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손학규 정동영 박지원, 총선 후 연대 가능성

손학규 상임고문, 한명숙 대표, 정세균 후보(오른쪽부터)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9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 두산타워를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출범한 민주통합당은 구 민주당을 비롯해 혁신과 통합으로 대변되는 친노(친 노무현)그룹, 한국노총 등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두루 참여한 거대 야당이다.

여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민주통합당은 덩치가 커졌지만 그만큼 우려도 컸다. 당시 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공천 때 많이 시끄러울 것"이라며 "여러 정파가 모였는데 잡음이 안 나온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과정 내내 '노이사(친 노무현, 이화여대, 486)' 공천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당내 대선 예비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 측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했다.

그러자 전 최고위원은 "공천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며 친노 그룹을 겨냥한 뒤 최고위원을 사퇴했다. 당대표로 지난해 야권 통합을 주도했던 손학규 상임고문은 특별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거절했다. 두말할 것 없이 공천에서 독주를 일삼은 친노 측에 대한 불만 표시였다.

실제로 서울만 해도 전체 공천자 44명 중 최소 20명이 기획위원 등의 직함으로 노무현재단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경기 지역도 전체 공천자 46명 중 28명이 노무현재단과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다. 다른 지역도 서울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지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총선 후 비노 연합군이 형성될 조짐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총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는 비노 측은 어떤 형태로든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이심전심 孫 鄭 朴

손 고문은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위나 직책보다 백의종군의 자세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총선에서 전력투구할 것을 다짐하면서도 "야권 통합의 세 주축 중 일원인 한국노총에 대한 배려가 소홀했던 점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손 고문은 이어 자신의 측근인 전혜숙 의원이 서울 광진 갑에서 공천됐다 철회된 것을 두고는 "전 의원 문제는 정치적 학살을 넘어 인권유린이었다"며 "누가 신고만 하면 공천 확정된 것을 취소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8대 때 비례대표로 원내에 진입했던 전 의원은 당초 단수 공천이 확정됐으나, 향우회 관계자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낙마하고 말았다. 전 의원의 자리는 한명숙 대표가 영입한 김한길 전 의원이 차지했다.

정동영
친노의 공천 전횡에 심기가 불편하기는 상임고문도 마찬가지. 정 고문은 지난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공천 과정에서 자기 사람 챙기기, 공정성과 원칙의 결여 등에 대해 잘못한 것은 인정하기 바란다"고 한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정 고문은 이어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전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 국민 앞에 드러내서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구 민주당의 대표주자인 최고위원은 "공천 과정에서 한 대표가 보여준 리더십에 불만이 많지만 당을 위해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도 "큰 정치를 위해서는 배려와 희생이 필요한데 우리 당에는 특정세력이 독식한다는 이야기만 나온다"고 말에 뼈를 담았다.

손 고문과 정 고문은 과거에는 썩 원만한 관계가 아니었지만, 지난해 야권 통합 과정에서 손을 잡았다. 친노 중심의 통합 논의에 양측 모두 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상황이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간격을 좁혀줄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손 고문과 박 최고위원의 재결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은 지난해 야권 통합 과정에서 오해가 쌓이면서 등을 돌렸지만, 지금은 수세에 몰린 처지이기에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박영선
관건은 원내 1당

"공천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당 지지율이) 바닥은 친 것 같아요. 정권 심판론만 점화되면 다시 바람을 탈 겁니다. 이미 그런 기운이 감지되고 있고요."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당 지지율도 반등할 것으로 확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일방적인 우세는 없을 것"이라며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양쪽 모두 130석 정도를 얻을 것으로 보이고, 진보통합당을 합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진정한 승리"라고 말했다.

비노 진영이 내놓은 총선 '승리 기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손학규 고문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1당을 차지하고, 야권 연대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최종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본다"고 잘라 말했다. '1당 실패=총선 패배'라는 말로도 해석된다.

한 달 여 전만 해도 민주통합당은 단독 과반의석을 확신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잇단 '헛발질'로 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고, 한때 "1당은커녕 120석도 장담 못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그렇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다소 반전되는 듯하다. 민주통합당은 공천 갈등을 일단 뒤로한 채 '정권 심판'이라는 기치 아래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민주통합당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9일, 동대문시장에서 '발대식'을 가졌다. 한 대표와 매끄럽지 못한 관계에 있는 손 고문이 선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공천은 마음에 안 들지만 적전(敵前) 분열만은 안 된다는 게 손 고문 측 생각이다.

공천으로 인해 촉발됐던 친노와 비노의 갈등은 일단 총선 정국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총선 성적표에 따라 갈등은 불만을 넘어 폭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과반의석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1당이 못 된다면 사실상 패배"라며 "그럴 경우 책임론과 함께 공천을 주도한 당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비노 연대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