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文 대신 다른 카드 고민, 朴은 6선의 李가 부담, 文은 李 그림자 탈피 희망

박지원 원내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문재인 상임고문(왼쪽부터)이 지난달 26일 민주통합당 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손용석기자
굳건하게만 보이던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가 균열 조짐을 비치고 있다. 지난 4일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결성된 민주통합당의 '李-朴-文 삼자 연대'가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ㆍ박ㆍ문 연대'의 핵심은 이해찬-당대표-박지원 원내대표 그리고 문재인 상임고문은 '이-박 연대'를 돕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미 경선을 통해 원내대표에 선출됐지만 이해찬 당선자와 대선 경선에 나갈 문 고문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만일 삼자연대가 무너진다면 내달 9일 당대표 경선은 물론이고 나아가 대선 경선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손학규 상임고문, 경남지사 등 당내 다른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손 고문은 비노(非盧) 진영의 대표 격이고, 김 지사는 친노(친 노무현) 진영의 또 다른 대안이다.

'이ㆍ박ㆍ문 연대'는 전국적 지역구도 완성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었다. 당권은 충청(이해찬), 원내 사령탑은 호남(박지원), 대선주자는 영남(문재인) 등 삼각편대가 이뤄진다면, 대선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셈법이었다.

실제로 야권은 전국적 지역연대 완성으로 과거 2차례 대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누르고 집권에 성공했다. 2차례 모두 이회창 대세론을 뚫고 막판에 역전극을 펼쳤다.

정몽준
1997년에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DJ) 후보가 충청의 김종필(JP), 대구 경북의 박태준(TJ)과 손을 잡음으로써 'DJT 연합'을 이뤘고, 2002년 대선에서는 경남 출신의 노무현 후보가 호남을 등에 업음으로써 영호남 '단일후보'로 탄생했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내대표 경선 때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거부감이 예상보다 컸던 만큼 '이ㆍ박ㆍ문 연대'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만일 이 연대가 붕괴된다면 당권은 물론이고 대권 경쟁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李, 文 대신 다른 카드?

참여정부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당선자는 명실상부한 친노 그룹의 좌장이다. 이 전 총리와 국민의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박 원내대표의 연대를 두고 많은 이들이 "노무현 세력과 김대중 세력의 결합"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전 총리가 대선 전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 때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다.

김두관
그런 두 사람이지만 지난 4ㆍ11 총선 과정을 통해 간극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이 문재인 대신 다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소원해진 두 사람의 관계를 방증한다.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서울 노원 갑 출마) 막말 파문이 일었을 때 이 전 총리 측은 즉각 후보 사퇴를 주장했지만, 문 고문 측은 다소 애매한 자세로 일관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소원해진 데 김용민 파문도 작용했다"고 귀띔했다.

지난 3월 임종석 사무총장의 당직과 후보 사퇴 그리고 김용민 파문을 거치는 과정에서 문 고문은 현안을 중재하고 매듭짓는 역할에만 충실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바꿔 말하면 '정치인 문재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데는 여러모로 부족했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문 고문이 지난 총선에서 개인적으로는 승리했다고 하지만 대선후보로 검증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전 총리 측의 판단일 것"이라며 "문 고문이 부산 경남에 묶여 수도권 지원 유세 등에는 눈조차 돌리지 못했다는 것도 큰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朴, 李가 오면 불편?

이 전 총리와 박 원내대표의 극적인 연대 성사는 이 전 총리 측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친노 인사들과의 저녁식사 모임에서 '당내 친노 대 비노, 호남 대 비호남' 등 여러 대립구도 타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이 전 총리는'(호남 원내대표 후보가 마땅치 않으니) 박지원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제안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전 총리 등 친노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결과론이지만 이 전 총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박 원내대표의 승리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박 원내대표는 결선투표 끝에 67대60으로 유인태 후보를 간신히 따돌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화학적 결합'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천신만고 끝에 원내대표에 올라 사실상 당의 중심에 선 박 원내대표로서는 이 전 총리의 당대표 등극이 달가울 리 없다는 것이다.

나이로는 만 70세인 박 원내대표가 60세인 이 전 총리보다 10년 '형님'이지만 정치적 몸집은 오히려 이 전 총리가 한 수 위일 수도 있다. 국민의 정부 때는 두 사람 모두 각료를 지냈지만, 참여정부 때는 이 전 총리만 정권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또 선수(選數)를 봐도 6선의 이 전 총리가 3선의 박 원내대표의 2배에 이른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관계자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는 박 원내대표가 현재 당을 장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박 원내대표로서는 참여정부 2인자였던 이 전 총리의 전면 부상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文, 李는 DJ 사람?

