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해피존 사업 입찰 비리선량한 시민에게는 사기꾼

지하철상가 임대 비리로 검찰에 구속된 K씨는 지하철 입점 희망업체들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K씨는 이렇게 축적한 돈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을 옭아맨 이국철 전 SLS 회장과 같은 '폭로꾼'의 등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꾼이 과거 로비 내역을 폭로하거나 양심선언을 할 경우, 전 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현 정부도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정권 핵심부와 유착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가 최근 자신의 로비 내용 폭로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A사의 고위관계자 K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궁지에 몰리자 '주인'을 무는 '사냥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상가 임대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구속된 K씨가 자신의 로비 내역을 밝히겠다며 접촉 해오고 있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는 지난 2월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64)을 뇌물수수및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음 전 사장에게 금품을 건넨 K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ㆍ뇌물공여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K씨는 이미 지하철 입점 희망업체들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음 전 사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재직 시절 지하철 역사 내 상가 임대 사업인 '해피존 사업'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K씨로부터 2008년 9월~2009년 4월 16차례에 걸쳐 1,6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음 전 사장은 중국 유학 중인 딸 혹은 며느리 명의로 송금을 받아 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당초 K씨가 수억원이 든 돈 가방을 음 전 사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했지만 관계자 진술이 엇갈리는 등 혐의 규명이 어려워 이 부분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로비스트 지금 왜?

K씨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청와대와 검찰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의도가 지금으로서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K씨는 참여정부 시절 대 정부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 정권 들어 사정기관의 처벌을 받았다. 그런 그가 야권에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K씨가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다시 이슈로 등장하자 현 정권으로부터 표적사정을 당했다는 것을 폭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 추측대로라면 야권 입장에서는 K씨가 양날의 칼인 셈이다. 표적 사정을 들추기 위해서는 당연히 로비 내용을 언급할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참여정부 시절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K씨는 참여정부 시절 지하철상가 임대업 등을 주로 해오다 최근 지하철 상가 임대 비리와 관련, 검찰에 구속됐다. K씨는 지하철역사 내 점포임대 사업을 하며 조성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으로 P씨와 B씨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사세를 확장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그가 최근 로비내역 폭로 움직임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에서 또 다른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혹은 표적사정을 캐기 위해 K씨와 접촉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지만 민주당 측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현 정권 들어 K씨에 대한 집중 조사가 시작됐다. 이 조사 배후에는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있다고 한다. 김 전 기획관이 감사원을 움직여 2010년 상반기에 A사에 대한 표적 감사를 실시하고, 같은 해 10월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비슷한 '불법행위'일 수도 있다.

거물급 전방위 로비스트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K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측 인맥을 꿰고 있지만,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시장의 최측근인 음 전 사장에게도 뇌물을 건네는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금품로비를 벌인 거물급 로비스트다. 이국철 전 SLS 그룹 회장이 걸어온 길과 유사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K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로비 내용에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며 "만약 K씨가 로비 내용을 폭로할 경우 검찰과 여․야 모두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인 불법사찰로 시끄러운 상황에 '표적 수사' 사실이 불거지면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 또 정ㆍ관계 전방위 로비 내용이 폭로될 경우 친노 진영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내홍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검찰도 정권의 표적수사를 실행했다는 점에서 곤란해 질 수 있다.

야권은 K씨의 폭로가 불법사찰 호재를 이용할 기회로 보고 있으면서도 지난 정권에서 막대한 이권을 챙기고 로비를 벌인 K씨의 이력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K씨는 또 선량한 시민들에게는 말 잘하는 사기꾼이었다. K씨는 본인 명의 재산이 없어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를 약속하면서 "지하철 좋은 매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2009년 6월~2010년 1월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72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구속됐다. K씨에게는 음 전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추가됐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