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사태'부른 이석기는… 당의 앞날은?●이석기는 민혁당사건으로 실형 불행한 가족사 발단 CNP운영 자금줄 역할●통합진보당은 검찰 수사 큰 압박 금품수수등 확인땐 존립마저 흔들릴수도

통합진보당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핵심세력으로 지목된 이석기 비래대표당선자가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 의원)의 최후 통첩에도 불구, 버티기로 일관했다. 혁신비대위는 당초 지난 21일에서 25일 낮 12시로 당의 경쟁 부문 비례대표 사퇴 마감시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비례대표 부정선거와 종북(從北) 주사파 의혹을 받고 있는 구당권파 측의 이석기(50) 김재연(32) 당선자는 끝내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혁신비대위는 이 당선자와 김 당선자에 대해 출당 조치를 내렸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국회의원 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 관계에 있는 민주통합당에도 제명 논의를 공식적으로 제의했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통해 대선 정국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던 민주통합당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고개를 들어 국민을 봐달라"는 말로 두 당선자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으나 역시 소용 없었다.

2003년 6월 양심수 이석기씨가 암 투병중인 모친과 상봉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또 "야권 연대는 국민과 민생을 위한 국민 연대, 민생 연대"라며 "국민의 뜻을 저버린다면 야권 연대는 존립 근거를 잃는다"며 야권 연대 파기 가능성마저 비쳤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당에서 쫓겨나더라도 의원직은 유지하는 만큼,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려면 재적의원(300명)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지난 18대 국회까지 의원 제명안이 본회의에 회부된 것은 총 4차례였으나, 이 가운데 실제 제명된 사람은 1979년 김영삼 신민당 총재 1명뿐이었다. 동료 의원을 내친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다.

당 혁신비대위, 민주노총,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4각 편대'의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19대 국회 초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또 사태가 길어질 경우 이들은 12월 대선 정국에서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이석기는 누구

통합진보당 당선자인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원비상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미희 당원비대위 대변인, 오병윤 위원장, 유선희 당원비대위 집행위원장.
이석기 당선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비례대표 경선에 대해 "총체적 부실, 부정"이라고 한 것도 이 당선자를 염두에 둔 말이다.

이 당선자는 1982년 외대 용인캠퍼스 중국어통번역학과에 입학해 주축 운동권 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NL(민족해방ㆍ범주체사상) 사상을 키워갔다. 불법시위로 인한 제적과 재입학 끝에 1988년 8월 졸업한 이 당선자는 이듬해인 89년 3월 주사파 운동권인 하영옥(서울법대 82학번)씨 등과 함께 '반제청년동맹'을 결성해다. 이 조직은 89년 4월 이른바 '강철서신'으로 대학가에 주체사상을 전파시켰던 김영환씨가 중앙위원으로 합류한 뒤 1992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으로 개편했다.

이후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주체사상에 회의를 느낀 김영환씨가 97년 7월 민혁당 공식 해체를 선언하자, 조직 재건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이가 하영옥씨와 이석기 당선자였다고 한다. 이 당선자는 1998년 여수에서 발견된 북한 반잠수정에서 하씨가 북한 간첩과 연루돼있다는 증거가 발견돼 검거되자 2년 넘게 도피생활을 하다가 2002년 5월에서야 체포됐다. 이 당선자는 2003년 8ㆍ15 특사로 풀려난 뒤 경기동부연합 출신인사들과 함께 당권파의 사업을 맡으며 2005년 2월 'CNP전략그룹'을 만들었다.

이 당선자의 가정사는 불행했다. 이 당선자의 누나인 이경선씨는 국방부 부이사관이었으나 수배 중인 동생에게 생활비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법적 투쟁 끝에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그러나 일련의 일들을 겪는 과정에서 건강이 크게 악화됐고 2005년 6월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씨의 변호인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였다. 아들 때문에 늘 마음 졸이던 이 당선자의 어머니 김복순씨는 암 투병 끝에 2008년 3월 세상을 등졌다.

이 당선자는 민주주의민족통일연합(전국연합)의 지역부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을 중심으로 이뤄진 구당권파의 실질적인 리더다. 무명에 가깝던 그가 당 비례대표 일반명부 경선에서 27%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구당권파는 이 당선자가 계파의 실세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상규 당선자(서울 관악 을)는 "(이 당선자는) 내가 직접 겪은 사람인데 실세니 뭐니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자도 얼마 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실세라는 것은 언론에서 만든 말이다. 우리 당의 실세는 당원 대중"이라며 "만일 그 말(실세)이 사실이라면 당을 쥐락펴락할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인데 이렇게 사퇴 압력을 받는 힘없는 사람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의혹 출발은 부정선거

이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의 출발은 부정선거다. 비례대표 온라인투표 때 중복IP 투표로 논란을 빚었던 이 당선자가 이번에는 투표 독려 시비에 휘말렸다. 일각에서는 과거 한나라당의 '차떼기'에 비유해 '노트북 떼기'라고 비판한다.

지난 21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당시 온라인투표 과정에서 구당권파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이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공개 투표가 원칙인 만큼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부정행위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근무하는 통합진보당 당원은 당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온라인투표 과정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대자보를 올렸다. 이에 앞서 전주공장 조합원들은 공장 내에 '가장 깨끗해야 하는 진보정치가 시정잡배보다 못한 짓거리'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대자보에 따르면 지난 3월 비례대표 경선 때 "이석기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한 노동자회 회원들이 노트북을 직접 들고 다니면서 당원들에게 온라인투표를 해달라고 권유했다.

