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양곤 아웅산 국립묘지를 방문, 참배하고 있다. 양곤(미얀마)=연합뉴스
5월 들어 남북한이 시차를 두고 미묘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남북 접촉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북 수뇌부가 잇따라 동남아 방문에 나서는 한편에선 남북한이 중국에서 모종의 접촉을 가졌다는 이야기다.

중국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이명박 대통령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의 한중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에 머무른 12~14일 동안 이 대통령 일행이 베이징에 나와 있는 북한 측 인사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한국 측 인사가 북한과 접촉한 배경은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한다. 이번 남북 접촉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북측과 접촉한 것과, 지난 2월 2~4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주중 북한 대사관 고위급 인사와 접촉한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그는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9일,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원자바오 총리와의 만찬을 이유로 하루 더 체류한 적이 있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당시 이 대통령이 하루를 더 묵은 것은 동행한 인사와 북측 관계자와의 접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태희 전 실장은 지난 2월 북한문제 전문가 겸 사업가인 유모씨와 동행, 북한 측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에 유연한 입장을 보여주면 서로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요지의 얘기를 북한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 일행은 주중 북한 대사관 참사관에게 전달된 MB정부의 대북 제안이 평양에 보고된 후 끝내 '거부' 반응으로 돌아오자 별반 소득없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5월 남북 접촉과 관련, 대화 내용은 앞서 이 대통령 일행과 임 전 실장의 북한 접촉에서 거론된 것과 큰 차이가 없지만 북측의 태도가 이전보다는 누그러진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전했다. 남측은 남북관계를 풀 돌파구로 남북 당국간 회담, 개성공단 활성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대화 카드'를 내놓았지만 북측은 여전히'거부'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전 접촉 때와는 달리 '강한' 거부가 아닌 대화의 여지를 남겨 두는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이명박(왼쪽) 대통령이 지난 13일 제5차 한·중·일 정상회의 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원자바오(가운데) 중국 총리, 노다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손을 맞잡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와 관련, 베이징의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북한 경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과 무역을 하는 그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5월 초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리용호 총참모장까지 같은 시기에 라오스를 방문한 것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 "북한이 남한과의 접촉에서 이전과 다르게 나왔다면 그러한 사정(경제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남북한이 경협을 매개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미 외교가에서는 남북 접촉설과 관련, 또 다른 시각의 얘기도 들린다. 북미 관계에 밝은 한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북한과 접촉이 있었다면 미국 측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4월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은 상당히 긴장하면서 한국 정부와 함께 북한을 달랠 카드에 대해 고민해 왔다고 한다. 그는 "남북 접촉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한국을 앞세워 북한을 지원토록 해 북핵 위험을 상쇄시키려는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 일행의 북한 접촉 소식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박정하 대변인은 "중국과 미얀마 방문은 공식 일정대로 진행됐고, 북측과의 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에는 얼핏 해빙 조짐이 엿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남북관계에 변화를 모색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에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 한편으론 추락하고 있는 MB정부의 국면전환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 체제가 출범했지만 아직 안정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심각해 민심 이반 현상까지 나타나자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대북 영향력 강화를 경계하고, 미국의 지원이 북핵과 연계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어 남한과의 경협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게 북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최근 북한은 핵실험 강행을 사실상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지원과 압박이 가장 영향을 발휘했고, 미국의 측면 지원도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여전히 정치성을 배제한 남한과의 경협에 관심이 많다. 남북관계에 새로운 모멘텀을 마련하려는 MB정부가 4년 넘게 경색돼온 남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MB 미얀마 방문 암호명은 '신기원'
'007작전' 방불 철통경호 속 극비리 진행… 당일 대외 공표


박종진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14일 미얀마 국빈방문은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암호명 '신기원'으로 이름 붙여진 극비 작전에 따라 모든 것을 비밀리에 붙이고 철통 경호를 취한 것.

미얀마는 지난 1983년 10월 북한 공작원 테러로 당시 서석준 부총리 등 32명이 사상한 아웅산 폭발 사건의 아픔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고 존엄'모독을 이유로 이 대통령에 대해 호전적인 언행을 계속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이고, 그래서 방문 일정은 당일에야 공표됐다.

당초에는 이 대통령의 방문 사실도 신변 안전을 고려해 수도 네피드 도착 후 공표하려 했으나, 해외 인사의 방문을 적극 홍보하려는 미얀마 정부의 요청으로 청와대는 도착에 앞서 이날 현지 시간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시)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그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와 청와대 경호처는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 대규모 경호관을 미얀마 현지에 투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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