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그룹의 독주 막기 위해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

손학규
총선 참패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민주통합당. 하지만 각 계파는 '포스트 한명숙' 체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 전투를 전개하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는 수성을, 비노(非盧)는 탈환을 노린다.

한 전 대표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민주통합당은 문성근 최고위원의 대표 대행체제로 당분간 당을 운영한 뒤 내달 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문 최고위원은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민주통합당은 20일간의 문 대행 체제가 끝나면 새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뽑는다. 내달 4일 선출되는 신임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동시에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이양 받는다. 민주통합당의 제2대 당대표는 6월 9일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비노 진영에서는 전 민주당 대표, 상임고문, 최고위원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은 한때 '물과 기름'으로까지 비유됐으나 지난해 야권 통합 과정에서 간극을 많이 좁혔고, 반면 우호적인 관계였던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은 야권 통합 방식을 놓고 의견차를 보이다 등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한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으나 친노 그룹은 여전히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손 전 대표, 정 고문, 박 최고위원은 비주류다. 따라서 친노의 독주를 막기 위한 '손-정-박 연대'가 구체화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정동영
박, 손에게 화해 제스처?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는 손 전 대표 주재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당초 예정에 없었던 전현희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박 최고위원의 권유로 손 전 대표와 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지난해 박 최고위원과 대변인,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고 이후 두 사람은 상당히 가까워졌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박 최고위원이 향후 당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동안 소원했던 손 전 대표에게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은 지난 17일에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단독 오찬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향후 비노 진영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호남 학살'이라는 극단적인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박 최고위원의 측근들 중 상당수는 꿋꿋하게 생환했다. 이에 따라 박 최고위원이 대선 예비주자인 손 전 대표와 다시 손을 잡는다면 당권 경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원
박 최고위원이 손을 내민다면 손 전 대표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경기 시흥 출신인 손 전 대표는 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 당내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지역색채가 적다는 게 강점이자 약점이다. 현재 박 최고위원은 명실상부한 호남의 대표주자다.

손, 정 "구원(舊怨)은 없다"

2010년 10월 전당대회 이후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은 사사건건 부딪쳤다. 손 전 대표의 승리(당대표)로 전당대회가 끝나자, 정 고문으로서는 아쉬움을 삭일 수 없었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냉랭함 그 자체였다. 그에 앞서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은 2007년 당내 대선주가 경선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야권 통합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심전심 마음이 통했다. 대권 예비주자로서 확실한 이미지 쇄신이 필요했던 손 전 대표는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호소했고, 정 고문도 "(저는) 과거 열린우리당, 민주당의 아픈 기억을 가진 장본인"이라며 "열린우리당 분화 과정과 (이번 야권 통합은) 다르다"며 손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두 사람이 구원을 털고 간극을 좁힌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상대적으로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의 위상은 많이 낮아졌다.

박영선
이후 친노 그룹이 대거 참여한 '혁신과 통합'이 야권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자 손 전 대표와 정 고문은 자연스레 협력관계를 맺게 됐다. "더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이 화해의 촉매제가 됐던 것이다.

서울 강남 을 출마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던 정 고문은 향후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낙선한 정 고문이 대권보다 '현실적으로' 당권에 비중을 두고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자신의 계파가 소멸되다시피 한 상태인 만큼, 정 고문 혼자만의 힘으로는 재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손-정-박 연대의 변수는

손 전 대표, 정 고문, 박 최고위원의 정치 컬러는 사뭇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잘 어울릴 수도, 삐걱거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세 사람이 동시에 절묘한 화음을 낸 적은 거의 없었다.

