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601조… 몸집 커졌으나 수익성 줄어

현대차 매출 19.8% 증가 역대 최고 …삼성 맹추격
당기순이익·영업도 최고

한진 모두 적자… 최대 굴욕
LG 영업이익 2조790억 전년도 절반수준까지 하락
SK 당기순이익 가장 높아 2010년보다 26%나 상승

지난해 10대그룹 모두 매출은 증가했으나 수익성에서는 큰 폭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간한국이 공민기업을 제외한 자산순위 기준 상위 10대그룹 소속의 82개 상장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대그룹 중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은 총 6개사(삼성, SK, LG,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였고 당기순이익은 총 7개사(삼성, SK, LG, 현대중공업, GS, 한화, 두산 )가 줄어들었다. 한진의 경우 아예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10대그룹을 하나로 묶어 볼 때 전체적인 외형은 커졌으나 수익성에서는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10대그룹이 올린 매출은 총 601조4,132억원이다. 583조1,086억원을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6.4% 증가한 수치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2.4%(50조5,868억원→41조7,395억원), -9.8%(41조8,835억원→34조3,337억원) 하락했다.

LG 영업·당기순이익 최하위

10대그룹 중 매출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곳은 현대자동차였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매출은 132조7,116억원으로 110조8,194억원을 기록한 2010년에 비해 19.8% 증가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이 같은 기간 기록한 매출은 166조1,879억원에서 182조7,888억원으로 증가율이 10.0%에 머물렀다. 역대 최고의 매출증가율을 보인 현대자동차는 삼성과의 매출규모 차이를 크게 줄였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가장 높은 매출증가율을 보인 곳은 GS였다. GS는 지난해 16조5,40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2010년 매출 13조9,591억원) 18.5%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롯데(16.1%, 26조8,535억원→31조1,771억원), 현대중공업(14.9%, 29조7,811억원→34조2,242억원), 두산(13.5%, 15조6,572억원→17조7,626억원)이 GS의 뒤를 이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분할로 재무제표상 매출 하락을 보인 SK를 제외한다면 10대그룹 중 가장 낮은 매출증가율을 기록한 기업은 한진이었다. 지난해 22조6.01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진은 전년대비(2010년 매출 22조2,604억원) 불과 1.5%의 매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주력사인 대한항공이 유가 및 환율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한진해운도 실적 부진을 겪었던 것에 기인한다.

10대그룹 중 영업이익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 또한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조6,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대비(2010년 영업이익 9조5,201억원) 22.4%의 높은 영업이익증가율을 기록했다. 2위는 13.4%를 기록한 롯데가 차지했다. 롯데는 2010년과 지난해 각각 2조6,567억원, 3조1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기업은 LG였다. LG는 지난해 2조7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0년에 기록한 4조39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두산(-28.6%, 1조3,726억원→9,799억원), 현대중공업(-26.9%, 4조1,774억원→3조524억원), 삼성(-22.9%, 19조9,482억원→15조3,769억원)이 뒤를 이었다. 2010년 2조5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한진은 아예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증가율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기업은 SK였다. 지난해 SK의 순이익은 4조4,555억원으로 3조5,300억원을 기록했던 2010년보다 무려 26.2%나 올랐다. SK는 지난해 3분기에서도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상승을 경험한 바 있다.

SK 뒤를 이어 23.3%(8조3,692억원→10조3,172억원)의 당기순이익증가율을 기록한 현대자동차가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는 매출증가율, 영업이익증가율에서 수위를 차지한 데 이어 당기순이익증가율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지난해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업이 됐다.

당기순이익증가율에서 가장 큰 내림세를 보인 곳은 LG였다. LG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5,720억원에 그치며 전년대비(2010년 순이익 3조8,739억원) 59.4%나 하락했다. LG는 영업이익에 이어 당기순이익부문에서도 최하위 그룹을 면치 못했다. 한진은 당기순이익에서도 적자전환을 기록하며 수치상 지난해 가장 장사를 못 한 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매출하락 상장계열사 8곳

금융업을 제외한 10대그룹의 상장계열사 82개사 중 매출하락을 경험한 곳은 총 8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 외형상으로는 대부분 성장한 셈이다.

삼성에서는 삼성카드와 삼성테크윈의 매출이 하락했다. 2010년 3조5,19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삼성카드는 지난해 3조1,176억원을 기록했다. 부진한 카드영업환경, 수수료율 인하에 타격을 받은 삼성카드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도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지난해 내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던 삼성테크윈의 매출은 2010년 2조8,266억원에서 지난해 2조8,061억원으로 떨어졌다.

전년대비 매출하락을 경험한 상장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LG였다. (주)LG를 비롯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3개사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2010년과 비교해 각각 1조1,414억원, 1조5,330억원의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부문에서 적자전환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한진은 총 5개의 상장계열사 중 2개사의 매출이 하락했다. 특히 주력인 한진해운의 경우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진데(9조3,723억원→9조1,695억원) 이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에서 적자전환했다. 해운시황 침체와 연료유가 상승이 지난해 한진해운이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적부진과 재무부담의 가중으로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신용평가 하락까지 경험했다.

