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를 돕는 사람은 누구언제든 '우군' 변신 가능… 각계 전문가와 폭넓은 교류"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

민주통합당의 총선 참패 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주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12월 대선의 시금석으로 평가받은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이 다시 점화되면서 이에 필적할 야권의 대선 후보로 안철수 원장이 재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의 최근 움직임이 대선 출마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안 원장을 돕는 인사들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총선 기간 안 원장은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당선자와 '촛불 변호사'로 유명세를 떨친 송호창 당선자에게 '지원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투표 독려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본격적인 정치 참여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안 원장은 이미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봐야 한다"며 "안 원장이 각계 전문가들이나 몇몇 정치인들과 교류하는 것도 결국은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겠냐. 이들 인사들이 따지고 보면 '안철수 사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안철수 원장을 돕는 사람들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인사들 외에 상당한 비중을 갖는 사람들이 안철수 원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安을 돕는 '친구들'

안 원장의 측근 인사 중엔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 신세계클리닉연합 원장을 1순위로 꼽을 수 있다. 박 원장은 3년간 전국을 누비며 안 원장을 정치권에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 원장은 안 원장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함께 진행한 인물이기도 하다.

안 원장이 기부한 주식을 토대로 안철수 재단 설립을 주도한 강인철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현 변호사)은 '안철수 사단'으로 통한다. 강 변호사는 박경철 원장과 함께 안철수의 '영남인맥'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출신으로 여성 운동권의 '대모(代母)'인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도 안 원장의 후견인이다. 국회의원을 지낸 박 이사장은 야권 관계자들과 폭넓게 교감을 나누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랩(구 안철수연구소) 사람들도 안 원장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김홍선 대표를 비롯해 윤연수 변호사, 권석균 한국외대 교수(이상 사외이사) 등이다.

김효석 민주통합당 의원도 안 원장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각계 전문가들을 안 원장에게 연결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안 교수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부를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굳혔는지는 의문"이라며 "지금 상태에서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올 거라고 단정하는 것은 좀 이르다"고 말했다.

安이 배우는 '친구들'

안 원장의 사람들은 학계에도 두루 포진해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문정인(정치외교학)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정치학) 등은 안 원장과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식 교수는 햇볕정책 이론가로 안 원장에게 대북 문제 관련 수업을 해준 것으로 전해진다.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에 나섰던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안 원장과 이심전심 마음이 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교수 등은 정치, 외교, 사회, 남북문제, 법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안철수 싱크탱크'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춘콘서트를 주최한 평화재단 인사들도 안 원장과 가깝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소설가인 김홍신 건국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좌교수, 문규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대표 등은 때가 되면 안 원장의 우군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 '지원군'들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방송인 김제동씨, 배우 김여진씨, 소설가 이외수씨 등도 안 원장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야권의 구애를 받았지만 일정 부분 거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안 원장이 대선 행보에 나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기성 정치권에서는 민주통합당 내에서 합리적이면서도 중도 성향이 강한 전ㆍ현직 의원들이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 '안철수 사단'에 합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4ㆍ11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 3명 모두 낙선한 데다 정당 지지율 0.34%로 비례대표 배출에도 실패한 청년당은 해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청년당은 안 원장이 대선 정국에 발을 담근다면 서포터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한때 '안철수의 후견인'으로 불렸던 법륜 스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현재는 안 원장과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법륜 스님은 안 원장이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자 "기존 정치에 들어가서 능력을 발휘할 사람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안 원장의 '정치적 사부' 격인 윤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무렵 "안 원장에 대한 기대도 없고, (대선에 나가든 말든) 내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안 원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적잖게 해준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수석은 총선 직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안 원장과는 '자연스럽게' 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