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경 CJ 부회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특별한 인연이부회장 한국어 강의에 김총재 2년 개근 '감탄'… 반대로 사회학 많은 조언30년 특별한 만남 위에 '동창 어머니' 인연도

이미경 CJ 부회장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된 김용 박사는 한국에 어떤 인맥을 갖고 있을까? 재계에선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포춘코리아>가 이 부회장과 김 총재의 30년 가까운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김용의 한국어 스승

이미경 부회장이 김용 총재를 처음 만난 건 1984년 하버드대 유학시절이었다. 이 부회장은 그때만 해도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하버드대에선 한국학 강의에 대한 자금 지원이 별로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한국어 교수를 고용하는 건 고사하고 한국학 강의에 TA(Teaching Assistant 조교)를 쓰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홀대받고 있던 한국학의 현실에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 부회장은 학교 측에 월급을 받지 않을 테니 무급 TA로라도 한국어를 가르치겠다고 자원했다.

당시 이 부회장의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던 학생 중 한 명이 바로 김 총재였다. 김 총재는 이 부회장이 한국어 강의를 진행한 4년 가운데 2년 동안 강의를 수강했다. 두 사람이 한국어 스승과 제자로 첫 인연을 맺게 된 셈이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
김 총재는 당시 의학과 인류학 박사 과정을 동시에 밟는 MD-PhD 과정 장학생이었다. 아시아계로선 하버드대 역사상 최초였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MD-PhD 과정의 학업 강도는 다른 과정의 2배 이상 되는 지옥 같은 코스였지만, 김 총재는 일주일에 3차례, 1시간씩 진행되는 한국어 강의를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김 총재는 시험성적도 평균 95점 이상 나오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이 부회장은 "한글과 한자 시험이 함께 치러져 5살 때 이민 간 김 총재에겐 버거웠을 것"이라며 "다른 클래스보다 2배 이상 되는 전공 과정 속에서도 우수한 한국어 성적을 올리는 그를 보고 성실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사회학 배운 이미경

한국어에 관해선 이미경 부회장이 김용 총재의 스승이었지만 사회학에선 김 총재가 선생님 역할을 해주었다. 이 부회장은 사회학 과정(Social Theory Course)을 수강하면서 김 총재로부터 사회이론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다. 김 총재가 직접 좋은 책들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김 총재가 추천해줬던 책의 제목과 저자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김 총재가 추천한 책 가운데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과 빅트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당시 김 총재가 고민하던 것들과 맥이 닿아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김 총재는 한국인의 정체성,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삶, 더 나아가 인류의 존재 의미까지 항상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김 총재가 우리가 사는 세상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파악과 근본부터 해결해 가는 접근법을 추구했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끝나지 않은 두 사람 인연

두 사람의 하버드대 시절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용 총재는 2010년 다트머스대 총장 시절 이미경 부회장에게 다트머스 MBA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영화(Korean film)'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도 이에 기꺼이 응해 강단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최근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됐을 때에도 축하인사를 나눌 정도로 김 총재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 부회장과 김 총재의 인원은 윗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회장의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과 미국 UCLA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아 한국 유교문화를 가르친 김 총재의 어머니 전옥숙 여사는 경기여고 동창생이다. 두 사람은 학창시절에도 절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 키워낸 주역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이미경 부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맏손녀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친누나이자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키워낸 주역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중국 후단대학교 역사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숙명여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1998년 CJ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이사로 시작해 상무보, 상무를 거쳐 2005년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에 올랐다. 2006년 이후로는 CJ그룹 E&M 총괄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6년 아시아인으론 최초로 세계여성상(World Awards)을 받기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인터넷, 케이블TV 등으로 확장시켜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운 것이 수상의 배경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높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탁월한 비즈니스 리더라고 평가하며 이 부회장을 그 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 2004년 만들어진 세계여성상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여성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들이 수상했다.


아시아계 첫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
● 는


는 아이오와대 치의학 분야에서 활동한 김낙희씨와 역시 아이오와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김옥숙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인 1959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김 총재는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재직시절인 1980년대부터 중남미 등의 빈민지역에서 결핵 퇴치를 위한 구호활동에 나섰던 그는 1987년 의대 동창이자 공중보건분야의 선구자였던 폴 파머와 함께 비영리 의료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Partners in Health)를 창설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퇴치 부서 책임자를 맡았던 김 총재는 2006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하버드 의대에서 세계보건사회의약과장으로 근무하던 김 총재는 다트머스대학교 총장에 선임되면서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이 됐다. 김 총재는 올해 초 세계은행(WB)의 차기 총재로 선임됐다.



한정연기자 jay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