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에서 성공하는 비결이직할 땐 몸값보다 자신의 성향·업무 경력 적합 여부 따져봐야 연봉구조도 꼼꼼히 체크한국인 특유의 악바리 근성 글로벌 경쟁서 큰 도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규모를 늘리는가 하면 외국계 업체와 업무협력 협정을 맺는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호재기자
스카우트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의 채용 조건은 국내 기업보다 훨씬 파격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 이직에 성공했다고 해서 누구나 '승진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춘코리아 최근호는 국내 최대 규모의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 스카우터를 통해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 방법부터 CEO 승진까지 고려해야 할 요건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외국계 기업 임원 출신들이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 대기업 임원 출신이 외국계 기업의 임원급으로 영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김미영 커리어케어 책임컨설턴트는 "이직자나 해당 기업이 서로 꼼꼼히 고려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김 컨설턴트는 국내 기업의 임원 출신이 스카우트 시장에서 느끼는 외국계 기업 문화의 장벽이 높다고 강조한다. 국내 대기업 임원들이라도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외국계 기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자칫 그동안의 커리어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이러한 리스크는 인재를 영입하는 외국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이 여전히 학벌, 연차, 직급에 연연하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업무의 전문성이나 개인의 성과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대우와 연봉을 보장받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외국계 기업에서 활약하는 SKY 출신의 한국인 CEO는 전체 외국계 기업의 35% 정도다. CEO 평균 연령도 외국계 기업은 54.5세로 국내 100대 기업의 58.8세보다 4.3세나 어리다. 외국계 기업의 CEO가 국내 기업보다 능력 위주로 인재를 관리하고 CEO를 선임한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단순히 몸값 올리기의 수단으로 외국계 기업을 노린다면 자신의 명성을 위협하는 패착이 될 수도 있다. 김 컨설턴트는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할 때 '내가 왜 이직을 하는가'라고 자신에게 먼저 질문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몸값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업무 경력이 외국계 기업에게 적합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그 다음에는 해당 기업의 연봉구조를 꼼꼼히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 컨설턴트는 "연봉도 대강 숫자만 듣고 결정하지 말고 인센티브나 복리후생 등을 확인하고 이직해야 뒤탈이 없다"고 강조한다.

외국계 기업에 성공적으로 이직하는 길에는 몇 가지 효율적인 진로가 있다. 국내와 외국계의 기업문화와 업무 스타일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조인트 벤처는 좋은 도약대가 될 수 있다.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 시기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김 컨설턴트는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 지사장이 되고 싶다면 미들 커리어인 대리나 차장급에서 이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한다. 또 "최근 외국계 기업에서는 대리 및 과ㆍ차장 정도의 인력은 국내 대기업 출신을 많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 컨설턴트는 김효준 BMW 사장, 모진 다논코리아 사장, 박남희 와나코코리아 사장처럼 젊은 나이 때부터 외국계 기업에서 활약해 현재 스타 CEO가 된 인물들의 사례를 들며 "외국계 기업에서 일찍부터 성과를 쌓는다면 또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할 수도 있고 그 조직에서 아시아태평양이나 본사로 임원 발령이 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외국계 기업에 안착한 이후 CEO 레벨까지 도약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김 컨설턴트는 한국적 업무 스타일을 아예 버려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외국계 기업은 철저하게 성과와 업무능력으로 평가한다. 한국사람 특유의 악바리 근성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한국의 인재뿐 아니라 글로벌 인재와 맞붙어야 비로서 한국시장에서 수장이 될 수 있다."

한국식 업무 마인드는 외국계 기업의 CEO를 향해 준비하는 젊은 인재들에게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컨설턴트는 "요즘 외국계 기업들이 점차 보수 성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10년 전만해도 해외 MBA를 마친 30대 중반의 임원들이 팀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경력이 좀 있고 연령대가 팀원보다 어리지 않은 사람이 중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김 컨설턴트는 "외국계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식 운영 시스템과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라며 "국내 기업에서 실무를 두루 익히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을 한다면 주요 임원으로 오르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기업 이직에 필요한 준비사항
■ 스페셜리스트가 되라

이직 시장에서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보다 자기 분야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고 그 조직에서 인정받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외국계 기업으로 스카우트 되는 경우가 많다.

■ 출신보다 실력을 갖춰라

간혹 대기업 출신이라고 자만하며 본인을 인정해주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외국계 기업은 철저하게 성과로 말하는 조직이다. 속 빈 강정은 금세 탄로나거나 조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켜라

당연한 말이지만 외국어는 이직에 있어 필수 요소다. 해외 거주 경험이 없더라도 꾸준히 연마하고 노력해 비즈니스 영어 실력 정도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

■ 글로벌 조직을 두루 경험해 봐라

국내 기업에 다닌다면 해외지사 파견을 경험하는 것도 추천한다. 남들보다 일찍 해외지사 업무를 시작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해외 MBA를 통해서라도 글로벌 기업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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