삼성, 영업이익 하락 계열사 최다

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영업이익에서는 10대그룹 상장계열사 중 상당수가 하락을 경험했다.

삼성은 14개 상장계열사 중 8개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떨어졌다. 10대그룹 중 가장 많은 수다. 대표격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7,0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0년 14조9,241억원보다 21.6%나 떨어졌다. 당기순이익 또한 13조2,365억원에서 10조292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는 유럽 재정위기와 PC수요 둔화, 상반기 일본 지진 및 하반기 태국 홍수 영향 등 IT 수요 약세로 IT업계 대부분이 실적악화로 고전했다"며 "어려운 여건에도 비교적 견고한 매출 성장과 이익을 창출했다"고 해명했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1,017억원으로 전년 1조3,777억원 대비 2,760억원(20%)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8,639억원으로 전년 9,765억원 대비 1,126억원(11.5%) 감소했다. 2009년 이후 수주한 저선가 물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에 반영된 탓이 크다.

SK는 총 15개의 상장계열사 중 7개사의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의 매출은 소폭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지 않은 폭으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각각 2조866억원의 영업이익과 1조6,9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1.4%, 13.0% 떨어진 수치다. 수익성 악화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동통신망 경쟁력 강화와 트래픽 증가에 따른 투자비 확대, 주파수 확장에 따른 비용 증가, 신규사업에 대한 초기 투자 등이 주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또한 비슷한 원인으로 하락했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2,837억원, 809억원이었다. 각각 6,525억원, 2,837억원을 2010년과 비교하면 거의 1/3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LG이노텍 또한 LED 매출 정체로 적자전환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각각 1,034억원, 1,643억원의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중 순수 영업으로 발생한 적자는 300억원에 불과해 올해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LG는 총 11개의 상장계열사 중 LG유플러스와 LG이노텍 등 7개사가 영업이익 하락을 경험했다. 비율상으로는 10대그룹 중 최고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3개 상장계열사 중 2개사의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특히 고가 물량 감소와 수주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한 현대중공업의 타격이 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조6,128억원, 1조9,459억원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대비(3조5,636억원, 2조8,354억원) 30%가량 하락했다.

두산에서는 두산건설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두산건설이 기록한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은 각각 2,695억원, 2,935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측은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대손충당금 설정과 지급이자 등 영업외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매출-매출원가)에서 판매관리비 및 일반 관리비를 뺀 금액이고 당기순이익은 경상이익(영업이익-금융비용 및 영업외손익)에서 법인세를 제한 금액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두 지표의 변화양상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지난해 10대그룹 상장계열사들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상승했음에도 불구, 당기순이익은 떨어진 예도 상당수 있었다.

삼성물산은 2010년(5,099억원)에 비해 소폭 오른 5,1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3,587억원) 17.0% 감소한 2,977억원을 기록했다. 주택사업부문 실적이 저조한 데다 건설부문 인건비, 판매관리비가 증가한 탓이다.

롯데는 흥미롭게도 8개 상장계열사 모두의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그중 절반인 4개사의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롯데삼강(470억원→396억원), 롯데쇼핑(7,783억원→7,429억원), 롯데칠성음료(643억원→524억원), 롯데미도파(489억원→474억원) 모두 영업이익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두산에서도 영업이익 증가세를 보였던 두산중공업(3,756억원→3,945억원), 두산엔진(2,758억원→2,788억원)이 당기순이익 하락을 경험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은 지난해 각각 1,716억원, 2,0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824억원, 2,66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2010년에 비해 5.9%, 21.2% 떨어진 수치다.

한진의 경우 소속 상장계열사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2010년 3,7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3,011억원의 순손실을 입었고 한진해운의 당기순이익 또한 4,999억원에서 -7,411억원으로 돌아섰다. (주)한진, 한국공항, 한진해운홀딩스도 각각 185억원, 202억원, 2,8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반적인 실적 부진에 휩싸였던 기업들은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획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에서 반전을 꾀하는 중이다. LG전자는 북미 경기가 회복되면서 가전과 TV 수요가 회복될 것을 예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평균 판매단가가 높은 3D 내재 LED TV의 판매가 늘어나면 영업마진 또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바닥을 친 LG디스플레이도 원가절감과 제품 차별화가 기대된다. LG이노텍 또한 최대고객사인 애플이 뉴아이패드를 출시하며 카메라모듈의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 또한 주력인 대한항공, 한진해운에서 거시변수에 다른 실적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유가와 원화 환율의 하락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제선 여객 수와 화물부문 실적도 모두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대규모 운임인상계획을 호재로 삼고 있다. 또한 한진해운은 국적 선사로는 최대규모인 쌍둥이 컨테이너선 '한진 수호'호와 '한진 아시아'호를 출항하며 새로운 승부를 걸고 있어 주목된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