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그룹 82개 상장계열사 중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지출했다.
2011년 외형적으로 성장한 10대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지갑을 활짝 연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매출의 천분의 일 정도에 불과한 액수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기부금 액수가 줄어드는 추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인심이 넉넉해졌다고 볼 수 있다.

주간한국이 공민기업을 제외한 자산순위 상위 10대그룹 소속의 82개 상장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대그룹은 지난해 총 8,687억1,8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7,478억1,900만원을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16.2%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폭보다 기부금 증가폭이 더욱 커 눈길을 끌었다. 기부금을 매출로 나눈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 조사 결과, 2010년 0.128%에서 2011년 0.144%로 약 12.6% 증가했다. 전체 매출이 583조1,086억원에서 601조4,132억원으로 6.4% 증가한 반면 기부금은 16.2%나 올랐던 결과다.

현대중공업 ↑, GSㆍ한화 ↓

10대그룹 중 가장 많은 기부금을 기록한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해 2,725억4,2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2010년의 2,206억6,300만원보다 23.5%나 증가한 수치다. 매출이 10% 증가할 동안(166조1,879억원→182조7,888억원) 기부금은 23.5% 늘어나며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도 상승했다. 2010년 0.133%를 기록했던 삼성의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은 지난해 0.149%까지 12.3% 올랐다.

삼성에 이어 기부금 씀씀이가 컸던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276억5,300만원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10대그룹에서 중위권의(5위) 매출규모를 올리고 있음에도 두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지출한 현대중공업은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도 가장 높았다. 현대중공업의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은 0.665%로 GS(0.065%)의 열 배가 넘는다. 기부금 증가폭 또한 현대중공업이 가장 높았다. 2010년 995억5,800만원이었던 현대중공업의 기부금은 지난해 두 배 이상(128.7%) 뛰어올랐다.

SK는 2011년 기부금 지출 3위에 올랐다. SK는 지난해 총 1,498억300만원의 기부금을 쾌척했다.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 또한 0.264%를 기록하며 현대중공업(0.665%), 두산(0.31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단, SK는 10대그룹 중 지난 1년간 기부금이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10대그룹 중 기부금이 하락한 곳은 한진(-9.4%)과 SK(-38.0%)뿐이다.

기부금 내역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 LG를 제외한 10대그룹 중 가장 적은 액수의 기부금을 지출한 곳은 한화다. 한화는 지난해 66억8,3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했다. 42억5,700만원을 기록했던 2010년과 비교하면 57%나 증가한 셈이지만 기부금 1위를 기록한 삼성의 1/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도 0.070%에 불과하다.

GS는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0.065%로 한화보다도 낮다. 2010년 지출한 기부금도 100억원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2010년 81억600만원을 기록했던 GS 기부금은 지난해 107억6,700만원으로 32.8% 올랐다. 그러나 매출규모에 비한다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에서 10대그룹 중 LG를 제외하고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큰 삼성전자·SK텔레콤

10대그룹 82개 상장계열사 중 지난해 기부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전체의 80%인 65개사다. 이중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지출한 계열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492억8,6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기부금으로 책정했다. 2010년의 1,980억4,500만원보다 25.9%나 증가한 금액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10대그룹 상장계열사 중 유일하게 2,0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지출한 기부왕이 됐다.

현대중공업은 1,988억3,5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으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947억6,8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1031억9,300만원의 기부금을 지출한 SK텔레콤이 뒤를 이었다.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17개사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기부금을 지출한 곳은 롯데 계열사인 현대정보기술이다. 2010년 5억1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던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 전혀 지갑을 열지 않아 구두쇠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1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SKC솔믹스가 차지했다. SKC솔믹스는 2010에도 200만원에 불과했던 기부금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코스모신소재(200만원), 현대비앤지스틸(1,200만원), 코스모화학(1,700만원)이 뒤를 이었다.

매출규모를 감안할 때 가장 많은 기부금을 책정한 곳은 SK텔레콤이었다. 지난해 12조5,573억원의 매출을 올린 SK텔레콤은 그중 0.822%인 1,031억9,300만원을 기부금으로 돌렸다. 2, 3위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은 25조196원 매출 중 0.790%인 1,977억3,500만원을, 현대미포조선은 4조1,738억원 매출 중 0.717%인 299억1,800만원을 기부금으로 쾌척했다.

기부금 하락 SK가 최다

10대그룹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 65개사 중 1/3에 가까운 21개사의 지난해 기부금 지출이 2010년보다 줄어들었다.

10대그룹 중 기부금 규모가 하락한 계열사가 가장 많은 곳은 SK다. SK(15개 계열사)에서 기부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14개사 중 지난해 기부금이 줄어든 곳은 총 6개사였다. 이 중 SK케미칼의 기부금 하락폭이 가장 컸다. 2010년 103억6,600만원을 내놓았던 SK케미칼은 지난해 기부금 규모를 10억8,2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다음은 75억7,100만원에서 15억6,400만원으로 기부금을 삭감한 SK C&C가 차지했다. 부산도시가스(17억400만원→5억8,100만원), SK커뮤니케이션즈(1억500만원→3,5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삼성 기부금 하락 계열사를 SK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게 됐다. 삼성SDI는 지난해 8억9,0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14억2,500만원을 기록했던 2010년보다 37.5% 하락한 수치다. 그밖에 삼성전기(43억5,300만원→37억4,900만원)와 삼성정밀화학(5,400만원→4,300만원)도 기부금 지출이 줄어들었다.

