편인 구자학 회장이 오너로 있는 아워홈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세 회사 중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곳은 아워홈이다. LG 창업주의 아들이기도 한 구자학 회장이 이끄는 아워홈은 지난 2000년 LG유통해서 계열분리ㆍ독립했다. 현재 구 회장은 기업이미지나 조직문화 등을 챙기는 데만 주력하고 실무는 구 회장의 셋째 딸인 구지은 전무가 담당하고 있다.

LG에서 분가할 당시 매출이 2,000억원대에 불과했던 아워홈은 지난해 1조2,362억원의 매출, 443억원의 영업이익, 34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과 비교해 매출은 9.9%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는 각각 11.6%, 14.1%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아워홈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는 '푸드엠파이어', '밥이답이다' 등 외식사업 확장 추진과 물가 상승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 여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빙 2위 삼성에버랜드

업계1위 아워홈의 가장 강력한 경쟁업체는 삼성에버랜드다. 에버랜드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놀이공원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레저사업부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15% 내외에 불과하다. 빌딩관리, 환경개발 등을 담당하는 E&A 부문과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을 전담하고 있는 푸드컬쳐 부문이 매출의 42% 내외를 차지하며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지난해 올린 2초7,000억원대의 매출 중 푸드컬처 부문의 매출은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는 아워홈과 각각 20%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 회장의 장녀이자 호텔신라를 맡고 있는 이부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의 경영전략담당을 맡으며 아워홈의 기업고객들도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싸움은 범삼성가의 두 딸인 이 사장과 구지은 아워홈 전무의 뜨거운 자존심 싸움으로도 읽힐 수 있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무서운 성장 CJ프레시웨이

아워홈과 삼성에버랜드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업계 1, 2위를 다투는 동안 CJ프레시웨이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1조5,116억원의 매출, 2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2010년에는 9,439억원의 매출, 8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CJ프레시웨이가 올린 매출은 업계 1위인 아워홈보다도 많다. CJ프레시웨이 측은 올해 목표로 1조9,000억원의 매출, 335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이는 급식, 식자재 유통 등 기존 사업들의 성장률 및 사업환경을 반영한 수치로 지난 5년간 CJ프레시웨이는 27%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숙희씨 소송참여 관련?

이처럼 아워홈-삼성에버랜드- CJ프레시웨이 간 식자재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이맹희-이건희 소송전에 이숙희씨가 뒤늦게 참가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 중 하나는 이씨의 남편인 구자학 회장이 과거 삼성으로부터 받았던 처우에 대한 불만이 뒤늦게 소송 참가로 비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1957년 이씨와 혼인한 구 회장은 호텔신라 초대 사장과 중앙개발(삼성에버랜드의 전신) 대표이사까지 지낼 정도로 고 이병철 창업주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전자사업에 뛰어든 삼성과 LG의 사이가 벌어지고 이 회장이 후계자로 지목되자 결국 구 회장은 LG로 들어갔다.

이를 두고 구 회장이 삼성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는 말도 있지만, 오히려 LG쪽에서 구 회장이 삼성을 통해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필요에 의해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씨의 남편 구 회장이 오너로 있는 아워홈과 삼성에버랜드 간의 구원이 소송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재계에서는 아워홈과 삼성에버랜드, CJ프레시웨이 간의 경쟁이 상속소송과는 무관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지만, 삼남매 간 갈등이 깊어진 만큼 관계자들의 급식-식자재 전쟁이 양보없는 치킨게임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