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저축은행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저축은행들의 정치권 비자금 제공 의혹 등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에서 경영 개선 명령을 받고 6개월 간 영업정지를 당한 삼화저축은행 서울 삼성동 본점에 고객들이 몰려와 예금 지급 등을 문의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제2차 저축은행 퇴출로 저축은행들의 정치권 비자금 제공 의혹 등이 또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최대 저축은행이었던 솔로몬을 비롯해 미래, 한국, 한주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및 오너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면서 정치권과 저축은행간의 커넥션이 올 연말 대선의 핫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12월에 인수한 삼화저축은행이 향후 대선 국면에 야권의 공세로 게이트로 비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과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야권이 대선기간 중 삼화저축은행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할 예정"이라며 "여권 대선 후보를 비롯해 유력 인사들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화저축은행의 신삼길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권에서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삼화저축은행과 관련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고 물리는 함수관계

민주당이 한 관계자는 "삼화저축은행 건에 대해 현재 자체적으로 확보한 자료도 있고 당 내부적으로 조사 중인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신삼길 회장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있는데,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크게 문제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삼화저축은행에 연루된 의혹이 나돌고 있는 인사는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씨. 서씨는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다. 그래서 민주당은 삼화저축은행이 박 전 위원장과 연루 의혹이 있는 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끌만큼이라도 의혹이 있을 경우 민주당은 대선의 주요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 전종화(나무이쿼티 대표)씨는 브로커 이철수씨, MB의 보좌관 출신이었던 윤만석씨와 함께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부실 덩어리인 삼화저축은행 고문을 맡았다는 이유로 청와대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밖에 MB 친형인 이상득 의원, 이상은 다스 회장도 삼화저축은행과 관련해 이런저런 소문이 들리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서둘러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한 내막도 야권에서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이팔성 회장은 얼마 전 문제가 불거진 파이시티 비리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이 회장은 MB 대선 캠프와 인수위원회를 거친 MB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일부에서는 "MB정부가 삼화저축은행건이 게이트로 비화하는 걸 막기 위해 서둘러 우리금융이 인수하도록 한 게 아니냐"고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저축은행 대권레이스 변수

삼화저축은행 뿐 아니라 다른 저축은행도 대선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줄줄이 터진 저축은행 퇴출 사건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은 총 20개에 이른다. 퇴출에 따른 부실정리 비용도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천문학적 돈 가운데 일부가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저축은행 사건은 캐다 보면 거의 예외 없이 정치권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 수사 방향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예컨대 솔로몬저축은행의 임석 회장은 지난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회 기획국장을 지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다닌 소망교회 내 금융인 모임 '소금회'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다. 임 회장은 또 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정책대학원 총학생회장, 교우회 부회장 등을 맡기도 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솔로몬이 총 자산 5조원 규모의 업계 1위에 올라선 배경에는 정관계에 구축한 인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1,000억원대 불법 대출과 40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역시 정치권 로비 의혹을 휩싸여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함께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APCA) 1기에 함께 등록해 수강한 사실이 있다. 김 회장은 또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과도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기자 jh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