손-정-박 연대 가능성에 회의를 제기하는 시각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절박한 처지라고는 하지만 태생적으로 색깔이 전혀 다른 세 사람의 물리적, 화학적 결합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신계륜
대권 도전에 나선 손 전 대표는 '확실한' 색깔 만들기에 고민하고 있다. 손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교수, 경기지사, 국회의원, 당대표 등을 두루 지낸 손 전 대표는 경륜, 안정감 등에서는 다른 주자들과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손 대표의) 확실한 색깔이 부족하다는 게 아쉬운 점인데, 우리의 고민도 거기에서 비롯된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특정 세력과 연대하는 게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운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고문과 박 최고위원은 호남의 대표주자다. 정 고문은 전주, 박 최고위원은 목포가 기반이다. 지난해 야권 통합 때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등을 돌린 이유 중 하나로, 정 고문의 '관계'를 꼽는 사람도 있다. 손 전 대표가 박 최고위원과 호남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정 고문과 화해 모드에 돌입하자, 박 최고위원의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친노 그룹에 맞서 연합전선이 필요하다는 데 여러 계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현실적인 연대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새 원내 사령탑은 누구?
내달 4일 원내대표 선출… ··유인태 등 자천타천 후보

인재근

최경호기자


민주통합당은 내달 4일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사령탑이다. 당의 얼굴 격인 당대표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다. 각 계파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구로 을) (서울 성북 을) 박기춘(남양주 을) 유인태(서울 도봉 을) 전병헌(서울 동작 갑) 조정식(경기 시흥 을) 최재성(남양주 갑) 의원 등은 이미 결심을 굳혔거나 주위에서 출마를 권유 받고 있다.

의원과 조 의원은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유 의원은 친노 그룹으로 분류된다. 박기춘 의원은 최고위원 측 사람으로 불리고, 신 의원과 전 의원, 최 의원은 중립 성향에 가깝다.

공천 과정에서 소외론이 나왔던 호남에서도 원내대표 경선을 단단히 벼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4선에 성공한 이낙연(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 의원을 비롯해 김동철 의원(광주 광산 갑), 우윤근(광양ㆍ구례) 의원 등의 이름이 들린다.

이인영
충청권의 간판급인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 갑), 노영민 의원(청주 흥덕 을) 등의 도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고, 부산 경남(PK)의 '강호'로 자리매김한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 을)도 PK 대표라는'상징성'을 앞세워 원내대표 자리를 노크할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부활 GT계 '뉴 파워그룹'
부인 · 등 최대 20명… 결속력 강해 당내 캐스팅보트 전망


최경호기자


4ㆍ11총선을 통해 김근태(GT)계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근태 전 의원은 지난해 연말 고문 후유증을 이기지 못해 세상을 떠났지만, 김 전 의원의 부인인 씨가 서울 도봉 갑에서 압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GT계 인사들이 상당수 금배지를 단 것이다.

4년 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돌풍에 밀려 통합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이 참패한 가운데 유독 GT계의 몰락은 두드러졌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던 김 전 의원은 물론이고 장영달 이호웅 우원식 이목희 의원 등이 모두 낙선했고, 전북 김제ㆍ완주의 최규성 의원 정도만 살아남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GT계는 4년 전 고배를 마셨던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고, 새 인사들도 금배지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 구로구갑), 우원식(서울 노원구을), 이목희(서울 금천구), 유승희(서울 성북구갑) 전 의원이 원내에 진입했고, 최규성 의원은 당당히 3선에 성공했다.

또한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끌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한반도재단에서 활동한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홍익표(서울 성동구을), 유대운(서울 강북구을), 윤관석(인천 남동구을), 유은혜(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김민기(경기 용인시을), 박완주(충남 천안시 을) 당선자 등도 GT계의 부활을 알렸다.

당선자를 기준으로 GT계는 최소 10여명에서 최대 20명(재야 운동권 포함)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당내에서 최대 주주로 떠오른 친노 그룹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GT계의 결속력과 연대감 등을 감안하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파워그룹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들이 향후 전개될 대선정국에서 당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당대표 경선에서 5위로 최고위원에 선출된 의원은 GT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리틀 GT'를 자처하는 이 의원은 "(김 전 의원의) 노선과 정체성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은 외모뿐 아니라 외유내강 스타일의 성격까지 김 전 의원을 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GT계는 친노와는 분명히 다르다. 자신들만의 정체성과 색깔이 확실한 그룹"이라며 "부활한 GT계가 향후 어떤 형태로든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