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유스호스텔
중소기업 ‘몽니’에 놀란 가슴 쓸어

크라운해태가 복합문화단지 ‘송추아트밸리’를 조성하고 있는 경기 양주시 장흥면이 시끄럽다. 이 지역 부동산을 두고 한 중소기업과 한바탕 설전이 벌어져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아트밸리 조성 지역 시끌

크라운해태는 현재 장흥면 송추유원지 부근 약 330만㎡ 부지에 복합문화예술단지 ‘송추아트밸리’를 조성 중이다. 이곳엔 신진 조각가 10여명이 입주한 작업실, 크라운해태의 국악오케스트라 락음국악단 연습실, 회사 연수원, 산림욕장, 아트숍&레스토랑 등을 갖춰가고 있다.

아트밸리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이 주창하는 ‘아트경영’의 산물이다. 각별한 예술사랑으로 유명한 윤 회장은 요즘 월 수 금요일엔 아트밸리로 출근하는 등 아트밸리 조성사업에 큰 열정을 쏟고 있다.

윤영달 회장
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 남영동 본사 사무실보다 장흥면에 더 오래 머무른다고 한다. 월요일마다 윤 회장은 이곳에서 조각가들을 만나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윤 회장은 주말마다 일부 직원들을 이곳에 불러 각종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단계별로 공사 진행과 운영을 병행한 지난 2008년부터다.

직원들은 장승 등 아트밸리에 있는 대부분의 옥외 조형물, 체험 공간으로 사용되는 가건물은 물론 길까지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지식이 아니라 감성의 시대이며 감성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은 머리가 아닌 손끝에서 나온다는 윤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가로 챈 의혹 제기

그런데 요즘 이 지역이 시끄럽다. 추모관을 운영하는 기업인 낙원이 크라운해태가 자신들이 계약한 부동산을 중간에서 가로챘다고 주장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낙원은 “지난 2010년 장흥면 기산리에 위치한 을 7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며 “유스호스텔의 기존 대출금을 안고 이자도 계약금 및 중도금 일부로 지불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뒤 나머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원은 “크라운해태가 소유자인 이모씨 등에게 부동산 매매대금을 일시불로 지불할 테니, 자신들에게 넘겨달라고 제안했다”며 “지난달 4일에는 당초 제시액보다 더 웃돈을 주기로 하고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낙원은 또 “혐오시설인 납골당의 이미지를 이 지역 주민들에게 확산시켜 낙원 측과 계약해지를 유도하는 등 고의로 민원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낙원은 “크라운해태가 매물로 나온 을 매입하기로 하고 가격을 조율하던 중, 낙원이 먼저 계약을 하자 문화타운 조성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낙원은 건물주인 이씨 등과 크라운해태를 상대로 이중계약에 따른 민ㆍ형사상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중도금이 치러진 상태에서 다른 곳과 계약을 맺었다면, 크라운해태엔 형사상 배임죄가 적용된다.

계약금만 낸 상태였다면 크라운해태엔 법적 책임이 없다. 부동산을 판 유스호스텔 쪽에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상도의를 어겼다는 비판과 그에 따른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의 ‘중간 가로채기’는 따가운 여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크라운해태 주장 사실로

이와 관련,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낙원이 계약금 3억을 치른 상태에서 중도금 납입을 지연했고 지난 2월 측이 계약을 파기하면서 법적 관계가 청산됐다”며 “이후 측이 부동산 매입을 요청해 와 매입을 결정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낙원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주장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크라운해태의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먼저 낙원이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낙원은 중도금을 법적 효력이 없는 약속어음으로 대신했고 약속한 날짜가 지나고도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부동산을 가로채기 위해 웃돈을 일시불로 제시했다”는 낙원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크라운해태가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74억2,000만원에 유스호스텔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4억2,000만원은 건물부가세로 추후 돌려받을 돈이다. 결국 매입가는 70억원으로 낙원과 동일한 셈이다.

또 크라운해태는 지난 3월에 계약해서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각각 3, 4, 5월에 납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납입일정이 지연되면서 5월에 한꺼번에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낙원과 유스호스텔의 계약관계가 청산됐다는 크라운해태 측의 주장 역시 사실로 확인됐다. 크라운해태가 증거로 제시한 유스호스텔과 낙원이 협의서에는 낙원이 추모관 허가를 받아내지 못할 경우 계약이 파기된다고 명시돼 있다.

낙원의 추모관 건립은 계획은 양주시청이 반려한 데 이어 낙원이 행정소송에도 패소하면서 무산된 상태. 협의서에 따라 양측의 법적 관계가 청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도금 납입 지연으로 골머리를 앓던 유스호스텔은 크라운해태에 매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크라운해태는 유스호스텔을 연수원으로 사용할 계획으로 매입을 결정했다.

결국 양측의 공방전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크라운해태는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는 모양새다. 낙원과의 갈등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쳐지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라운해태는 낙원을 상대로 법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할 것임을 밝혔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낙원을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 계획”이라며 “법정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