이 공장 조합원 중 통합진보당 당원은 300여명이다. 대자보를 게재한 당원들은 "현대자동차 출신 노동자 후보를 제쳐두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석기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독려한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행태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트북 떼기'의 배후로 지목된 노동자회는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노트북을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차원에서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이 당선자가 당적을 변경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이 당선자는 사퇴 압력이 거세지자 서울시당에서 경기도당으로 당적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이 당선자는 19대 총선 성남 분당 갑 예비후보였던 같은 당 전지현씨의 집으로 주소를 옮겼으나 실제 이곳에서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당선자의 당적 변경에 대해 혁신비대위의 사퇴 압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 당선자가 구당권파의 세가 강한 경기도당에 적을 두고 있으면 최소한의 '방어벽'은 구축할 거라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CNP, 검찰 수사에서 물증 나오면 치명타

검찰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이 당 핵심 인사들의 금품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간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CNP 수사를 통해 금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당선자는 물론이고 구당권파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 당선자가 이끌었던 CNP는 구당권파를 지탱하는 젖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인사들의 금품 의혹 수사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침은 명확하다. 임정혁 대검 공안부장은 지난 22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검찰이 제기하고 있는 금품 관련 의혹은 크게 세 가지. 공교롭게도 세 가지 의혹에 이 당선자가 운영해온 CNP 전략그룹이 거론된다. CNP는 2005년 2월에 설립된 선거 기획광고 대행사로, 이 당선자는 지난 2월까지 이 회사를 운영했으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경영에서 손을 뗐다.

검찰은 먼저 총선 때 이상규 당선자 등 구당권파 측 지역구 당선자 4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CNP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검찰은 또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 민주노동당이 CNP를 홍보업체로 이용하면서 각각 13억여원을 지불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민주노총 산하 한 노조가 불투명한 조합비 처리 과정을 거쳐 최근 2년간 CNP에 4억원 규모의 광고대행 업무를 몰아준 일도 꼼꼼히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실한 물증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검찰이 통합진보당을 전면으로 압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파장은 예상외로 커지게 된다. 통합진보당이 존립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통합진보당 계파별 특징

구분 특징

민노계 구당권파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동당 출신의 자주파(NL)

민노계 구비주류 울산연합, 인천연합을 중심으로 한

자주파와 기타 민주노동당 출신

참여계 국민참여당 출신

통합연대계 진보신당 탈당파와 평등파(PD)

민주노총ㆍ시민사회 -

●통합진보당 계파 구조

구분 주요 인물

민노계 구당권파 이정희 장원섭 우위영 이의엽

민노계 구비주류 강기갑 권영길 김창현 김성진

참여계 유시민 천호선

통합연대계 심상정 노회찬 윤난실

민주노총ㆍ시민사회 조준호 김영훈

●19대 국회 통합진보당 당선자

구분 주요 인물

민노계 구당권파 이석기 김재연(이상 비례)

이상규(관악 을) 김미희(성남 중원)

오병윤(광주 서 을) 김선동(순천ㆍ곡성)

민노계 구비주류 윤금순(비례ㆍ사퇴)

참여계 강동원(남원ㆍ순창)

통합연대계 심상정(덕양 갑) 노회찬(노원 병)

민주노총ㆍ시민사회 정진후 김제남 박석원(이상 비례)

분당 돼도 4년간 130억원 받는다
●구당권파 갈라서면… 이석기등 6명 합류 예상 신당 창당 독립할 경우 국가보조금 상당한 액수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파문에 이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통합진보당은 침몰 위기에 처했다. 당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이르렀고, 지지율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의 심장이라 할 당원명부가 검찰의 손에 넘어간 데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이끌어낼 만한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의 심각성은 더하다.

현재대로라면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데도 큰 걸림돌이 없다. 무소속의 경우 상임위원회 자리만 국회의장이 배정할 뿐 나머지 활동은 정당 소속 의원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 통합진보당에서 두 당선자를 내쳐도 그 조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최대 194일이나 소요된다. 194일이면 이 사태가 12월 대선 정국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두 당선자가 경기도당으로 이적한 만큼, 경기도당 당기위원회에서 가벼운 징계를 내린다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당기위 징계 심의절차는 최대 90일까지 소요될 뿐 아니라 당선자들의 항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30일 국회 개원 이후로도 혁신비대위 측의 신당권파와 당원비대위 측 구당권파의 '각방 동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모두 "결코 분당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만큼 갈등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당원비대위 측의 이상규 당선자는 "비례대표들의 출당은 결국 분당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따라서 당원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세력들의 신당 창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럴 경우 이석기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 김선동 오병윤 당선자 등 의원 6명이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의석 6개를 보유한 정당은 연간 국고보조금 19억6,000만원 등 19대 국회 4년 동안 약 130억원의 보조금(대선 등 각종 선거에서 후보를 배출할 경우 포함)을 챙길 수 있다. 전방위 압력에도 불구하고 구당권파 측이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를 사퇴시키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합진보당의 분당이 현실화된다면 민주통합당은 범신당권파와 손을 잡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박지원 위원장은 얼마 전 한 TV에 출연해 "야권 연대를 끊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속단하지는 않더라도 숨은 뜻을 이해해달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