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정기관, 대선 앞두고 종교계 '정조준'하나진보성향 고위인사 사생활·재산 조사설 '솔솔' 검찰보단 언론 이용 가능성수백억원 횡령 혐의 감경철 회장 곧 소환 방침… 한기총 자금 흐름도 주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조계종 전국 25개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최근 소속 승려들의 도박파문 사태를 참회하는 의미에서 108참회 정진을 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 '불교계 사찰' 기사와 관련 알려드립니다

본지는 제2426호 제8면 “불교계 자금 야권 들어갔다”의 제목으로 정보기관이 불교계를 관찰하고, 이와 관련된 보고서가 정보기관에 보고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에 언급된 보고서 또는 문건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파이시티 사건을 계기로 MB 정부의 불법 대선자금 등 각종 비자금 조성 의혹에 불씨가 댕겨진 가운데 정치권에 종교계 비자금 유입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종교계의 여러 문제와 맞물린 느낌을 주고 있어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정권이 기독교계를 통해 정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의 일부가 기독교계 자금이라는 소문도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민주통합당은 MB 정부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정권의 여러 비리의혹들을 추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정국 때 조사특위가 불법 대선자금을 비롯해 여러 쟁점들을 꺼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종교계가 이번 대선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종교계에서 생산된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사정기관과 정보기관의 보고에 근거한 것이다.

사정기관은 수개월 전부터 한국기독교총연합과 대형교회 등 기독교계의 자금흐름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아울러 현정권 들어 정치적으로 진보성향을 보이고 있는 불교계의 각종 자금도 정보기관의 관찰 대상이다.

얼핏 MB정부의 비자금과 종교계는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고요한 물속으로 들어가 보면 생각지도 못한 '대어(大漁)'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 파다하다. 최근에는 불교계에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관측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불교계 문제 급부상 조짐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불교계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두고 "진보성향의 불교계 고위인사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불교계에서 진보진영으로 정치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야권의 한 인사는 "최근 사정기관을 중심으로 불교계에 관한 여러 첩보가 상부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첩보들을 살펴보면 진보성향의 스님들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이는 누군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 종교개혁을 시도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불교계 일부에서는 "첩보 보고 의도는 둘째 치고 만일 보고서 내용대로 불교계의 부패가 심각하다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주간한국>은 최근 정보기관과 사정기관 등에 보고된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도박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불교계의 '고질병'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조계종의 고위 인사인 L스님이 2009년 총무원장 선거 직전 서울 강남 소재 모 호텔 객실에 장기 투숙하면서 거액의 포커 도박판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인사는 조계종의 핵심인사들인 A스님과 B스님 등 7, 8명과 함께 억대 도박을 했다고 한다. 또 당시 도박판에 참여했던 M스님이 이 사실을 양심 선언할지 여부를 놓고 최근 고민 중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M스님은 과거 L스님의 핵심측근으로 그가 고위직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뜻이 맞지 않아 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뿐 아니라 M스님이 양심 선언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L스님이 최근 M스님 달래기에 나섰다고 적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L스님은 M스님과 접촉해 조계종의 고위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스님은 이를 거절한 상태다.

불교계의 한 인사는 "L스님이 고위직을 제안하며 폭로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으나 M스님은 일단 거절한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양심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또 L스님의 복잡한 사생활에 대해서도 소상히 적혀 있다. 정보기관이 첩보를 취합한 이 문건에 따르면 L스님은 현재 부인이 있으며 가족들 명의로 상당한 돈을 빼돌렸다.

L스님은 서울 모처에 부인 K씨를 두고 있으며 슬하에 딸까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딸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스님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그가 머무는 절에서 운전기사 없이 직접 차를 몰고 나가는 경우가 잦다. 고위직에 오른 뒤에는 부인에게 벤츠500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보진영 편에 선 정치적 행보로 논란을 일으켰던 J스님도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스님과 J스님은 여러 통로를 통해 들어오는 자금이 해마다 수백억 원대에 이르며 개인재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이들이 자신들의 재산 일부와 종단 내부 공금 일부를 정치권에 흘린 정황이 있다고 적혀 있다.

