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생명 아시아 진출기베트남 '안착'이어 재난해 11월 중국 진출태양광 등 한화그룹 중국내 사업 '날개' 될듯

대한생명은 2002년 한화그룹에 편입됐다. 당시 무리한 차입 경영으로 인수ㆍ합병될 수밖에 없었던 부실 금융회사였다. 그러나 10년 만에 튼튼해져 베트남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포춘코리아 최근호는 '글로벌 생보사 꿈꾸는 대한생명의 아시아 진출기'라는 제목 아래 대한생명의 외국시장 진출과정과 전망을 다뤘다.

대한생명의 위상은 한화그룹에서 달라졌다. 한화그룹 캐시카우를 묻는 질문에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저하지 않고 "고민할 필요가 있나? 대한생명이다"고 대답했다. 화학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화그룹의 주된 먹거리가 금융이 됐다는 뜻이다. 대한생명은 10년 만에 그룹 안팎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룹에선 든든한 금고로, 밖에선 인기 상장사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대한생명은 2006년부터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섰다. 베트남에서 한국 보험회사가 보험 상품을 팔 수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때였다. 대한생명은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 3월 베트남 주재사무소를 설치했다. 중국에는 2003년 주재사무소를 설치했지만 베트남 시장이 진입 장벽이 낮고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했다.

대한생명은 베트남 금융 당국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한국생명보험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결국 주재사무소를 설립한 지 2년 3개월 만에 보험 영업 인가를 받았다. 보험연구원 강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주재사무소를 설립한 이후 베트남에서 보험영업 활동을 허가 받기까지는 보통 4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면서 "당시 대한생명은 역대 최단 기간으로 베트남 생보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생보사 중에서 단독으로 100%지분을 출자해서 해외 법인을 설립한 것도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은 2009년 4월부터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영업했다. 영업개시 2년 만에 신계약 건수 2만 건을 넘어섰고, 2010년에는 보험 실적이 330만 달러에 이르렀다. 전년 대비 70%가 성장했고 신계약 시장 점유율은 1,8%였다. 호치민과 하노이에만 있던 영업점은 베트남 전국으로 퍼졌다. 외형이 성장하자 450명이었던 설계사 수도 5,000명대로 급증했다. 대한생명은 현재 12개인 영업점을 2013년까지 22개로 늘리고 설계사 수도 1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생명은 베트남 시장에 이어 지난해 말 중국 생명보험시장 진입 에도 성공했다. 사진은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법인 설립 계약 을 체결하는 모습.
포춘코리아는 대한생명이 베트남에서 성공한 원인으로 현지화를 꼽았다. 법인장과 직원 두 명을 제외하면 최고 영업 관리자와 재무 관리자 등을 모두 베트남인으로 채웠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난해 6월과 10월에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정부와 생명보험을 비롯해 신도시 개발, 석유 화학 산업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대한생명에 큰 힘이 됐다.

김 회장은 2010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선 베트남 응웬 떤 중 총리를 만난 적 있다. 당시 김 회장은 베트남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사회 간접 자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응웬 총리는 베트남 발전을 위해 한화가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트남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현지인을 활용한 현지화 전략을 펼친 끝에 대한생명은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대한생명은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보험감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한생명에 합작생명보험사 설립을 허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 보험시장에 외국계 보험사의 진입이 중단된 이후 첫 인가였다. 대한생명은 중국 저장성 정부 산하 국영기업인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지분을 50%씩 투자해 합작 법인을 세웠다. 경영은 대한생명이 맡고, 본사는 항저우에 세울 계획이다.

저장성은 중국에서 경제 규모가 네 번째인 지역. 내수산업이 발달해 중산층이 많기로 소문났다. 생명보험 사업에도 적합한 조건. 보험연구원 강희원 연구원은 "중국 시장은 현재 시장이 상당히 큰 규모임에도 향후 성장 여력이 크다"면서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와 같은 대도시는 이미 글로벌 보험사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생명은 아직 외국 생보사가 진출하지 않은 저장성에서 영업 기반을 확보한 뒤에 중국 전역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대한생명의 중국 시장 진출은 태양광 등 한화그룹의 중국 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증권 이학무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있는 한화솔라원이나 한화 닝보 PVC공장과 같은 한화그룹 계열사에 대한생명의 중국 진출이 큰 도움이 될 걸로 예상했다.

대한생명은 2010년 3월 생명보험 회사로는 처음으로 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공모가는 8,200원이었지만 20일 현재 주가는 7,740원이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 송인찬 애널리스트는 "최근 다른 생명보험사에 비해 꾸준히 실적을 개선해왔기에, 대한생명 주가는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목표 주가를 8,700원에서 9,1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은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선진국 보험사 수준인 200%를 뛰어넘는 223.5%였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2002년에는 95.6%에 그쳤다. 신용등급도 한국신용정보나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꾸준히 AAA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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