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진 이상득 등 사건도 측근들이 발단

'정치 파파라치'와 함께 측근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의'은밀한' 비밀이 측근들로부터 줄줄이 새 나가기 때문이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정권 말이어서 그런지, 유명 정치인과 관련된 사건이나 뒷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파헤치는 소위 '정치 파파라치'들이 늘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으로 쏟아지는 밀고, 고발, 제보가 난무하고, 관련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정치ㆍ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공성진 의원, 이상득 의원 등과 관련된 사건은 모두 주변 측근들로부터 비롯됐다. 또 이명박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돈 보따리 파문도 측근으로부터 터져 나왔다. 그래서 '정치 파파라치'와 함께 측근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의 '은밀한' 비밀이 측근들로부터 줄줄이 새 나가기 때문. 특히 자신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수족'일수록 더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새로 나타났다.

정치인들의 말 못할 고민

검찰은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선자 가운데 79명을 선거사범으로 입건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임정혁 검사장)는 총선 직후 "4ㆍ11 총선에서 선거 당일부터 현재까지 입건한 선거사범 1,096명 가운데 지역구 당선자가 79명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대 선거 당시 37명의 당선자가 입건된 데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측근 또는 측근을 가장한 이들의 고소 고발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총선 기간 중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 조치된 이들의 주변에서는 "캠프 관계자 중 누군가 몰래 정보를 흘렸다"는 말이 거의 공통적으로 들린다.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정치권 일각에서 "배신의 계절이 도래했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인 A씨는 최근 측근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측근 중 한 사람이 어느 날 홀연히 곁을 떠나더니 한 달 후쯤 사람을 보내 돈을 주지 않으면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비서진들이 대책을 마련하느라 난리가 났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며 "돈을 주면 더 큰일이 벌어질까봐 조심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특정 정치인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금세 소문이 나고, 돈을 주면 준대로, 안주면 안준대로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니 사실 여부를 떠나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정치인들의 토로다.

또다른 정치인 B씨는 "검찰이 '조만간 나를 조사할 것'이라는 말이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며 "놀라운 것은 나를 도와 일했던 예전 비서진 중 한 명이 모측에 매수됐다는 소문이 돌더라. 실제로 그 친구가 매수됐는지 단순한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옆에 있었던 누군가가 나를 배신한다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든 일"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기업인 만남 기록해 협박

정권 말이 가까워지면서 MB정권 핵심 실세들 사이에서는 측근 단속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정권 실세로 꼽히는 C씨는 최측근 보좌관인 K씨의 배신에 치를 떨어야 했다. C씨와 관련된 내용 중 기업인과의 만남을 모두 수첩에 기록했다가 이를 '협박용' 으로 들고 나오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다.

당초 C씨는 수첩을 검찰에 넘기겠다는 K씨의 협박에 "마음대로 하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얼마쯤 시간이 지난 뒤 검찰이 특정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K씨를 다시 불러 '은밀한 거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어떤 내용으로 '빅딜'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C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래도 예전에 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준 사람인데 요즘 하고 다니는 행태가 측은해서 도의적인 차원에서 한번 만났다. 생활이 어렵다고 해서 생활비를 좀 주기는 했지만 내가 찔리는 게 있어서가 아니다. 그리고 결코 많은 액수도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여권 실세 Y씨는 사무실 여직원에게 모종의 약속을 한 뒤에야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는 말이 들린다. Y씨는 평소 총애하던 여직원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맡겼다고 한다. 하지만 Y씨는 얼마 뒤 이 여직원이 사무실 공금을 유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문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여직원은 사무실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남자 직원으로부터 Y씨의 비리 의혹 내용을 전해 듣고 은밀하게 관련 파일을 빼내갔다.

그리고 이 여직원은 "세상을 이렇게 살아서 되겠냐"며 되레 Y씨를 협박하고 꾸짖기까지 했다. 씻기 어려운 굴욕을 당한 Y씨는 분노로 치를 떨어야 했지만 자신은 칼날을 쥐고 있을 뿐, 칼자루는 이미 여직원의 손에 있었다.

뾰족한 수가 없었던 Y씨는 어쩔 수 없이 여직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여직원은 금전적 보상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Y씨는 이 여직원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한 뒤에야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