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걸맞는 경영시스템 필요 중소상인 밥그릇까지 넘봐

이랜드가 재벌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총 자산과 계열사 등의 기준에 따른 것으로, 패션전문기업으로는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 5조2,000억원, 계열사 30개를 운영하는 이랜드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이랜드에 '재벌'이란 타이틀은 아직 낯설다. 이제 막 '재벌' 대열에 합류한 이유도 있지만 경영시스템이나 상도의 등에서 재벌에 걸맞지 않은 경영및 영업 행태를 보인다는 평가에서다. 무엇보다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에 대한 사회적 눈총이 따갑다. 이랜드 역시 기존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패션기업 첫 '재벌' 합류

이랜드는 박성수 회장이 1980년 이화여대 앞에서 문을 연 2평 규모의 보세옷 가게에서 시작됐다. 당시 의류 시장이 고급브랜드 30%, 재래시장 저가상품 70%로 이분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박 회장은 블루오션인 중저가 시장을 개척,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1983년 교복자율화는 박 회장의 사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학생들은 교복을 벗어던지고 중저가 캐주얼로 몰려왔다. 박회장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확대, 유명 브랜드의 입지를 구축했다.

1990년대 이랜드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이랜드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1986년 처음 법인화 했을 당시 90개 가맹점에 매출액 65억원이던 규모가 불과 7년만인 1993년에는 2,000개 점포에 매출액 5,400억원까지 껑충 뛰었다.

기존 재벌기업들이 자행하던 문어발식 확장 행태를 답습한 것도 이 때부터다. 박 회장은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인수합병(M&A)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업종을 막론하고 수많은회사들을 집어삼키며 덩치를 불려갔다.

하지만 이랜드의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그동안 받아왔다. 실제로 한 꺼풀을 벗기고 이랜드의 안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비판이 나올만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패션 브랜드만 54개

먼저 본업인 패션분야에서 이랜드가 거느린 브랜드는 무려 54개에 달한다. 국내 패션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분야별로 보면 ▦캐쥬얼 브랜드 9개 ▦스포츠 브랜드 4개 ▦아동 브랜드 14개 ▦여성복 브랜드 12개 ▦악세서리 전문 브랜드 4개 ▦속옷 브랜드 7개 등이 있다.

이랜드가 이처럼 많은 브랜드를 보유한 것은 M&A 때문이기도 하지만, 브랜드를 무차별 론칭하는 특유의 기업 스타일에 기인한다.

이랜드 전ㆍ현직 관계자에 따르면 한 브랜드를 만드는 사업부에 편성되는 인원은 3~4명에 불과하다. 직급도 대리나 주임 정도다. 그야말로 브랜드를 찍어낸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직원들조차 어떤 브랜드가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모를 정도라는 후문도 있다.

이렇게 양산된 브랜드는 서울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랜드 브랜드가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패션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서울 명동을 보자. 현재 명동에 입점한 이랜드 계열 패션브랜드는 모두 20여개에 달한다. 뉴발란스, 티니위니, 미쏘, 스파오, OST, 비아니, 바디팝, 더데이언더웨어, 헌트이너웨어, 미쏘시크릿, 로엠, 콕스 등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가 이랜드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이랜드가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고 개별 브랜드로만 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또 유통업에도 나섰다. 지난 1994년 NC백화점을 인수하면서다. 이후 뉴코아, 2001아웃렛, 킴스클럽 등을 인수하며 유통분야를 확장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이랜드는 유통업계의 강자로 부상했고, 롯데, 신세계, 현대 등을 위협하는 위치로까지 올라섰다.

