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인불법사찰 수사 최종 타깃은 누구?박영준 관련설 솔솔… 본인은 적극 발뺌진짜 몸통 드러날지 총선 결과가 변수… 수사 용두사미 가능성도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의 해명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지난 3월 30일 KBS 새노조가 공개한 불법사찰 문건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최종적으로 누구를 겨누게 될 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총선 이후 총선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수사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총선 출마자 가운데 수사 대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야기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이날 발표한 'KBS노조 발표 자료에 대한 입장' 자료를 통해 "어제 보도된 내용을 포함해 민간인 사찰 관련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한다. 전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수사 초기 증거인멸 뿐만 아니라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고 수사한다는 입장을 거듭 공식화 했지만 '수사에 필요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수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검찰 칼끝은 박영준" 소문

검찰 주변에서는 박영준(52) 전 총리실 국무차장에 수사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박 전 차관이 정보수집 업무 가운데 일부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에서다.

이인규(56)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지원관실의 사찰활동 내용을 공식 보고라인이 아닌 박 전 차장에게도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차관'으로 불리며 현 정권의 실세로 통했던 박 전 차장은 자신이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영포라인' 인맥으로 지원관실을 출범시킨 뒤 막후에서 움직였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나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이 전 지원관이 박 전 차장에 보고한 사실은 2010년 검찰의 1차 수사 때 지원관실 직원 A씨의 진술로 드러났다. 이 전 지원관의 비서였던 A씨는 당시 검찰 조사 때 "국무총리실장이나 사무차장, 국무차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 3명에게 사안별로 적절히 보고하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을 누구에게 보고하는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전 차장은 최근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 뒤 "당시 내가 이 전 지원관의 보고를 받는 위치도 아니고 그런 일을 하는 업무를 담당하지도 않았다. 다만 제보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면 대략적인 것만 듣는 정도였지 그게 보고를 했다고 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검찰은 박 전 차장이 불법사찰에 개입한 정황을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총선 직후 이 부분들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단 박 전 차장은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 수사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차장은 "검찰이 나를 조사할 것이라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지만 결국 내 말이 진실로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사찰 검찰 수사 회의론

이와 함께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미 상당한 내용의 진술과 증거들을 확보했음에도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치적으로 사건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총선 정국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움직임이 전형적인 용두사미형 수사 형태로 흐르고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폭로나 언론에 의해 추가 내용이 드러날 때만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하다가 논란이 한풀 죽으면 슬그머니 사건을 축소 종결처리하는 식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앞서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 수사도 그렇게 마무리됐다는 비판이 일반적이다.

지금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내용들 역시 대부분 과거 조사했던 내용을 다시 들추는 것이다. 특별할 게 없는데 총선정국 때문에 사건이 불필요하게 커지는 감도 없지 않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KBS 새노조가 공개한 자료와 내용들은 2010년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 김모씨로부터 압수한 USB에 들어있던 자료로 검찰은 당시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된 것들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USB에 들어있던 자료와 내용을 모두 확인점검했고 그 중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부분을 기소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부분은 정식으로 내사입건해서 내사종결 처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내사종결한 나머지 부분은 주로 정관계나 공직, 사회 동향 등을 정리한 내용이거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범위 내의 활동이어서 직권남용이나 강요 등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과 관련된 새로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엄중히 수사하겠다"고 수사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기존 수사의 되풀이 하는 성격이 다분해 수사 결과를 두고 "크게 기대할 것 없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윤지환 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