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혹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신의 신체와 반대되는 성을 정체성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언론에 등장한 이후 이들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트랜스젠더들이 양지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로 트랜스젠더바 등 유흥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트랜스젠더바는 3종류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6일 오후 9시 트랜스젠더바가 밀집한 서울 모 지역를 찾았다. 이곳에선 트렌스젠더바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골목 곳곳에 '트랜스'라는 문구가 포함된 간판이 눈에 띄었다.

각각의 업소에서 트렌스젠더로 보이는 이들이 호객행위도 벌이고 있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가슴을 반쯤 노출시키거나 야릇한 포즈를 취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수소문을 별인 결과, 트랜스젠더바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클럽식' '바(Bar)식' '단란주점식' 등이 그것. 이 가운데 바와 단란주점이 섞인 트랜스젠더바에 들어가봤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널찍한 홀이 눈에 들어왔다. 한켠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몇몇 트랜스젠더들이 춤과 무용 등의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다소 이른 시간인 때문인지 테이블엔 빈자리가 많았지만 손님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무대에 고정돼 있었다.

구석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받기 위해 속이 훤히 비치는 짧은 드레스 차림의 트랜스젠더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동그란 얼굴에 봉긋한 가슴,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겉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그러나 목소리에서만은 남성 특유의 걸걸함이 묻어났다.

일단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펼쳤다. 가격은 맥주 기본이 20만원, 양주가 40만원 정도였다. 게이바나 레즈비언바 등에서 다른 성적 소수자들이 영업을 벌이는 곳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이처럼 비싼 가격은 트렌스젠더들의 성전환 수술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후문이다.

일반업소에 비해 자유로운 노출

주문을 미루고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관리를 담당하는 이를 호출했다. 자신을 '미진'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의외로 선뜻 취재에 응해줬다. 다만 손님이 많아질 경우 대화 중 부득이하게 자리를 뜰 수밖에 없다는 조건을 걸었다.

미진씨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홀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트랜스젠더가 있을 경우 룸으로 데려갈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룸 안의 풍경은 보통 단란주점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일반 업소에 비해 노출이 자유롭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가슴과 엉덩이 노출은 기본, 알몸으로 유흥을 즐기는 게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미진씨는 이미 '공사'를 마친 완전한 여자 몸의 소유자다.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일부만 수술한 이가 있는가 하면 수술 없이 호르몬제에만 의존하고 있는 이도 있다.

미진씨는 종업원들을 일일이 가리키며 어느 선까지 '여자'인지를 설명했다. 진한 화장과 조명 때문에 기자의 눈으로는 분간이 쉽지 않았다.

트랜스젠더들이 이곳에 모여드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나 '인주'라는 이름의 여성이 대화에 동참했다. 180cm에 가까운 키, 풍만한 가슴과 반대로 군살 하나 붙어 있지 않아 늘씬한 허리와 각선미. 지나치게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몸매의 소유자였다.

수술비는 최소 수천만 원

인주씨에 따르면 이곳 종업원 대부분이 수술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 수술에는 범위에 따라 수천만 원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데다 호르몬제까지 맞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다.

여성의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그들의 열망은 오직 여성의 육체를 소유하는 것. 이를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단기간에 비교적 큰돈을 만질 수 있는 방법은 이 일뿐이라고 했다.

물론 이 일이 쉽지만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인 게 바로 짓궂은 손님들이다. 인주씨에 따르면 이따금 도 넘은 터치와 지나친 성적 요구를 하는 이들이 방문하곤 한다.

아무리 '그런 곳'이라곤 해도 동료들 앞에서 성적 학대에 가까운 일을 당하게 되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게 인주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든 점은 가족과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곳 종업원들의 십중팔구는 이미 가족과 등을 돌렸다. 주변의 눈 때문이다.

집이 그리워 명절날 찾아갔다가도 소박맞고 돌아오기 일쑤라고 한다. 그러잖아도 힘든 상황인데 지친 몸과 마음을 비빌 언덕까지 없는 셈이다.

그래도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했다. 미진씨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바가 전부다. 워낙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 일하는 게 행운이라고 한다. 외모가 달리거나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밀려난 트랜스젠더들은 길거리를 전전하며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한다.

업소에 소속되기도 하지만 개인이 영업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주로 서울 모 지역에 모여드는데 인터넷이나 입소문을 통해 찾아와 성매매를 한다. 또 최근 SNS가 발달하면서 이를 통해 영업을 벌이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계바늘은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 내부엔 어느새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인주씨와 미진씨는 양해를 구하고 손님을 맞으러 나섰다. 기자 역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트랜스젠더바가 즐비한 골목을 빠져 나오는 내내 "여자로서 평범하게 사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던 이곳 여성들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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