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 실세 뒷돈 수수설 의혹MB정부 핵심인사 퇴출 거론 대학 이사장 만나목격자 "로비장면 봤다" 제보 접수 검찰 본격 조사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합동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학교 폐쇄 명령을 받은 대학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MB정권 출범 이후 여러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가 대학교 퇴출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경 한 대학교 관계자로부터 거액의 로비를 받고 이 학교 퇴출을 저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로비 장면을 직접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에 따른 것이어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MB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부실대학 퇴출작업을 본격화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감사원이 지난해 7~9월 실시한 '교육관련 지표 부실대학' 감사 결과 부실이 드러난 22개 대학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이 가운데 비리 정도가 심각한 대학은 퇴출 등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퇴출 대상으로 거론된 학교들은 대부분 경영상태가 부실하거나 내부 비리가 심각한 학교들이었다. 교과부는 문제점이 드러난 학교들에 대해 강력한 경고조치를 하고 시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학교들에 대해서는 '학교폐쇄'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대학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지속적으로 심사해 문제 학교들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대학가에서는 "다음 퇴출 대학이 결정됐다더라"식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은밀한 만남의 시작

부실대학 퇴출작업이 본격화된 이후 불안한 일부 대학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특정 대학교가 퇴출을 모면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가 사정기관에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충청도 소재의 00대학이 퇴출저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소식통은 "이학교 관계자가 학교의 퇴출을 막기 위해 정치권 실세에 로비를 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검찰이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00대학의 로비를 받은 인사는 MB정부의 핵심으로 꼽히는 A씨다. A씨는 지난 12월 경 00 대학 이사장 B씨를 만나 거액이 뒷돈을 받고 학교 퇴출을 무마해 줬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당시 현장에 있던 L씨에 의해 드러난 것이다. L씨는 "B씨가 대학 주변 모처에서 A씨에 돈을 전달할 때 옆에서 이 광경을 직접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로비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L씨를 통해 직접 들어봤다.

L씨에 따르면 00대학교는 작년에 이미 교과부 심사에서 부실대학으로 판명나 퇴출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이 소식이 학교에 전해지면서 학교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서울 소재 S교회 권사인 중년여성 K씨를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게 됐다는 것이다.

K씨는 오래전부터 A씨와 잘 알고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K씨가 무엇을 대가로 A씨와 B씨를 연결해 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L씨는 "K씨는 학교 측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약속받고 A씨와 B씨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퇴출 면해도 불안 여전

당초 A씨는 B씨와 만남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K씨의 부탁을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K씨가 두 세 차례에 걸쳐 부탁을 하는 바람에 자리에 나가게 된 것이라는 게 L씨의 설명이다.

L씨는 "B씨와 K씨가 전화통화는 내용을 들었다. 대화 내용을 미루어 짐작컨대 A씨가 바쁘다는 이유로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B씨가 많이 조급해 했다"며 "하지만 K씨의 노력으로 A씨는 B씨를 만날 수 있었다. B씨는 A씨와의 만남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L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충남지역 한 호텔에서 은밀히 만났다. 이들이 만나는 자리에는 A씨와 B씨 외에 K씨와 L씨가 동석했다.

L씨는 "K씨는 동석했다가 5분 정도 지나 곧바로 자리를 떴다. 나는 10여 분간 동석했다가 자리를 비켜줬다"고 말했다.

L씨의 증언에 따르면 A씨를 만나는 당일 B씨는 현찰 3억 원을 준비해 약속장소로 갔다. 그리고 A씨를 만나 이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L씨는 "돈의 액수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B씨가 3억 원을 준비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았다. B씨는 대학 퇴출문제와 학교 상황에 대해 20여분 간 간단히 설명했고 A씨는 "처리해 주겠다"거나 "잘 되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식의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알았다"고만 답했다고 한다.

실제로 A씨가 00대학 퇴출을 막기 위해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A씨는 교과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뿐 아니라 대학 퇴출을 막기 위해 움직인 흔적이 없다. 다만 퇴출이 거의 확정적이었던 00대학이 아직 퇴출되지 않은 채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과 K씨가 "A씨가 학교 퇴출을 막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B씨에게 말한 점 등을 미뤄 A씨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재 B씨가 돈을 실제로 전달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하지만 돈이 모두 현찰이었고 A씨의 퇴출저지 노력이 뚜렷하지 않아 첩보 내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