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文 대신 다른 카드 고민, 朴은 6선의 李가 부담, 文은 李 그림자 탈피 희망
'이ㆍ박ㆍ문 연대'의 핵심은 이해찬-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그리고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박 연대'를 돕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경선을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지만 이해찬 당선자와 대선 경선에 나갈 문 고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만일 삼자연대가 무너진다면 내달 9일 당대표 경선은 물론이고 나아가 대선 경선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손학규 상임고문, 경남지사 등 당내 다른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손 고문은 비노(非盧) 진영의 대표 격이고, 김 지사는 친노(친 노무현) 진영의 또 다른 대안이다.
'이ㆍ박ㆍ문 연대'는 전국적 지역구도 완성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었다. 당권은 충청(이해찬), 원내 사령탑은 호남(박지원), 대선주자는 영남(문재인) 등 삼각편대가 이뤄진다면, 대선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셈법이었다.
실제로 야권은 전국적 지역연대 완성으로 과거 2차례 대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다. 2차례 모두 이회창 대세론을 뚫고 막판에 역전극을 펼쳤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 때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보다 컸던 만큼 '이ㆍ박ㆍ문 연대'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만일 이 연대가 붕괴된다면 당권은 물론이고 대권 경쟁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李, 文 대신 다른 카드?
참여정부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당선자는 명실상부한 친노 그룹의 좌장이다. 이 전 총리와 국민의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박 원내대표의 연대를 두고 많은 이들이 "노무현 세력과 김대중 세력의 결합"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전 총리가 대선 전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 때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다.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서울 노원 갑 출마) 막말 파문이 일었을 때 이 전 총리 측은 즉각 후보 사퇴를 주장했지만, 문 고문 측은 다소 애매한 자세로 일관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소원해진 데 김용민 파문도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3월 임종석 사무총장의 당직과 후보 사퇴 그리고 김용민 파문을 거치는 과정에서 문 고문은 현안을 중재하고 매듭짓는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바꿔 말하면 '정치인 문재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데는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문 고문이 지난 총선에서 개인적으로는 승리했다고 하지만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전 총리 측의 판단일 것"이라며 "문 고문이 부산 경남에 묶여 수도권 지원 유세 등에는 눈조차 돌리지 못했다는 것도 큰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朴, 李가 오면 불편?
이 전 총리와 박 원내대표의 극적인 연대 성사는 이 전 총리 측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친노 인사들과의 저녁식사 모임에서 '당내 친노 대 비노, 호남 대 비호남' 등 여러 대립구도 타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이 전 총리는'(호남 원내대표 후보가 마땅치 않으니) 박지원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제안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전 총리 등 친노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결과론이지만 이 전 총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박 원내대표의 승리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박 원내대표는 결선투표 끝에 67대60으로 유인태 후보를 간신히 따돌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화학적 결합'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천신만고 끝에 원내대표에 올라 사실상 당의 중심에 선 박 원내대표로서는 이 전 총리의 당대표 등극이 달가울 리 없다는 것이다.
나이로는 만 70세인 박 원내대표가 60세인 이 전 총리보다 10년 '형님'이지만 정치적 몸집은 오히려 이 전 총리가 한 수 위일 수도 있다. 국민의 정부 때는 두 사람 모두 각료를 지냈지만, 참여정부 때는 이 전 총리만 정권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또 선수(選數)를 봐도 6선의 이 전 총리가 3선의 박 원내대표의 2배에 이른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는 박 원내대표가 현재 당을 장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로서는 참여정부 2인자였던 이 전 총리의 전면 부상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文, 李는 DJ 사람?
문 고문은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 산행에 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연합은 DJP 연합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문 고문은 또 "DJP 연합은 집권을 위해 정체성이 전혀 다른 세력과 (연대)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나와 안 원장은 이념과 정체성이 거의 같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 고문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DJ 측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고문 측이 이 전 총리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 고문 측 입장에서 보면 "이해찬은 기본적으로 DJ 사람이 아니냐"는 주장도 무리가 아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임종석 파문, 4월 김용민 파문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문 고문이 '이해찬의 메신저' 이미지에 사로잡혔다는 것도, 향후 문 고문의 탈(脫) 이해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편으로는 이 전 총리가 당 전면에 나설 경우, 문 고문의 의도와 상관없이 '친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고문 측의 생각과 달리 이 전 총리 역시 대중적으로는 친노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 전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또 친노냐"는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DJ 사람이든, 노무현 사람이든 문 고문으로서는 양쪽 다 내키지 않을 수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의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나는 자유롭다. 전혀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친노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자기최면'으로 해석된다.
朴-文 연대는 더 공고히?
최근 들어 박 원내대표와 문 고문의 사이에는 훈풍이 분다. 바람의 강도는 아직 약하지만 얼었던 몸을 덥혀주기에는 충분하다. 두 사람 사이에 화해 기류가 형성된 것은 지난달 24일 점심식사 자리였다.
"공천 실패, 총선 패배 등의 과정에서 친노가 잘못했다"는 박 원내대표의 지적에 문 고문이 순순히 수긍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만일 박 원내대표의 지적을 문 고문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자리가 어색해졌을 텐데, 의외로 문 고문이 화끈하게 수긍하면서 식사 때 분위기가 좋았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 고문으로서는 당내 대주주 중 한 명인 박 원내대표의 지원을 이끌어낸다면 다시 상승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문 고문은 지난 총선을 통해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가능성을 비쳤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총선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고문은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은 10년 민주정부의 맥을 잇는 중요한 선거로 그 동안 광주가 선택하고 지지한 인물이 모두 대통령이 됐다"면서 "광주가 그 중심 역할을 했다. 많은 지지와 격려를 당부한다"며 호남에 러브콜을 보냈다.
문 고문이 박 원내대표와 연대하고, 호남의 지지를 받는다면 노 전 대통령처럼 영호남 '단일후보'라는 상징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다. 문 고문이 지난달 박 원내대표와 식사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5월 23일(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텐데 박 대표님께서 도움을 줬으면 한다"며 손을 내민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조원 '부동의 1위'… 7900만원 '꼴찌'
최경호기자
국회와 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오너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재산은 2조 원이 넘는다. 정 전 대표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1조6,400억 원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2조 원대의 거부이자 여야 주자를 통틀어 재산 1위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현대가(家) 오너들이 설립하는 복지재단에 2,000억 원을 기부했다. 같은 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재산은 서울 삼성동 자택, 옛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 은행예금 등 21억여 원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치고는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서민들 기준으로 보면 역시 부자다. 현정권 실세 중의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재산은 7억7,000만 원, 김문수 경기지사의 재산은 4억4,000만 원이다. 이 의원과 김 지사는 친이(친 이명박)계를 대표하는 잠룡이다. 같은 친이계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재산은 26억3,000여 만원으로 파악됐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경남지사의 재산은 7,900만 원으로 현재까지 여야 잠룡을 통틀어 최소다. 김 지사는 내달 중에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당의 손학규 상임고문의 재산은 2억8,000여 만원, 정동영 상임고문은 13억2,000여 만원, 정세균 상임고문은 26억8,8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은 지난달 복지 시찰을 위해 유럽에 갔을 때도 경비 때문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2008년을 기준으로 8억2,0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문재인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유 주식 등 총 4,000억 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이중 절반인 2,000억 원을 내달 안철수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재산총액으로 354억 원을 신고했다. 경선 후보 당시'부자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