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GS칼텍스, 삼성, 롯데, 포스코 기업관.
4년 6개월의 긴 준비 끝에 '2012 여수세계해양엑스포'(이하 여수엑스포)가 시작됐다. 1993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두 번째 국제박람회기구(BIE: 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공인박람회이다보니 정부기관은 물론 문화ㆍ관광ㆍ예술ㆍ언론 등 제 단체들도 여수엑스포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수엑스포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또 하나의 단체는 이번에 참가한 대기업들이다. 여수엑스포에는 삼성, 현대차, SK텔레콤, LG, 롯데, 포스코, GS칼텍스 등 7개 대기업이 참가했다. 기업관 설치에 관한 정부 요청도 있었지만 약 1,000만명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관람객 수를 고려할 때 이번 엑스포로 인한 홍보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수엑스포의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채 자사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저마다 특색있는 7개 기업관

여수엑스포에 참가한 7개 대기업은 저마다 특색있는 전시, 공연, 체험공간을 구성,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삼성관은 '창조적 공존, 함께 그리는 미래'라는 주제로 자연의 근원인 빛, 바람, 물로 구성됐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I 등 3개 계열사가 참여했다는 삼성관은 다른 기업관과 달리 자사의 제품이나 이미지가 전시돼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입구부터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곳곳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이동하면 한 번에 500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이 나타난다. 지구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 소녀가 빛, 바람, 물의 정령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삼성관의 공연은 여수엑스포의 자랑인 빅오쇼와 더불어 가장 호평을 받는 공연이다.

현대차관은 여수엑스포의 최상위 등급 후원사답게 7개 기업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라는 주제를 담은 현대차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 2층에 각각 설치된 역대 차량모형 34대와 에쿠스, K5를 분해한 150여 개의 부품이다. 현대차관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통합체험관은 3,500개의 박스가 설치된 벽체가 영상과 함께 움직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SK텔레콤관은 '행복_구름'을 주제로 정보통신기술의 미래와 자사의 비전을 담아 구성됐다. 건강, 교육, 자동차 등 실생활과 관련된 최첨단 ICT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 2월 스페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처음 소개된 스마트로봇이 전시돼 시선을 끌었다.

'Life is Green'을 주제로 꾸며진 LG관은 시원한 물줄기를 이용한 워터스크린으로 장식된 외관부터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설치된 54대의 LED TV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대형 미디어쇼를 벌이는 '미디어 샹들리에'와 LG 계열사들의 미래 기술이 집약된 전시관도 흥미로울뿐더러 한층 전체를 식물 100여종으로 꾸민 '인터랙티브 네이처'는 LG관만의 특징이다.

LG관은 여수엑스포의 모든 전시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옥상을 개발해 수(水)정원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여수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옥상 수정원'은 스카이타워를 제외하면 하나뿐인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전면이 유리로 만들어져 내부가 보이는 롯데관은 '롯데가 만드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는 세상'을 여행한다는 컨셉으로 꾸며졌다. 초대형 열기구를 타고 360도 라이더 서클 스크린을 관람하다보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어린이들의 호응도가 가장 높은 전시관이기도 하다.

'바다가 인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주제를 담은 포스코관은 자사의 역사와 친환경 사업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조개의 나선형으로 돌며 들어가는 내부공간과 귓속 달팽이관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대공간에서는 거대한 울림통으로 울려 퍼지는 심포니연주와 이색적인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7개관 중 유일한 여수기업인 GS칼텍스관은 동양적인 '논(Rice Field)'을 모티브로 에너지의 '지속 가능한 움직임'을 형상화한 '에너지 필드'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360도 원통형 스크린을 통해 블레이드 모양의 영상물이 상영되는 메인 쇼 룸은 화려한 영상으로 높은 호응도를 자아내고 있다.

여수엑스포 취지와 동떨어져

저마다의 전략을 동원해 관람객 몰이에 애쓰고 있는 7개 기업관이지만 여수엑스포의 취지와는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관을 통해 자사 홍보에만 집중한 탓에 엑스포 전체와 동떨어진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내용이다.

여수엑스포의 주제는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다. 소년과 듀공의 만남을 통해 바다와 인류의 상생을 담아낸 '주제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바다의 아름다움과 해양 역량 등을 돔 스크린 위에 풀어낸 '한국관', 해양생물 300종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 등 다른 전시관들은 대부분 여수엑스포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심지어 세계 각국의 국제관들도 바다가 주는 의미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7개 기업관에서만큼은 바다와 연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7개 기업관 중 여수엑스포의 주제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곳은 삼성관, LG관 정도다. 삼성관은 지구를 해구(海球)라 표현하며 자연과의 상생을 표현하고 있고 LG관은 '물'에 집중하고 있어 포괄적으로 여수엑스포 주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나머지 5개관에서는 바다와 연안에 대한 메시지가 약하거나 언급조차 돼 있지 않아 여수엑스포의 취지와 크게 벗어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관 최고 인기관 맞나?

여수엑스포가 예상보다 적은 입장객 수를 기록하며 홍보차원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기업관을 조성한 7개 대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입장 관람객 수로 인기도가 평가되는 탓에 기업들은 그동안 일일 관람객 수 공개를 꺼려왔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현대차가 자사 기업관의 누적 관람객 수가 가장 많다는 발표를 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현대차관의 누적 관람객 수가 4만명을 돌파하며 여수엑스포장 내에서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아쿠아리움을 앞질렀다고 22일 발표했다. 현대차 측은 통합 체험관인 '하이퍼 매트릭스'와 짧은 대기 시간, 다양한 공연프로그램 등을 인기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기업관을 운영하고 있는 타사 관계자들은 현대차의 발표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다른 전시관에 비해 볼거리가 특출나지 않은 데다 관람객들의 평도 별로 좋지 않은데 제일 많은 관람객이 들었을 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기업관 관계자는 "근처에 위치한 탓에 서로의 관람객 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관에 늘어선 관람객 줄이 다른 곳에 비해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데 심지어 여수엑스포 내 최다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