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해외 개발형 민자사업 진출 활발단순 도급공사 돈벌이 안돼 발전소 등 사업분야 다양SK건설, 라오스 수력발전 9억달러 규모 첫 진출"미래 성장동력" 한목소리

성물산이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가스 복합화력발전소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인도차이나 반도의 배터리(Battery)'로 불리는 라오스. 전기는 이 나라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다. 라오스는 메콩강의 풍부한 유량을 이용한 수력발전으로 연간 2,000만㎿ 이상의 전력을 인근 태국과 베트남 등에 수출한다.

SK건설은 지난 2010년 '세피안~세남노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라오스 수력발전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총 사업비가 9억달러 규모인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이 단순 시공만 맡은 것이 아니라 700억원 가량의 자본을 투입해 발전소 운영에도 참여하는 민자발전사업(Independent Power PlantㆍIPP)으로 진행된다. 규모도 크지만 이 사업은 국내 건설사들이 라오스 민자수력발전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한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 사업을 발굴해 자금을 조달하고 시공과 일정기간 운영까지 담당하는 개발형 민자사업에 대한 국내 건설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발주처에서 공사비를 받아 설계와 조달, 시공을 일괄도급(EPC) 방식으로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해외 건설시장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순 도급 형식의 공사만으로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시공뿐 아니라 운영수익도 함께 얻을 수 있는 해외 개발형 민자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발전소에서 병원까지 사업 분야 다양화

국내 건설사 중 해외 개발형 민자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21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Qurayyah) 민자발전사업을 수주했다. 국내 건설사가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민자발전사업을 수주한 것은 삼성물산이 최초다.

SK건설이 짓고 있는 싱가포르 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 공사 현장. SK건설은 SK가스등그룹 계열사와 함께 지분을 투자한 뒤 시공을 맡고 있다. SK건설 제공
삼성물산은 올 들어 해외 민자사업의 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영국의 돈 밸리 민자발전사업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터키의 헬스케어 민관협력사업(PPP)와 미국의 타판지 교량사업 등의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SK건설은 그룹 계열사와 함께 약 24억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에 대주주로 참여해 시공을 맡았다. 또 라오스의 남썬1 수력발전사업과 리전오일 수력발전사업 등에 대한 사업 타당성을 조사 중이다.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업체들도 해외 개발형 민자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한은 7억7,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아 태양열ㆍ복합발전소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쟁 치열해 단순 시공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

건설사들의 해외 개발형 민자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해외건설시장의 수주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건설사들은 우수한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고 중국ㆍ인도ㆍ터키 등의 후발업체들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 선진국과 신흥 개발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가 된 것이다.

이처럼 해외건설 수주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 수주액은 109억달러(22일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189억달러)보다 43%가량 급감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경쟁이 심한 단순 도급 사업은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투자개발형 사업이나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단순 시공만으로는 국내 건설사들이 안정된 사업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업 발주만을 기다리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거나 발주처의 사정이 악화됐을 경우 이는 고스란히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진다. 일례로 삼성물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토목ㆍ건축 발주가 급감하면서 2009년 수주 실적이 전년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공보다는 자금조달과 운영에서 얻는 수익이 더 크다"며 "직접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전체 프로젝트를 조율할 수 있어 마진을 얻는 범위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개발사업이 미래" 이구동성

그동안 개발형 민자사업 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속속 조직을 정비하고 해외 민자사업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 들어 플랜트사업본부에 속해 있던 발전플랜트실을 본부로 격상해 국내외 민자발전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EPC와 개발사업을 융합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금융조달 능력을 결합해 해외 개발형 민자사업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GS건설 역시 민자발전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관련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월 유망시장 발굴 작업을 완료했으며 해당 지역 내 프로젝트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도 개발사업본부에 있던 해외민자발전사업팀을 해외영업본부 내 해외개발사업기획실로 옮겨 전문성을 갖추도록 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은 부족한 인프라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고 선진국은 노후화된 기반시설을 재정비하는 사업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 "앞으로 개발형 민자사업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금융조달 등 부족한 부분을 하루빨리 보완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