전체 상장계열사 중 기부금이 하락한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총 6개 계열사 중 4개사(두산중공업, 두산건설, (주)두산, 오리콤)의 기부금이 2010년과 비교해 떨어졌다. 오리콤은 1년간 기부금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두산 소속 계열사가 됐다. 2010년 기부금으로 6억2,000만원을 지출했던 오리콤은 지난해 8,200만원으로 기부금 액수를 대폭 축소했다.

10대그룹 상장계열사 중 기부금의 하락폭이 가장 컸던 곳은 롯데미도파다. 롯데미도파는 지난해 1억800만원의 기부금을 기록했다. 2010년 20억4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씀씀이가 1/20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반면 기부금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계열사는 SK가스다. 2010년 6억4,200만원 만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던 SK가스는 지난해 20배가 넘는 154억9,100만원을 기부금으로 쾌척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기부금 증가폭도 만만치 않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억4,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7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던 2010년의 20배다.

매출대비 기부금 하락은

기부금 내역을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게재한 10대그룹 상장계열사 65개사 중 지난해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떨어진 곳은 절반에 달하는 32개사다. 기부금 자체의 규모가 떨어진 곳과 기부금 규모는 커졌지만 매출 증가폭을 따르지 못한 계열사들이 포함됐다.

기부금 하락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했던 SK에는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떨어진 계열사 또한 가장 많았다. 기부금이 떨어진 계열사 모두가 포함된 까닭이다. 기부금 하락 계열가사 3곳에 불과했던 삼성은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하락한 3개사(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가 포함되며 SK와 나란히 선두를 달렸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2010년 0.81%였던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은 지난해 0.050%까지 떨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65개 상장계열사 중 지난 1년간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도 롯데미도파다. 2010년 0.516%에 달했던 롯데미도파의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은 2011년 0.027%로 크게 떨어졌다. 이로써 롯데미도파는 기부금 및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 두 부문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게 됐다.

지갑 조이지 않은 곳은?

기부금 및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 하락 계열사를 단 한곳도 포함하지 않은 그룹도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기부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2개사(총 3개사) 모두 기부금 및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크게 늘었다.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0.790%, 0.717%의 높은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화 또한 기부금 내역을 게재한 2개사(총3개사) 모두의 기부금 및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증가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0.149%에 달하는 59억2,7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기부금 및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은 각각 52.2%, 39.1%를 기록했다. 한화타임월드 또한 기부금 및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이 증가했다. 한화타임월드는 매출의 0.589% 수준인 7억5,6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미게재 계열사 20% 육박

10대그룹 82개 상장계열사 중 20%에 달하는 17개사가 기부금 항목을 아예 공시자료에 포함하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해당 계열사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아예 기부금 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개선효과가 높은 기부금은 기업들이 적극 공개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경영정보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임직원의 봉사 및 기부 관련 뉴스가 있을 때마다 보도자료를 구성, 언론에 배포하기 바쁘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10대그룹이 공시자료에서 접대비 항목은 되도록 숨기고 기부금 내역만 소상히 공개하고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기부금 항목을 공시자료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별다른 기부내역이 없기 때문으로 읽힐 수 있는 이유다.

10대그룹 중 기부금 내역을 아예 공시하지 않은 '미게재'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LG다. LG는 11개 상장계열사 중 무려 9개사가 미게재 계열사였다. LG상사와 LG생명과학만이 기부금 내역을 공시자료에 포함했다. 미게재 계열사가 대다수를 차지함으로써 그룹의 2011년 전체 기부금 지출은 35억8,6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97조3,59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LG의 매출대비 기부금 비율은 0.004%에 불과하다. 0.665%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1/1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LG 다음으로 미게재 계열사를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카드, 호텔신라 등 3개사가 기부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밖에 한진이 2개사(한진해운, 한진해운홀딩스), SK(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현대종합상사), 한화(한화)가 각각 1개사씩 보유했다.

10대 그룹 홈페이지, 장애인 이용 어렵다


김현준기자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에는 지갑을 연 10대그룹이지만 정작 자사 홈페이지의 장애인 접근성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 대부분이 웹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고 있어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큰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숙명여대 정책ㆍ산업대학원 e비즈니스전공, 웹발전연구소, 한국웹접근성인증위원회(KWAC)가 공동으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 22개 검사 항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10대그룹 홈페이지 중 웹 접근성 인증 합격 수준인 95점 이상은 전무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10대그룹 중에서는 SK와 현대자동차의 홈페이지가 90점대로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었고 현대중공업, 삼성, GS, 한진, 롯데 등은 80점 미만으로 많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 위주로 이뤄졌던 웹 접근성 준수가 앞으로는 민간부문까지 확대돼야만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는 "대기업들이 생색내는 사회공헌 활동은 많이 하면서 정작 장애인들이 웹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웹 접근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이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웹 접근성이 잘 적용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