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KT와 노동부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였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발표에 대한 반기룡씨의 말이다. 반씨는 특별근로감독의 발단이 된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실제 실행에 옮긴 인물.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퇴출프로그램 실체 못 밝혀

고용노동부는 최근 'KT 특별감독 결과 및 조치사항'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석채 KT 회장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게 주요 내용. 하지만 이번 근로 감독의 핵심인 인력퇴출프로그램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KT는 지난 2002년부터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단계는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 114 안내번호 잔류자, 민주동지회, 명예퇴직 거부자, 명예퇴직 기준 미달자 등이 주요 대상에 포함됐다.

대상자 선정이 끝나면 해당자들을 생소한 단독 업무에 투입,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지시한 뒤 목표에 미달하면 더욱 강도 높은 업무량을 부여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못할 경우 징계조치하고 비연고지로 발령을 낸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해 해당자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손을 들게 만드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퇴직자들은 주장한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은 바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에서 비롯됐다. 문제의 프로그램이 알려진 건 2008년 1월 익명의 전직 KT 직원이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부터다. 2010년 7월 또 다른 문건이 세상에 나온 데 이어 지난해에는 본사 직원이 퇴출 인원 1,002명의 명단을 폭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문건 일체를 확인했다. 문건을 작성한 직원의 진술이 나왔고, 직접 퇴출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실행했다는 중간 관리자(청주지점장) 반기룡씨의 양심 선언이 잇따랐고, 프로그램 피해자들의 증언도 줄줄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어쩔 수 없이 KT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 지난해 10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다. 고용노동부의 감독조사에 반씨 등 피해자들은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다.

근로 감독 직원들 전원 발령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퇴출프로그램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야말로 겉만 훑은 수준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반씨나 다른 피해자에게 확인 전화 한 통 없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회장을 고발한다고 했지만, 어느 기업을 털어도 나오는 '먼지' 수준이라는 게 공통된 견해다. 고용고용부의 이번 감독이 '과 KT 봐주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반씨는 고용노동부의 태도에 더 분통을 터뜨렸다. 반씨는 주간한국측에 "고용노동부 서울지부측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더니 '청주지부에서 감독을 진행했으니 그쪽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흥분했다. 청주지부에서도 해명을 들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주지부에선 "근로 감독을 한 직원들이 모두 발령이 나 다른 곳으로 갔으니 서울지부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부당노동행위로 자리 위태

고용노동부가 KT의 퇴출프로그램을 쉬쉬하는 배경에 대해 반씨는 "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KT와 고용노동부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주장했다. 만일 퇴출프로그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로 이 회장의 자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퇴출 명단에 민주노조원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부당노동행위법은 노동조합 조직이나 정당한 노조행위를 이유로 해당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을 금하고 있다. 부동노동행위의 공소시효는 5년. 아직까지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KT 정관에는 경영진의 불법행위가 드러나거나 현행법을 위반할 경우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이 회장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지 불과 수개월 만에 퇴직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퇴출 명단에 포함된 1,002명 가운데 600여명이 퇴직한 상태. 부당한 퇴출 프로그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T가 '물밑작업'을 벌여 고용노동부가 가벼운 혐의로 을 검찰에 송치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반씨 등은 퇴출프로그램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용노동부는 실체가 아닌 껍데기만 조사한 수준"이라며 "감사원 감사 혹은 국회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진실이 파헤쳐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KT는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근로감독으로 일부 음해세력이 주장한 인력 퇴출 프로그램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또 고용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KT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내용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그 쪽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반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