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후 영국유학 노동학박사 학위 따'참 신나는 옷' 등 대표 여당서도 영입 추진 거절하고 야당으로

민주통합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전순옥(58) 참여성 노동복지터 대표는 고(故) 전태일 열사의 동생으로 유명하다.

전태일은 1969년 서울 평화시장 최초의 노동운동 조직인 '바보회'를 창립한 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분신 자살한 노동운동의 선구자다.

<전태일 평전>에 따르면 '바보회'는 '그동안에는 바보 같이 살아왔으니 앞으로는 바보 같이 살지 말자'는 의미라고 한다.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든 뒤 평화시장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헌신했다. 전태일은 죽을힘을 다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에 나섰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결국 직장에서 해고된 전태일은 '삼동친목회'를 결성해 노동운동을 다시 시작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에서 분신 자살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전순옥씨가 2003년 영국인 남편과 함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중소 영세사업장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방과후 공부방’을 열었다. 오른쪽서 두.세 번째가 전순옥씨 부부
오빠 분신 후 노동계 투신

전순옥 대표는 오빠의 분신을 계기로 미싱사 보조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전 대표는 검정고시를 치른 뒤 1989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2001년 워릭대에서 노동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귀국 후에는 사회적 기업인 '참 신나는 옷'을 설립했다.

전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은 1970년대 한국 여성의 노동운동을 다룬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s)'로 2001년 워릭대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또 이 논문은 한국어로도 번역돼서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시다'는 하수인, 보조, 조수 등을 뜻하는 일본말 시다바다라키의 줄임말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전 대표의 어머니 이소선씨는 생전에 "나는 자식들에게 할 말이 없다. 애들이 밥을 먹었는지, 어찌 살았는지 모른다"면서 "순옥이가 유학을 갈 때도 난 몰랐다. 비용을 대준 적도 없었다"며 짠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 이소선 여사와 전태일 영정
전 대표는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삶의 터전이었던 동대문 평화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003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여성 장애인 등을 위한 사단법인 참여성 노동복지터와 사회적 기업인 '참 신나는 옷'을 설립했다. '참 신나는 옷'은 민주통합당의 19대 총선 공식 유니폼 제작 업체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에서도 영입 제의

전 대표가 민주통합당의 노란색 점퍼를 입긴 했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민주통합당이 전 대표 영입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한 새누리당도 "최대한 예우를 갖춰 모시겠다"며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은 4년 전인 18대 총선에서는 강명순 의원을 비례대표 1번에 발탁했다. 강 의원은 빈민운동가 출신으로 노동, 복지 방면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새누리당은 강 의원을 1번에 배치함으로써 적지 않은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전 대표 영입을 추진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 대표 영입에는 조동성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직접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누리당에도 감동과 스토리가 있는 전 대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전 대표는 그러나 새누리당의 제의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전 대표는 민주통합당이 외치는 보편적 복지, 노동, 경제 민주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민주통합당은 전 대표와 함께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3번), 김용익 민주통합당 보편적 복지 특별위원장(6번), 한정애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11번), 김기준 금융노조위원장(12번) 등 노동계 인사들을 당선 안정권에 대거 배치함으로써 복지, 노동, 경제 민주화라는 3대 키워드를 대체로 충족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안병욱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했다"면서 "무엇보다 국민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경제 문제, 특히 경제 민주화 부분을 고려해 전순옥 대표를 1번에 모셨다"고 설명했다.

●전순옥 대표는

출생: 1954년

소속: 민주통합당

최종 학력: 영국 워릭대학교 박사

주요 경력: 성공회대 교수

참여성 노동복지터 대표

참 신나는 옷 대표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