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1억원 피부과 치료 논란과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등등. 최근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사건들은 신문과 방송이 아닌 뉴미디어 '팟캐스트'(Podcast)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꼼수다'(나꼼수)와 '이슈 털어주는 남자' 도 팟캐스트의 하나이고, 그래서 새 시대의 대안언론으로 꼽힌다.

팟캐스트 나꼼수가 28일로 방송 1주년을 맞았다. 나꼼수는 내곡동 이명박대통령 사저 논란, 선관위 디도스 공격, 나경원 후보의 남편 김재호 판사 기소 청탁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기존 언론을 보완ㆍ대체하는 대안언론이란 평가를 받았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기자와 PD들이 편파 방송을 이유로 파업하고 있는 동안, 나꼼수 등 팟캐스트는 기존 언론이 다루지 못했던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등 각종 의혹을 스마트폰을 통해 전파해왔다.

대안언론이냐, 선동매체냐?

나꼼수는 지난해 민주언론상을 받았다.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정치 풍자에 낯설었던 청취자들은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을 막말로 폭로하는데 환호했다. 나꼼수는 회당 내려받기가 최소 100만 건 이상이고, 많을 땐 600만 건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덩달아 팟캐스트 열풍이 불었고 현재 운영 중인 팟캐스트는 무려 3,700개를 넘어섰다.

나꼼수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편파보도에 맞선 대안언론을 표방한다. 그러나 보수세력은 진보를 앞세워 편파보도를 일삼는 선동매체라고 주장한다. 한국일보가 나꼼수 방송 1주년을 맞아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328명 가운데 85.1%는 나꼼수를 꼬박꼬박 듣는 이유로 '기존 언론이 전하지 않는 부분을 보도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일단 청취자는 나꼼수를 대안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1985년 창간한 월간지 ‘말’ 은 한국 대안언론의 효시로 꼽힌다.
언론학자인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나꼼수를 대안미디어라고 평가했다. 마 교수는 "대안언론으로 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선동에 활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 "언론이 무엇이냐를 생각하면 나꼼수는 대안언론보다 대안미디어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꼼수가 정치ㆍ사회 문제를 다루지만 언론으로 보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TV 교양ㆍ예능 프로그램을 방송 보도로 볼 수 없는 것처럼 나꼼수도 대안미디어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논리다.

나꼼수는 지난해 10월 9일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내곡동에 50억원이 넘는 부지를 사들였다는 사실을 공개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열흘 뒤에는 나경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1억원 피부과 치료 논란과 사학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해 서울시장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막말과 욕설로 흥한 나꼼수는 또 그것 때문에 좌절하고 말았다.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을 대신해 4ㆍ11 총선에 나선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이 폭로돼 논란을 불렀고, 야권의 총선 패배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본인도 고배를 마셨다.

나경원 후보와 나꼼수의 맞고소는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나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나꼼수 출연진을 다섯 차례나 고발했고, 이에 맞서 나꼼수도 나 후보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두 차례 맞고소했다. 고발 사건 7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는 지난 24일 ▦호화 피부과 출입 ▦중구청 인사 개입 의혹 ▦학교 비리 관련 청탁 의혹 ▦김재호 판사 기소 청탁 의혹 제기 등에 대해 나꼼수 출연진을 불기소 처분하고 나 의원에게도 무혐의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안언론 보금자리 팟캐스트

지난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야외 공연에서 김용민,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왼쪽부터) 등 출연진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1980년대 월간지 '말'은 대안언론의 효시로 꼽힌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1985년 창간한 '말'지는 당시 주류 언론이 외면했던 각종 사회 문제를 고발했다. '말'지는 창간 이듬해 9월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6월항쟁(87년)의 불씨를 제공했다. 해직 언론인들이 1988년 창간한 종합일간지 한겨레 신문은 진보적인 언론을 지향해 왔다.

2000년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대안언론이 속속 등장했다. 오마이뉴스는 2000년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인터넷 언론의 대표 주자다. 인터넷 시대를 뛰어넘는 모바일 시대에 소위 '스마트폰'이 2,000만대를 넘어서면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팟캐스트 전성시대를 나꼼수가 화려하게 열어젖혔다.

그렇다면 대안언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신문과 방송이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마동훈 교수는 "주류 언론이 제 몫을 못하는 게 문제다"며 "국민이 신문과 방송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못하니까 팟캐스트 같은 뉴미디어가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방송사 KBS와 MBC, YTN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이유로 파업하고 있다. 정치권은 방송사 파업을 외면하고 있고 신문을 보면 파업의 본질과 핵심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류언론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팟캐스트 대안언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MBC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면서 팟캐스트와 유튜브용 뉴스 '리셋 KBS'와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출신인 시사평론가 김종배씨가 진행하는 '이슈를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을 공개해 대안언론의 위력을 보여줬다. MBC 이상호 기자가 진행하는 '손바닥 뉴스'와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가 운영하는 '허재현 현장 기자'도 대안언론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일보도 팟캐스트 시사난타 H를 운영하고 있다.

제작이 쉽다는 이유로 정치인도 직접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지난해 6월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를 만든 이후 통합진보당은 '유시민·노회찬의 저공비행'을 제작했고, 이정희 공동대표도 '이정희의 희소식'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ㆍ시사 문제를 다루는 팟캐스트 전성시대는 언제까지 지속할까? 최소한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12월까지는 팟캐스트 대안언론이 활기차게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

"쫄지마"라고 외치며 팝캐스트 전성시대를 연 나꼼수가 혹시 김용민 막말 사태와 4ㆍ11 총선 패배 등으로 '쫄고' 있지나 않을까?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나꼼수 출연진(김어준, 주진우)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나꼼수 제작자인 김용민씨는 "그래도 나꼼수 제작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