불교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여권에서 불교계를 겨냥해 고위인사들의 재산내역을 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오래 전부터 불교계 고위인사들이 차명을 통해 또는 해외로 돈을 빼돌리고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조사해 드러날 경우 불교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정권 초ㆍ중기에 불교계 자금 중 일부가 야권으로 흘러갔다는 첩보가 있었다"며 "사정기관이 대선을 앞두고 그동안 진보성향을 보인 불교계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종교문제는 민감하기 때문에 검찰수사보다 언론을 이용한 견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불교계 주변에서는 도박파문을 폭로하고 검찰에 고발한 성호스님이 현 불교계의 비리를 고발하는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교계 일각에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소문의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대해 성호스님은 "아직 출판 계획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기독교계 수사 급물살?

성호스님의 고발사건을 조사 중인 검찰은 그동안 미뤄왔던 기독교계에 대해서도 분격 조사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경철(68) CTS 기독교TV 회장이 기독교계 수사의 시작이 될 조짐이다. 감 회장의 수백억 원대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조만간 감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감 회장에 대한 계좌추적의 분석을 끝냈고, 곧 감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지난 22일 밝혔다. 감 회장 측에도 소환조사에 대한 통보가 간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수일 내로 소환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감 회장 측은 검찰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하나 날 일 없다"고 자신해 왔으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노량진 CTS 사옥과 회사 관계사, 감 회장 가족 소유의 지방 골프장 2곳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동시에 감 회장 비리 의혹과 연관 가능성이 있는 통장 1,000개에 대해서도 계좌추적을 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감 회장은 사옥 건설 과정에서 원가를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15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수백억 원에 이르는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CTS 측의 한 관계자는 "감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는 CTS 방송국 문제와는 따로 생각돼야 할 부분"이라며 "현재 조사 받고 있는 부분은 감 회장 개인 회사에 관한 것이지 CTS와 직접 연관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부분은 이미 오래 전에 검찰과 국세청 등에서 여러 차례 조사했던 내용이고 당시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났던 부분"이라며 "우리는 지금도 감 회장의 모든 혐의가 무혐의라는 점을 100% 확신하고 자신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신자들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회사이기 때문에 일절 비리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잘못 알려지면 신자들이 지원금을 내지 않고 그렇게 되면 방송국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긴다. 감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를 CTS와 연결시켜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CTS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감 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돈이 CTS를 중심으로 돌고 돌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CTS 감 회장의 자금흐름을 살펴보면 외부에서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분산 관리된 정황이 드러난다"며 "국세청의 회계기록 등으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감 회장은 CTS 운영자금을 각종 명목으로 자신의 계열사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된다. 또 이렇게 빼돌린 돈의 일부를 다시 CTS로 유입시켰다가 다른 명목으로 다시 횡령하는 등의 수법으로 돈세탁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CTS 등 감 회장과 관련된 회사를 모조리 압수수색 했지만 6개월이 지나는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검찰이 감 회장의 혐의를 밝혀내는 데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감 회장의 소환조사 계획이 드러나자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철저히 조사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1만여 페이지가 넘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했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료를 샅샅이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감 회장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함께 검찰 주변과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감 회장의 자금 중 일부가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감 회장 조사와 관련해 상부의 압력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검찰 내부의 석연치 않은 동향을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감 회장에 대한 수사는 다른 큰 사건에 밀려 계속 연기됐다. 그리고 매번 수사를 진행하려 할 때마다 수사 관계자들에게 다른 사건에 대한 지시가 내려졌다"며 "이 사건의 담당 검사도 몇 번 교체됐고 담당 수사관도 교체돼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 내부에서는 감 회장의 배경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감 회장을 비호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교묘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며 "감 회장에 대한 수사 자료를 살펴보면 누가 보더라도 횡령 혐의가 짙다. 이번에 검찰이 그런 감 회장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라고 전했다.

기독교계 일부에서는 감 회장에 대한 수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기독교계에 대한 여러 수사가 병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한기총의 자금에 대해 검찰에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MB 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기독교 자금을 조사 중"이라며 "현정권이 기독교계를 통해 정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선자금의 일부가 기독교계 자금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한기총 자금 흐름에 대한 여러 첩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