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호 새 선장 황우여 순항할까이회장 총재와 인연 15대 전국구로 입문 온건 합리형 리더십 법관 출신 원칙 고수오픈프라이머리 공세 어떻게 방어할지 관심 견제기능 약화된 당 화합 추구도 과제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15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대표에게 당기를 전달하고 나서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지난 4ㆍ11 총선 직후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은 누가 잡고, 국회의장은 누가 맡느냐"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단독 과반의석(152석)을 차지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자연스럽게 19대 전반기 국회 국회의장과 초대 당대표 자리를 두고 물밑경쟁이 뜨거워졌다.

총선 때 지역구 낙천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불출마한 김무성(61) 전 원내대표, 충청권 친박(친 박근혜)의 대표주자인 강창희 의원(66ㆍ6선), 내리 5선에 성공한 황우여(65) 전 원내대표 등이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강창희 당대표, 황우여 국회의장'을 기정사실처럼 여기기도 했다. 대선 승패를 가를 충청권의 강 의원이 당을 맡고,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의 황 의원이 국회를 이끄는 게 '순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인천 연수구)이라는 지역적 상징성,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 설정, 상대적으로 친박 색채가 덜하다는 점 등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황 의원이 새누리당 초대 당대표에 더 적합한 것 아니냐는 쪽으로 점차 의견이 모아졌다.

1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에서 열린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새누리당 제1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신임대표가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원내에 진입한 강 의원은 일단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승리에만 전념할 것으로 전해졌다. 불출마와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김 전 원내대표도 특별한 '벼슬' 없이 박 전 위원장을 도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박(新朴) 중진인 황우여 의원이 지난 15일 당대표에 선출됐다. 황 신임대표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화에서 대의원 당원 청년선거인단 투표(7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유효투표 9만7,902표 가운데 3만27표를 얻어 1만4,454표에 그친 이혜훈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황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당내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당 쇄신을 추진해 다시 정권을 잡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계파 없이 공정한 (대선) 경선을 치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헌법 전문가, 화합형 리더

서울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등 사법부에서 승승장구하던황 대표가 정치권으로 발을 들인 데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현 자유선진당 의원)와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왼쪽부터 손학규, 윤증현, 강만수
이 전 총재가 감사원장을 할 때 황 대표를 감사위원으로 발탁해 친분을 쌓았고, 이 전 총재가 정계에 들어와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을 맞자 황 대표는 비서실장으로 활약해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그 공로로 15대에 전국구(현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황 대표는 16대부터 19대까지 4차례 연속 인천 연수구에서 당선됐다.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으로 불릴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지만, 황 대표의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관리가 그만큼 무난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헌법 전문가이지만, 황 대표의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 영역은 줄곧 교육 분야였다. 그는 17대 국회 전반기 때 교육위원장을 맡아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안 통과 추진을 저지하기도 했다.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 황 대표는 당의 주류로 굳게 자리매김한 친박 진영과 가깝다. 황 대표는 친박의 절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때부터 황 대표의 이름 석자 앞에는 '신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는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선호하는 화합형 리더다. 하지만 확고한 소신이 서면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원칙을 고수한다. 지난 2일 열린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당 내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 몸싸움 방지법 등을 처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야당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취임 직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당시에는 권한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단 상태였지만, 새누리당 대표의 노 전 대통령 묘역 방문은 황 대표가 처음이었다.

야권 등 공세에 단일대오 형성

황 대표의 당선을 두고 "또 친박" "친박이 다 해먹는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지난 9일 친박계 중진인 이한구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된 데 이어 15일에는 황 대표가 당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황 대표와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4명 중 3명도 친박계로, 새누리당은 명실상부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사당(私黨)이 됐다. 황 대표에 이어 2위로 최고위원이 된 이혜훈 의원, 4위 정우택 당선자, 5위 유기준 의원은 박 전 위원장 사람들이다.

친박계의 힘은 대의원과 선거인단 투표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황 대표와 이 의원의 득표율만 합쳐도 50%에 육박한 반면, 비박 진영 주자였던 심재철 원유철 의원의 대의원과 선거인단 득표율은 13%에 그쳤다. 이는 19대 총선을 통해 친박계와 비박계의 당협위원장 비율이 7대3으로 역전된 데서 비롯된 결과다.

사실 황 대표로서도 이런 대목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박근혜 전 위원장 개인적으로 보면 친정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대권 행보에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지만, 당 전체적으로 보면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새 지도부는 야권과 비박 진영의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방어팀 역할을 잘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그리고 최고위원들이 대부분 친박계인 만큼 야권과 친이계의 공격에 맞서 단일대오 형성이 가능하다.