문 고문은 지난 13일 광주 무등산 산행에 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문재인-안철수 연합은 DJP 연합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문 고문은 또 "DJP 연합은 집권을 위해 정체성이 전혀 다른 세력과 (연대)한 고육지책이었지만 나와 안 원장은 이념과 정체성이 거의 같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 고문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DJ 측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고문 측이 이 전 총리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많다. 문 고문 측 입장에서 보면 "이해찬은 기본적으로 DJ 사람이 아니냐"는 주장도 무리가 아니다.

이와 함께 지난 3월 임종석 파문, 4월 김용민 파문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문 고문이 '이해찬의 메신저' 이미지에 사로잡혔다는 것도, 향후 문 고문의 탈(脫) 이해찬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한편으로는 이 전 총리가 당 전면에 나설 경우, 문 고문의 의도와 상관없이 '친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 고문 측의 생각과 달리 이 전 총리 역시 대중적으로는 친노 이미지가 강한 만큼, 이 전 총리가 당권을 잡으면 "또 친노냐"는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DJ 사람이든, 노무현 사람이든 문 고문으로서는 양쪽 다 내키지 않을 수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의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나는 자유롭다. 전혀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친노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자기최면'으로 해석된다.

朴-文 연대는 더 공고히?

최근 들어 박 원내대표와 문 고문의 사이에는 훈풍이 분다. 바람의 강도는 아직 약하지만 얼었던 몸을 덥혀주기에는 충분하다. 두 사람 사이에 화해 기류가 형성된 것은 지난달 24일 점심식사 자리였다.

"공천 실패, 총선 패배 등의 과정에서 친노가 잘못했다"는 박 원내대표의 지적에 문 고문이 순순히 수긍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만일 박 원내대표의 지적을 문 고문이 인정하지 않았다면 자리가 어색해졌을 텐데, 의외로 문 고문이 화끈하게 수긍하면서 식사 때 분위기가 좋았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 고문으로서는 당내 대주주 중 한 명인 박 원내대표의 지원을 이끌어낸다면 다시 상승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문 고문은 지난 총선을 통해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가능성을 비쳤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검증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총선 이후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고문은 지난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은 10년 민주정부의 맥을 잇는 중요한 선거로 그 동안 광주가 선택하고 지지한 인물이 모두 대통령이 됐다"면서 "광주가 그 중심 역할을 했다. 많은 지지와 격려를 당부한다"며 호남에 러브콜을 보냈다.

문 고문이 박 원내대표와 연대하고, 호남의 지지를 받는다면 노 전 대통령처럼 영호남 '단일후보'라는 상징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다. 문 고문이 지난달 박 원내대표와 식사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5월 23일(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이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텐데 박 대표님께서 도움을 줬으면 한다"며 손을 내민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조원 '부동의 1위'… 7900만원 '꼴찌'
대선 예비주자들 재산은


최경호기자


대선 예비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면서 그들의 재산에도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주자들을 살펴보면 여권이 야권에 비해 훨씬 '돈'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회와 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이 지난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오너인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재산은 2조 원이 넘는다.

정 전 대표는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1조6,400억 원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2조 원대의 거부이자 여야 주자를 통틀어 재산 1위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현대가(家) 오너들이 설립하는 복지재단에 2,000억 원을 기부했다.

같은 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재산은 서울 삼성동 자택, 옛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의 아파트, 은행예금 등 21억여 원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치고는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서민들 기준으로 보면 역시 부자다.

현정권 실세 중의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재산은 7억7,000만 원, 김문수 경기지사의 재산은 4억4,000만 원이다. 이 의원과 김 지사는 친이(친 이명박)계를 대표하는 잠룡이다.

같은 친이계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재산은 26억3,000여 만원으로 파악됐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청와대에 재직 중이던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민주통합당 소속인 경남지사의 재산은 7,900만 원으로 현재까지 여야 잠룡을 통틀어 최소다. 김 지사는 내달 중에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당의 손학규 상임고문의 재산은 2억8,000여 만원, 정동영 상임고문은 13억2,000여 만원, 정세균 상임고문은 26억8,8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은 지난달 복지 시찰을 위해 유럽에 갔을 때도 경비 때문에 적잖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2008년을 기준으로 8억2,0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문재인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유 주식 등 총 4,000억 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이중 절반인 2,000억 원을 내달 안철수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재산총액으로 354억 원을 신고했다. 경선 후보 당시'부자 논란'이 일자 이 대통령은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