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3일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IM(IT & Mobile Communications)담당 신종균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갤럭시S3'를 전격 공개했다. 런던=연합뉴스
갤럭시S3를 야심차게 내놓으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갤럭시S3에 새롭게 탑재된 음장엔진 ‘사운드 얼라이브’(Sound Alive)가 구형 갤럭시플레이어에서 대폭 축소된 기능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구설에 오른 것이다.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을 치켜세우기 위해 자사의 구형 MP3 이용자들을 내치는 꼼수를 부렸다는 세간의 비난에 직면한 삼성전자가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주목된다.

인간중심의 사용자 환경 강조한 갤럭시S3

내달 초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가 지난 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갤럭시S3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주력이었던 갤럭시 시리즈와는 판이한 형태의 스마트폰이었다.

애플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취해온 전략은 ‘더 나은 하드웨어와 스펙’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높은 화소, 빠른 처리속도, 얇고 가벼운 외장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감성적인 디자인, 수많은 어플, 다른 기기들과의 호환성 및 최적화로 인한 소프트웨어 안정성 등을 내세우는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와 자주 비교돼왔다.

그러나 성능만을 우선시하던 삼성전자는 갤럭시S3를 통해 새롭게 변신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갤럭시S3는 얼굴, 눈, 음성, 모션 등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인식해 자동으로 동작하는 인간중심 사용자 환경을 적용하며 ‘휴먼폰’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얼굴과 눈의 동작을 인식해 화면 꺼짐을 막아주는 ‘스마트 화면유지’, 수신 문자 확인 후 제품을 귀 가까이 가져가면 자동으로 전화가 걸리는 ‘다이렉트 콜’ 등은 그동안 아이폰의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보다 못하다는 세간의 평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사운드 얼라이브 탑재로 애플에 맹반격

삼성전자가 갤럭시S3를 소개하며 인간중심의 사용자환경과 더불어 강조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사운드 얼라이브다. 그동안 자사 MP3들과의 시장충돌을 우려, 스마트폰에는 사운드 얼라이브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갤럭시S3에서 스마트폰 최초로 해당 기능을 적용, 적극적인 공략에 나선 것이다.

사운드 얼라이브란 삼성전자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음장엔진이다. DNSe라는 이름으로 삼성전자 MP3인 YEPP 시리즈에 적용돼온 본 기능은 사운드 얼라이브로 명칭을 변경하며 갤럭시플레이어 시리즈에 탑재,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음장이란 음악 파일을 변형, 음악 형태 및 개인의 취향에 최적화된 형태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능으로 이용자는 사운드 얼라이브를 통해 입체감 향상, 저음 보강, 음색 최적화 등 자신의 입맛대로 음악을 변형해서 들을 수 있다. 클래식 효과를 선택하면 잔잔하게, 콘서트 홀 효과를 선택하면 실감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식이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보다 음질 면에서 빈약하다는 평을 받아왔던 삼성전자가 갤럭시S3부터는 최고 수준의 음장엔진 사운드 얼라이브를 탑재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전략모델 위해 기존 이용자 내치나

문제는 갤럭시S3에 새롭게 적용되는 사운드 얼라이브가 자사의 대표 MP3인 갤럭시플레이어에서는 거의 삭제되다시피 하며 큰 논란을 가져왔던 기능이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플레이어 1세대 버전인 YP-GB1과 YP-GB70의 운영체제를 진저브레드(안드로이드 2.3)로 판올림 하면서 사운드 얼라이브 기능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진저브레드의 경우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양이 많고 배터리 소모량이 커졌다”며 “배터리 효율성을 위해 진저브레드에서는 기존의 사운드 얼라이브 기능이 어려워 해당 기능을 하향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전자가 애플과 경쟁적으로 자사 모든 스마트 기기들의 운영체제를 꾸준히 판올림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갤럭시플레이어 진저브레드 판올림 시 사운드 얼라이브 축소가 문제되리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보급형으로 출시된 2세대 갤럭시플레이어(YP-GS1)는 1세대 버전의 기기들에 비해 하드웨어 사양에서 오히려 떨어짐에도 불구, 상당한 수준의 사운드 얼라이브 기능이 탑재되며 또 한 번 물의를 빚었다. CPU 성능이 동일하고 배터리 용량은 오히려 떨어지는데도 1세대 갤럭시플레이어에서는 거의 삭제됐던 사운드 얼라이브 기능이 보급형 2세대 기기에서는 기존대비 70~80% 수준으로 복원ㆍ적용된 것이다.

하드웨어 사양이 떨어지는 후속작에 제한적이지만 사운드 얼라이브가 들어갔다는 것은 갤럭시플레이어 1세대에도 해당 기능을 탑재할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삼성전자가 신규 전략 상품을 밀어주고자 많은 이용자들이 구매했던 구형 기기들을 내치는 꼼수를 부렸다고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S3에 기존보다 향상된 사운드 얼라이브가 탑재되며 절정에 올랐다. 물론 자사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최신형 전략 스마트폰에 사운드 얼라이브까지 탑재하는 결정을 내릴 수는 있지만 최소한 그 전에 갤럭시플레이어 1세대의 해당 기능 삭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했어야 한다는 불만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3를 빛내기 위해 사운드 얼라이브를 탑재하면서 구형 갤럭시플레이어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현재 YP-GB1, YP-GB70 등 1세대 갤럭시플레이어 이용자들은 2세대 기기들에 담긴 사운드 얼라이브 기능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들이 당시 초기 판매가격 50만원에 달하는 1세대 갤럭시플레이어를 선택했던 가장 큰 동인이 사운드 얼라이브였던만큼 이 기능이 축소된 것에 대해 삼성전자 측에서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갤럭시플레이어 이용자들은 아고라,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와 한국소비자원 등을 통해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플레이어 1세대가 출시될 때 진저브레드 판올림을 고려하고 설계됐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탓에 전력소모가 극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용자들은 최신 운영체제와 사운드 얼라이브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의) 다운그레이드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겉으로 드러나는 사양 때문이 아닌 내부 칩셋 문제로 2세대 갤럭시플레이어의 사운드 얼라이브를 1세대 버전에 탑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공할 수 있는데 일부러 안 해주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3는 출시되기도 전에 선주문양이 1,000만대에 육박, 최단기간 텐밀리어셀러에 오를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