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금호타이어를 살리겠다."

지난 2010년 개인투자자 설명회장에서 외쳤던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다짐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에 따른 후유증으로 지난 2009년 주력 계열사인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다. 그룹이 쪼개지면서 8위로 뛰어올랐던 재계 순위도 당연히 급락했다.

워크아웃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의 쓴잔을 마셔야 했던 박 부사장이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이은 후계구도확립이 전망되는 올해, 그룹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되고 있다.

뛰어난 경영능력·빠른 승진

1975년에 태어난 박세창 부사장은 이대부속초등학교(1988년), 신사중학교(1991년)를 거쳐 1994년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3세 CEO로서는 특이하게도 연세대 생물학과를 나온(2000년) 박 부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학석사(MBA)과정을 2005년 마쳤다.

미국 유학 전 글로벌 경영 컨설팅 전문업체인 AT커니와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잠시 근무했었던 박 부사장은 MBA를 마친 2005년 10월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하게 된다. 이듬해 12월 그룹의 핵심인 전략경영담당 이사로 점프한 박 부사장은 2008년 12월 전략관리부문 상무, 2011년 1월 금호타이어 전무, 2011년 12월 금호타이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입사 1년 만에 임원직에 오른 것,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직에 임명된 것 등은 박 부사장이 3세 CEO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박 부사장은 그룹 및 각 계열사의 경영컨설팅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각 사의 영업활동, 고객서비스 등 경영현황을 진단하고 시스템 개선 및 향후 전략 수립에 나서는 등 성과로 자신을 증명했다. 이번 승진으로 지난해까지 국내영업만을 주로 담당했던 박 부사장은 이제 국내외 영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

박세창 부사장의 성품에 대해 얘기하는 지인들이 한결같이 언급하는 점은 '겸손하며 소탈하다'는 점이다. 박 부사장은 공식ㆍ비공식 행사와 상관없이 상대방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항상 두 손으로 받으며 깍듯이 인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적인 가풍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몸에 밴 예절로 읽힌다.

회사 내부의 직원들과 소탈하게 만나 소통하는 스킨십 경영도 박 부사장만의 특징이다. 국내영업을 담당했을 당시 현장에서 어울리며 넉살좋게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는 후문이다. 고등학교, 군대생활을 함께한 이들 또한 박 부사장에 대해 대부분 "재벌가 자식인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소탈하다. 결혼 또한 평범한 교육가 집안의 딸인 김현정씨와 했다. 재계에서 넓은 혼맥을 자랑하는 금호家에서는 이례적인 연애결혼이었다. 주말에는 항상 두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한다.

온·오프라인 현장경영

박세창 부사장은 사무실보다 출장가있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활발히 돌아다니는 현장경영스타일이다. 국내에 있을 때는 지역 대리점을 자주 방문하기도 했던 박 부사장은 부사장 직함을 달면서 국내외영업을 총괄하게 된 이후 더욱 현장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를 참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둘러보고 금호타이어 부스에 방문해 자사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2월에는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주력 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는 호주 출장길에 올라 현지의 마케팅 활동을 점검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번개모임, 회사정책설명회 등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박 부사장의 현장경영은 온라인에서도 그치질 않는다. 특히 지난해 초 노조 파업과 직장폐쇄, 중국 리콜 등 그룹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박 부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며 사기를 진작시켜왔다. 아직 뚜렷한 실적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박 부사장의 노력은 회사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분위기다.

승계 눈앞에 보여

박세창 부사장의 부친은 고 박인천 창업주의 삼남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다. 이는 박 부사장이 금호家의 장손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명분상으로만 본다면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재영씨에게 밀리는 셈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언제가 됐건 박 부사장의 대권승계는 반드시 이뤄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부친인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높아지고 계열사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이 예상되면서 이 같은 전망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그룹이 정상화되면 박 부사장의 후계승계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워크아웃으로 박 회장, 박 부사장의 지분이 1/100로 감자되면서 박 부사장이 취할 수 있는 지분이 없었던 것도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유상증자가 진행 중인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실권주를 통해 오는 5월 중 14%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후 1,100억원을 들여 금호타이어의 지분 9%를 취득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7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이를 받아 이사장으로 있는 박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한동안 문제였던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상반기 중 계열분리가 완전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과의 계열분리가 무사히 마무리되고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박 부사장의 입지도 올라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워크아웃만 끝나면 박 부사장의 후계승계 완성을 위한 간단한 작업만 남은 셈"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현재는 워크아웃 중인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에만 그룹의 전력이 집중돼있는 상태"라며 "아직은 후계승계를 논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박 부사장이 남은 과제인 실적개선을 통한 워크아웃 졸업을 무사히 완수하고 무사히 대권을 넘겨받을 수 있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