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수출이 한국경제 살길전력단가 석유의 5배 저렴… 세계 곳곳 63기 건설중… 900조~1,200조원 투입신재생에너지 '아직 먼길'… 한수원, 미래형 APR+ 개발

새 아침을 맞고 있는 신고리 원전 1,2호기 본관 건물 전경. 신고리 1,2호기는 최근 안전 테스트를 받고 상업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효율성이 뛰어나다. 원자력 발전은 전력 판매단가가 석유발전보다 5배, 태양광발전보다 14배나 저렴하다. 현재 세계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원자로는 총 63기. 현대건설은 2030년까지 원자로가 300~400기가 건설돼 공사비로만 900조~1,200조원이 투입될 걸로 예상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공사(이하 한수원)는 한국 원자력 수출의 첨병. 포춘코리아 최근호는 '원전 르네상스를 준비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원전의 현실과 원전 수출의 전망을 다뤘다.

"원전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지만, 정말 원전이 인류를 위해 득이 없는 에너지인지는 반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고갈 위험과 함께 환경오염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는 방향은 맞지만 아직 경제성과 기술개발이 더 필요한 단계입니다."

한수원 김종신(67) 사장은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방사능 부작용이 없는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되거나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에너지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그때까진 핵분열을 통해 열과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수원은 2010년을 기준으로 ㎾당 약 40원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석탄발전(60원)과 석유발전(190원)보다 훨씬 싼 가격. 한수원이 전기 요금을 내리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수원의 저렴한 원자력 전력 단가를 바탕으로 산업용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제조업 육성 정책을 펼쳐왔다. 한수원이 국내 제조업 성장에 한몫한 셈이다.

포춘코리아는 한국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20기가 생산한 전력은 총 15만 958GWh(2008년 기준)였다고 보도했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주요 광역도시에서 1년 동안 사용한 전력량을 능가하는 규모였다. 지난해 일본 원전 폭발 사고가 터져 방사능에 대한 눈총이 따갑지만 원전이 화석 연료 대안이자 신재생 에너지의 실용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일 수밖에 없다. 현재 원전 비중은 약 24%.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 설비 비중을 41%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근대 박사는 "현재 우리는 원자력을 대체할 만한 전력 공급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꾸준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죠. 그렇다고 에너지 수입액을 무작정 늘려 가스와 석유를 해외에서 마구 사올 수도 없는 노릇이죠"라고 말했다. 태양력, 풍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 설비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한계가 있으니 결국 원전이 현재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2010년 7월 신형경수로(APR-1400)를 국내 신고리 3호기에 설치했다. APR-1400은 한수원 등이 지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한 한국형 원전. 개발비로 2,300억원이 사용된 신경경수로는 다른 경쟁국 원전에 비해 건설과 발전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한수원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전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아레바 EPR-1600과 비교하면 건설비 20%, 발전 연료비 23%가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김종신 사장은 "자체 개발한 신형 경수로 원전을 국내에 처음 건설하는 데에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내 원전 건설은 선진국 모델을 복제하는 데 급급했었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되고 있다. 김 사장은 "그동안 원전 건설 과정에서 경험이 많이 축적됐다"면서 "UAE에 이어 원전을 수출하려면 한국형 원전 기술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미래형 원전이라 불리는 APR+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00억 원을 들여 지난 2007년 개발을 시작한 APR+을 올해 말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 APR+는 발전용량 1,500㎿로, APR-1400보다 성능을 한층 개선한 원자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야심 차게 개발하고 있는 중소형 일체형 원자로 '스마트'도 차세대 원전 수출상품으로 손꼽힌다. 스마트는 대형 원전과 달리 해수 담수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최근엔 터키에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은 2월 13일 "터키 정부로부터 한국의 원전건설 참여 요청을 받았다. 터키 에너지부 장관과 실무대표단을 터키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2010년 터키 원전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전력 판매단가 부문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포춘코리아는 익명을 요구한 지경부 관계자와 만나 터키 원전 수출은 전력 판매단가가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이영환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터키의 원전 건설 능력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가 원전 수주를 통해 기술 이전을 요구하거나 시공 부분만 떼어내 자국 건설업체에게 맡기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은 터키 원전 수출에 관심이 많다. 한수원이 원전 수주를 따내면 이들 건설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터키 원전 건설 규모는 약 200억 달러 수준. 국토해양부 권혁진 해외건설과장은 "컨소시엄 구성 문제나 사업조건 문제 등 논의할 것이 앞으로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전 건설 기술을 가진 몇몇 건설사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UAE 원전사업에 참가하지 못한 대우건설은 터키 원전 건설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원자력 시공 참여 자격을 갖춘 SK건설도 터키 원전 수주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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