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상에서 '도(道)'에 대한 포교 활동을 벌이는 이른바 '도를 아십니까'가 활개치고 있다. 하루 출퇴근길에만 서너 번 이상 마주치는 건 기본. 이들의 손을 뿌리치는 게 일상이 돼 버렸을 정도다.

이처럼 '도를 아십니까'는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 대체 이들은 행인들을 상대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26일 '도인'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찾았다. 이들과의 만남은 어렵지 않았다. 역을 나서 걸은 지 불과 1~2분 만에 말을 걸어왔다. 이들을 지나쳐 주변을 배회해봤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3번이나 마주쳤다.

특이한 건 이들 중 누구도 '도를 아십니까'라고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주가 많아 보인다' '얼굴에 광채가 흐른다' '가족 중에 아프신 분이 있지 않나요'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코멘트가 대부분이었다. 고전적인 수법에 대한 거부감이 큰 탓에 마련한 자구책으로 보였다.

이들은 또 2~4명이 한 조를 이뤄 포교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들은 사제관계로 도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한다.

그렇게 약 15분쯤 거리를 거닐 던 중 두 여성이 길을 물어왔다. 길을 알려준 뒤 가려 하자 "저희가 도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조상님이 덕을 많이 쌓으셨다"며 기자를 불러 세웠다. '도를 아십니까'였다.

기자가 관심을 보이자 이들은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었다. 앞서 만난 이들의 말과 조사 하나 틀리지 않았다. 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 3분, 이들은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고 싶은데 길거리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자신들의 '공부방'으로 가자고 요구했다. 기자는 대신 인근 커피숍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핑계로 계산은 기자의 몫이었다.

커피숍 내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들은 구태여 구석자리를 고집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들은 도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설명을 하는 중간중간 이들은 "종교가 아니라 '진리'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경계의 눈초리를 의식한 듯했다. 그러길 10여분, 기자에 대한 칭찬으로 얘기가 바뀌었다.

먼저 한 여성이 "얼굴에 재주가 흐른다. 크고 유명한 사람이 될 기운이 느껴진다"며 "찾아보기 어려운 상"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또 다른 여성이 "조상님의 은혜가 깊어 많이 돌보아 주기 때문에 덕을 보는 것"이라며 "업보가 크지만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조상님 덕분"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칭찬은 어느 순간 위협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사람마다 조상신의 기운을 받으면서 현세에 자아를 실현한다. 그런데 지금 그 문이 닫혀 있어 하는 일이 잘 안되고 힘든 것"이라며 "그 문을 기도로 열면 앞으론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천도재'를 지내야 한다고 회유했다. 또 제사를 지내기 위해선 '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정확한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기자가 5만원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사상을 차려야 하기 때문에 그 액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통상 어느 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 물었다. 이들에 따르면 제사 비용은 하루 25만원 정도. 여기에 100만원을 더 내면 15일간 제삿상에 오르는 음식을 갈아주는 등 관리를 해준다고 했다.

제삿상의 '시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인근에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함께 공부하는 친구이며, 내용이나 가격 등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제사를 지낼 동안엔 꼭 비밀에 부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밀이 새어 나갈 경우 제사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은 근처에 자신들의 '성전'이 있으니 거기서 제를 올리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성전으로 가자고 채근했다.

포교의 목적은 결국 제사를 지내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말은 달랐다. 이들은 "때가 됐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일부러 전도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을 가다가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났다. 자리를 뜨려 하자 이들은 끈질기게 기자를 붙잡았다. 제사만 지내면 본인과 후손이 편해지는데 100만원이 뭐 그리 아깝냐는 것이었다.

급한 업무가 있어 가봐야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제사를 지내면 조상신이 감동해서 업무를 미뤄 주리란 것이었다.

애써 뿌리치고 자리를 뜨려 하자 이들은 다시 한 번 기자를 붙잡고 늘어졌다. 포교를 위해 먼 길을 다니다 보니 차비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 뒤로 "복 받으실 것이다" "계속 기도해 드리겠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전도를 넘어 민폐에 이르는 모습들과 타인의 삶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 억지로 끌어들이는 조상신과 제사 강요. '도를 아십니까'들이 우리 사회의 불청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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