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보장 미끼로, 장비 구입 강매 등 부작용 속출

불법을 찾아 신고한 이에게 적절한 포상금을 제공하는 포상금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파파라치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수입이 웬만한 직장인의 수입을 웃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파라치 양성학원과 전용 교재까지 등장했다. 이런 학원들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 양성학원이 최근 말썽이다. 과장광고를 일삼거나 고가의 장비 구입을 요구하는 등 불법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어서다. 피해상담 건수는 2010년 11건에서 지난해 46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올해도 3월 말 현재 11건으로 증가세다. 이처럼 문제가 줄을 잇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 학원은 온라인과 홍보전단지를 통해 '한 달에 1억원을 벌 수 있다' '관공서에서 자신들에게 단속을 의뢰한다'는 식으로 홍보하면서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 학원이 구설에 오른 이유는 뭘까. 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파파라치 학원의 문을 두드려봤다.

인터넷 광고를 따라 지난 17일 방문한 서울 모처의 파파라치 학원. 수강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을 가장하자 이곳 직원이 반갑게 맞아줬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 직원은 다짜고짜 '영업'을 시작했다.

먼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직원은 "1년에 책정된 보상금이 100억원 가까이 되는데 가짜 휘발유 신고는 건당 100만~500만원, 가짜 양주 거래 신고는 100만~1,000만원, 청소년 성매매 신고는 2,000만원에 이른다"며 "한 달에 몇 건 만 해도 남들 월급 이상으로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파파라치의 한 달 수입이 보통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 직원은 "끈기 있게만 하면 한달 300만원에서 500만원 이상은 벌 수 있다"며 "학원 졸업생들 중에는 1,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직원은 "어떤 분야의 파파라치가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도 일러줬다.

이 직원에 따르면 파파라치의 부류는 다양하다. 불법 모텔을 신고하는 텔파라치, 허위과장광고를 신고하는 노파라치,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신고하는 꽁파라치 등이 대표적이다.

직원은 "최근까진 총선을 맞아 불법선거운동을 신고하는 선파라치들이 대거 활약했다"며 "불법선거는 포상금 상한선이 최대 5억원까지 책정돼 있어 파파라치들 사이에선 '대어'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업무가 어렵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직원은 "파파라치 업무는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하루 4~6시간 정도만 일해도 된다"고 말했다. 파파라치 중에 30~50대 주부들이 대부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하루 종일 매달리지 않아도 짭짤한 수입이 보장되는 데다 가사와 병행할 수 있어서다.

"젊은 사람들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직원은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기자의) 또래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부담 갖지 않아도 좋다"고 안심시켰다. 또 이 직원은 "열심히만 하면 억대 연봉에 외제차를 굴리면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고 꼬드겼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이 직원에 따르면 교육은 이틀 간 실시된다. 첫날엔 각종 신고포상제도와 신고요령을 담은 전용교과서로 이론과 촬영에 필요한 첨단 기자재를 다룰 수 있는 촬영 강습을 받는다. 다음 날엔 현역 파파라치와 현장에 나가 하루를 보내며 실무경험을 익힌다.

이렇게 이틀간의 수강료는 35만원.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게 이 직원의 주장이다. 수강료 대부분이 현장실습 등에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직원은 "타 학원의 경우는 수강료만 50만원이 넘는 곳도 있다"며 등록을 적극 권장했다.

직원은 수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특수 캠코더나 카메라, 녹음기 등 장비를 구입해야 한다며 장비를 꺼내 보여줬다. 렌즈와 본체가 분리돼 있는 특수 캠코더였다. 본체는 주머니에 넣고 검정색 렌즈는 티셔츠의 단추 부근에 은밀히 설치해 몰래 카메라로 이용된다는 이 캠코더의 가격은 100만원선.

직원은 제품 홍보책자를 통해 다른 종류의 캠코더들도 소개해줬다. 캠코더의 가격은 기능에 따라 5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학원에서 구매를 권유한 제품들이 인터넷에서 절반 이하의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3분의 1에 불과한 제품도 있었다. 폭리를 취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는 이 학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학원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비싼 수강료를 챙기고는 일회용·청소년보호법·현금영수증 등 기초적인 포상정보가 전부였다는 불만부터 장비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강매 당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심지어 수업료와 장비대금을 받아놓고 잠적해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측 관계자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처럼 현혹하는 광고에는 일단 주의하라"며 "학원 수강 전에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적극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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