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시장 다시 달아오른다상반기만 20곳 달해 보험·건설 등 업종 다양화교보생명 지분 금주 매각소위 쌍용양회 주간사 선정 돌입대우일렉은 내달 매각 공고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된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 설비 '파즈플로'의 모습.
잠잠하던 국내 인수합병(M&A)시장이 다시 한번 달아오르고 있다. 상반기 M&A시장에 명함을 내민 주요 매물만도 2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물에 오른 업종도 보험ㆍ저축은행ㆍ보험ㆍ건설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매각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그렇지 않아도 뜨거운 M&A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오는 11월까지 무려 16개 기업의 매각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조성한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사들인 주식들이다. 이 기금의 운용시한이 11월 말인 만큼 늦어도 10월까지는 매각을 완료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매각 대상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 등 예정된 곳과 함께 쌍용양회ㆍ교보생명ㆍ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시장의 관심을 받아온 기업들이 두루 포함돼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하다. 캠코가 4~5개 팀을 운영하며 M&A 성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 보유주식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캠코가 19.11%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가액만도 1조200억여원에 달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지분까지 합하면 51%가량 된다. 공자위는 당초 촉박한 일정을 감안해 산은 지분은 그대로 놓아둔 채 캠코 지분만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소의 기류변화가 엿보인다. 산은 지분과 묶어 경영권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자위 관계자는 "캠코 지분을 사들인 인수자가 주식 공개매집에 나서면 산은의 1대 주주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산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캠코의 지분매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대우조선은 또다시 경영권 매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 산은은 2008년 대우조선 매각에 나서 우선협상자로 한화를 선정했지만 막판 한화가 발을 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쌍용건설 매각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지분 14.12%)이 자사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캠코와 채권단은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와 구주를 합쳐 매각하기로 하고 예비입찰 공고를 냈다.

공자위 관계자는 "5월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면 7월께 매각대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기업은 정부 주도로

올 상반기 매물로 나온 대형 기업들의 특징 중 하나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 등 외에도 기왕에 주목을 받아온 기업들이 많다.

공자위는 우선 다음주 중 교보생명의 지분 매각과 관련, 매각소위를 열고 구체적인 매각 방안을 논의한다. 쌍용양회에 대해서도 매각주간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캠코는 산업은행ㆍ신한은행 등 채권단 지분과 별도로 캠코 지분만 매각할 방침이다.

대우일렉은 다음달 매각 공고와 함께 매각작업에 들어가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이라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대우일렉은 5차례 이상 매각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보험업계에 가장 큰 영향

인수합병(M&A) 결과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보험업계다. 당장 동양생명ㆍING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동양생명은 한화그룹 계열의 대한생명과 미국 푸르덴셜생명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대한생명이 동양생명을 품에 안으면 교보생명을 완전히 제치고 확고한 2위로 올라선다. 대한생명은 업계 2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ING생명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동양생명을 인수할 경우에는 업계 13위에서 4위로 껑충 뛰게 된다. 동양생명 대주주인 보고펀드는 오는 23일 본 입찰을 실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ING생명은 20일 ING 본사의 M&A팀이 내한하는 등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지주이며 삼성생명ㆍ대한생명ㆍATA그룹 등이 거론된다.

조건부로 영업정지를 유예 받은 그린손보 인수에는 신안그룹이 나섰다. 신안그룹은 금융자회사인 신안캐피탈을 최대주주로 내세워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안그룹은 건설ㆍ레저ㆍ철강ㆍ금융 등 1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정지로 존립의 위기를 맞은 저축은행도 대거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예금보험공사는 조만간 가교저축은행(예쓰ㆍ예나래ㆍ예솔)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며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인 현대스위스3 또는 현대스위스4 매각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W저축은행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최근 매각주관사를 선정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경기솔로몬을 공평학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완료하고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오릭스ㆍHK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수 여력이 있는 금융회사들 대부분이 지난해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을 인수한 상태여서 인수후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M&A 시장 최대어인 우리금융 매각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상태다. 매각절차에 착수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상태다. 다만 우리금융 매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가 관심사다. 금융위는 KB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등을 유력 인수자로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금융지주를 인수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합병방식의 매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부족하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어 인수 메리트가 떨어지는데다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은 탓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