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소리 커지는 재벌개혁與 일정 부분 개혁 의지에 野도 "최우선 추진" 별러지주사 규제도 강화… 재벌 총수 일가 압박법인세 인상·중기 보호 등 분배확대도 봇물 이룰 듯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간담회' 에서 경제단체장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19대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핵심 개혁과제로 제시한 재벌개혁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새누리당 역시 경제력 집중과 족벌 시스템의 문제점과 관련해서는 일정 부분 개혁의지를 갖고 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대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있어 대기업집단에 대한 논의는 연말 대통령선거는 물론 그 이후까지도 사회 전반을 뜨겁게 달구는 정치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입법 곧장 나설 듯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 이후 야권의 재벌개혁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야권은 대기업이 번 돈이 서민 살림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제력 집중이 국민경제의 리스크를 높이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800년대 말부터 시작된 미국의 '안티 트러스트(반독점)' 개혁에 깔린 것과 같은 이념이다. 미국은 이러한 이념에 따라 독점기업 해체, 금산분리 등을 강행했고 2차대전 직후에는 연합군 자격으로 일본의 기업집단(게이레쓰)과 독일의 콘체른과 카르텔을 해체해버렸다.

야권은 이 같은 이념적ㆍ역사적 배경을 명분 삼아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출총제 경우 민주통합당은 10대그룹 계열사가 순자산의 30% 이상은 출자하지 못하도록, 통합진보당은 이를 '30대그룹ㆍ25%'로 강화한 안을 추진하고 있다.

야권은 특히 출총제 부활과 함께 순환출자를 금지시켜 재벌 총수가 소수 지분만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이를 자손에게 손쉽게 물려주는 구도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3년 내에 해소하는 제도 입법 추진에 곧바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순환출자형 기업집단은 순환출자 해소에 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에도 어려움이 닥치게 된다.

재계는 이에 대해 "순환출자 금지는 기업의 계열분리ㆍ구조조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경영권 방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개혁의 칼끝은 결국 총수 일가에

야권은 지주회사 규제 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통합당은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을 자본의 200%에서 100%로 낮추는 한편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 상한을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각각 30%, 50%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분율 상한을 상장사 40%, 비상장사 80%로 높여야 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결국 재벌 총수 일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그룹들이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를 세워 일감 몰아주기로 살찌운 뒤 ▦장차 이 회사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게 해 ▦결과적으로 총수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이른바 'SK식 지주회사 모델'을 추진 중인데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되고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부과까지 이뤄지면 이 같은 승계 구상은 물거품이 된다.

통합진보당은 삼성그룹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현행 '최대 출자자'에서 '최대 법인 출자자'로 바꾸자는 것이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도에 따라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삼성생명은 자회사가 된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금융회사가 아니므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법안 하나가 삼성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쓰나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법인세 인상, 중소기업ㆍ영세상인 보호, 장시간근로 해소, 금융소득 과세 등 온갖 분배 강화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라면서 "그러나 기업집단과 총수 일가가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불법ㆍ탈법적인 시도를 못하도록 하는 데 제도개혁의 포커스를 맞추는 게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