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출마 선언 1호' 김문수 경기지사경쟁자 박근혜와 격차 크지만 수도권·젊은층 공략 자신감민주화 운동 경력 '차별화'이재오·정몽준·정운찬 등과 '비박 연대' 가능성

22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류효진기자
김문수(61) 경기지사가 대선 주자로 나섰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앞만 보고 힘차게 나아가겠다”며 오는 8월 전후로 예정된 제18대 대통령 선거 새누리당 당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여야를 통틀어 ‘공식적인’ 대선 경선 출마 선언은 김 지사가 처음이고, 대세론을 앞세우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내 ‘공식’ 대항마도 김 지사가 첫 번째다.

김 지사의 대권 도전 발표는 어찌 보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 연말 당의 주도권이 친이(친 이명박)계에서 친박(친 박근혜)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김 지사는 자연스럽게 친이계의 대안으로 부각됐다. 김 지사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박근혜 대항마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와 관련해 지난 23일, “당내 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된다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혀 당내 예선전에서 패할 경우 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981년 서울 봉천동 봉천중앙교회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만난 설난영씨와 결혼식을 올렸다.주간한국 자료사진
18대 대선을 위해 모든 것들 다 던지기에는 아직 시점이 이르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현실적으로’ 차기 대선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지사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과는 통화한 적조차 없다”며 청와대와 교감설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수도권, TK, 젊은 층 파고든다

김 지사는 노동 운동가, 3선 국회의원을 거쳐 경기지사에 올랐다. 2006년부터 도백이 됐으니 올해로 7년째다. 수도권 3선 의원에 도백 6년이라는 김 지사의 경험은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는 데 큰 자산으로 평가된다.

김 지사의 민주화 운동 경력은 다른 대선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정치적 경험을 통해 서민, 운동권 이미지를 얻은 김 지사가 ‘본선 무대’에 오른다면 수도권과 젊은 층 공략이 용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고향이 경북 영천인 만큼 본선에 나간다면 영남권에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지사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청년기를 어렵게 살았다. 대학을 25년 만에 졸업했고, 공장생활을 7년 했다”면서 “이전에는 민주화를 위해서 일했지만 이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통일과 전세계 글로벌 인재로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비전을 제시한 것은 보수적인 당 대선주자들과 구별되는 그만의 ‘차별성’을 부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김 지사의 최대 걸림돌은 낮은 지지율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의 지지율은 1∼2%에 머물고 있다. 경쟁 상대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이 45% 를 전후한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김 지사는 “이제 첫걸음이다.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했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

또한 대선 행보에 절대적 동력이 될 이른바 ‘김문수 사단’이 4ㆍ11 총선 과정서 몰락한 것은 치명적이다. 차명진 임해규 의원을 비롯해 안병도 부천 오정 당협위원장 등 당내외 김 지사 측근 대부분이 공천과 총선에서 탈락했다.

잦은 설화(舌禍)도 김 지사에게 달갑지 않은 꼬리표다. 그는 2007년 검찰 구형을 앞둔 대기업 회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는가 하면,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 XX으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4대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신부 폄하 발언, 119 비상전화 사건 등도 김 지사의 발목을 잡을만한 주홍글씨다.

비박 진영, 각자도생 후 연대

김 지사는 MB(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재오 의원(전 특임장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과 함께 비박(非 朴, 비박근혜) 진영의 대표주자다.

이들은 당초 ‘비박 연대’ 출범 후 세 규합을 검토했으나 일단은 각자의 방식대로 당내 경선에 뛰어든 뒤 추후 연대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른바 ‘각자도생(各自圖生ㆍ각자 살아갈 방법을 꾀함)’ 후 연대다. 개인적으로는 싸우기에는 ‘헤비급’인 박 위원장과의 무게 차이가 너무 큰 만큼, 각자 생존 모색 후 연대만이 살 길이라는 논리다.

김 지사는 지난 22일 출마 기자회견 때 “비박 연대를 하기 위해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드라마틱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비박 진영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전 장관도 김 지사와 마찬가지로 일단 ‘개인 플레이’를 한 뒤 추이를 살펴보며 후보 단일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 전 총리는 경선 참여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여러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지사는 대선 경쟁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겨냥하면서 지방 순회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김 지사는 대선 후보 경선에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며 박 위원장과 친박계를 압박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방 순회 첫 일정으로 24일 박 위원장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해 자신도 TK(대구ㆍ경북지역) 출신 임을 강조했는가 하면, 25일에는 전북 고창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산행에 참석하는 등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영호남을 가로지르는 광폭 행보에 나섰다.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지사가 유력한 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을 비롯한 당 내외 경쟁자들과 어떤 레이스를 펼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