최대 과제는 공정한 경선 관리

황우여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여의도 당사에서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민생을 돌보고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며 약속한 바를 실천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럼에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 등 비박 진영 예비주자들의 거센 연합 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 주자들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대선 후보 경선 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경선 룰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 등은 박 전 위원장이 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기존 경선 룰을 적용하면 승산이 전혀 없다고 보고 있다.

친이계인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당 사무처에서 본격적으로 실무 검토를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경선 룰 변경을 요구했다. 심 최고위원의 발언은 친이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위원장은 "선수가 룰에 맞춰 경기해야 한다"며 경선 룰 변경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는 대세론이 굳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모험을 택할 이유가 없다.

현행 경선 룰은 '2:3:3:2(대의원: 책임당원: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대의원과 당원의 의견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에 반해 오픈프라이머리는 미국처럼 일반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당원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박 주자들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만이 유일한 승부수다.

황 대표는 "경선 룰에 대해 후보들 간에 문제 제기가 있으면 정식으로 수렴하겠다.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수렴 방식과 절차를 검토하고 의견을 나눈 다음 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당 지도부 대부분이 친박계라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17대 대선 때 사무총장으로서 경선관리를 해본 경험이 있다"며 "경선은 당헌 당규에 따른 엄격한 절차 진행이 생명이기에 새로 들어설 사무총장과 이 점에 대해 분명한 대국민 약속을 하고, 모든 후보들의 의견이 잘 수렴되도록 원만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경선준비기구 간에 계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우리에게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양하고, 계파 없이 공정한 경선을 치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신임 당대표는

출생: 1947년 8월 3일

출생지: 인천

가족관계: 고 이선화씨와 사이에 1남 2녀

출신교: 인천 송림초교-인천중-제물포고-서울대 법대(박사)

주요경력: 춘천ㆍ제주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이회창 선거대책위의장 비서실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5선 의원(15~19대), 새누리당 당대표(2012년 5월 15일~)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후보 득표

순위 이름(나이, 지역구) 총 득표

1 황우여(65ㆍ 인천 연수) 3만27

2 이혜훈(48ㆍ원외) 1만4,454

3 심재철(54ㆍ안양 동안 을) 1만1,500

4 정우택(59ㆍ청주 상당) 1만1,205

5 유기준(52ㆍ부산 서) 9,782

6 홍문종(57ㆍ의정부 을) 8,524

7 원유철(49ㆍ평택 갑) 4,755

10 김경안(56ㆍ원외) 3,863

11 김태흠(49ㆍ보령ㆍ서천) 3,792

*1위는 대표, 2~5위는 최고위원. 이혜훈은 17, 18대 의원, 김경안은 19대 익산 갑 출마

김근태·손학규·강만수 등 동기
■ 서울대 65학번 누가 있나
황우여 대표는 서울대 법대 65학번이다. 서울대 65학번은 인재가 많기로 유명하다.

황 대표가 나온 법대의 경우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고 조영래 변호사를 비롯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65학번이다. 고 조 변호사는 서울대 전체수석으로 입학해 한국 학생운동사와 민권운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90년 12월 43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강만수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퇴임 후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3월 산은금융그룹(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 행장에 취임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고, 기획재정부 장관 재임 중 사임한 정운찬 전 총리를 대신해 총리직을 대행하기도 했다.

법조에선 손지열 이홍훈 등 대법관만 5명을 배출했다. 특히 홍 대표는 손지열 전 대법관과는 막역한 사이로 대학 재학 시 인천 집에도 자주 놀러 왔으며 사법시험도 함께 통과해 인연이 깊다.

서울대 65학번 중에는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지난해 12월 작고한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있다. 손학규 김근태 고문은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서울대 운동권 3인방으로 불렸다.

5선(15∼19대)의 황 대표는 김근태 고문과는 15, 16, 17대 국회에서, 손학규 고문과는 15, 16, 18대 국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친정체제 완성한 박근혜 내달중 대선캠프 문열듯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잠시 '방학'에 들어간다.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이끌고 당 체제를 정비한 후 대선 구상을 위해 한시적으로 휴업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9일 이한구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15일에는 황우여 대표를 새 선장에 앉히면서 명실상부한 박근혜 친정 체제가 완성됐다.

박 전 위원장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15일 "이제 대선이 7개월 남았다. 우리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민심의 무서운 경고 또한 확인했다"면서 "만약 이번에도 국민의 경고를 안이하게 생각하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풀지 말 것을 주문했다.

전당대회를 끝으로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박 전 위원장은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대선 구상에 들어간다. 박 전 위원장은 '젊은 선거대책본부'라는 슬로건 하에 내달 중 대선 캠프를 꾸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캠프는 2007년 경선 때와 달리 현역의원들은 최소화한 채 원외 당협위원장과 보좌진들 위주로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