래저·건설·연예까지 군침

이랜드는 그룹의 두 축인 패션, 유통 외에 외식사업에도 숟가락을 얹었다. 이랜드는 외식분야에도 무려 12개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에슐리' '리미니' 등 패밀리 레스토랑은 점포수로 국내 1위 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카페' '카페루고' 등 커피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뽀쪼'라는 브랜드를 통해 아이스크림 사업까지 진출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심지어 이랜드는 재벌가 골목 상권 침해를 상징하는 이슈로 비화됐던 빵집까지 진출한 상황이다. '뺑드프랑스'와 '델라보보'를 통해서다. 이랜드는 또 '피자몰'을 통해 중소상권 침해 논란의 시초격인 피자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이랜드는 레저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이랜드레저비스가 이름을 바꾼 이랜드파크는 레저산업의 대명사인 콘도 사업은 물론이고, 여의도 렉싱턴호텔, 설악켄싱턴호텔 등 호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이랜드월드의 여행사업부를 떼어내 이랜드파크로 가져왔다. 테마파크 사업도 이랜드파크 이름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심지어 이랜드는 최근 연예매니지먼트 사업까지 넘보고 있다.

이밖에도 이랜드는 건설업, 가구사업, 교육사업, 선박건조업 등에도 진출해 있다. 얼마 전엔 메이저리그 야구단 LA다저스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섰다 고배를 마셨고, 쌍용건설 인수전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무리한 확장 부메랑 우려

이랜드의 이런 행보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중소기업 영역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기업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시간이 있다.

문제는 이랜드의 무차별 확장으로 중소상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밥그릇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 것. 중소 상인들 사이에선 이랜드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게 됐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실제로 명동에서 보세옷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이랜드는 옷가게 주인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며 "수많은 브랜드로 물량 공세를 펼치니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모씨도 "대형마트들이 피자 판다고 난리를 피우더니, 이젠 옷 만드는 회사까지 피자 사업을 넘보느냐"며 "대기업들 때문에 점점 먹고 살기 어려워진다"고 울분을 토했다. 빵가게 업주 이모씨는 "최근 대기업들이 베이커리 사업을 정리하는 상황에서 재벌급으로 올라선 이랜드만 빵사업에 골몰한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이랜드 핵심가치 중 하나로 '나눔'을 강조했다. '나눔'과 중소상인들의 불평 불만은 요즘 화두인 '상생' 차원에서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게 일반 서민들의 정서다. 이랜드가 앞으로는 '상생'과 '나눔'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죄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선 무리한 외형 확장이 자기 목을 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해태ㆍ뉴코아ㆍ한보ㆍ한라ㆍ진로 등 거대 그룹사들이 줄줄이 쓰러진 건 다름아닌 무리한 확장에 기인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랜드도 이미 2006년 1조7,500억원에 한국까르푸를 인수했다가 자금난에 봉착해 2년 만에 다시 토해낸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파크의 재무건전성에는 군데군데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랜드가 다른 분야에 기웃거리지 않고 패션업에만 역량을 집중했다면 지금쯤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친분 이용해 숨통 터줬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미래저축에 투자 지시 의혹
퇴출설 나돌던 지난해 9월 145억 들여 유상증자 참여


송응철기자


이 지난해 영업정지 위기에 몰린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투자를 계열사에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한 단서를 포착,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하나캐피탈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투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 전 회장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9월 퇴출설이 나돌던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4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저축은행은 하나캐피탈의 투자로 자기자본비율(BIS)이 5.25%로 높아져 영업정지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하나캐피탈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동생 명의의 건물과 가치 평가가 어려운 그림을 담보로 잡아 '수상한 투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김 회장 동생 명의 건물은 감정가를 웃도는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금융감독원의 제2차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8월, 평소 친분이 있던 김 전 지주회장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 회장으로부터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주선으로 김 전 회장을 직접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주회장은 또 유상증여 참여의 대가로 자신의 측근을 미래저축은행 요직에 기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지주회장은 미래저축은행 관련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지주회장은 "과 친하지 않고 천 회장을 통해 만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과 가까워서 비리가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면 나름대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찬경 회장
검찰은 또 하나은행이 2010년 7월 이 차명으로 소유한 충남 아산 소재 아름다운골프장의 무기명 회원권 18억원어치 상당을 사들인 과정의 불법성 여부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