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교수가 1일 한국 취재진에게 시장경제 만능주의의 문제점을 말하고 있다. 사진=미래엔 제공
"경제가 민주주의를 밀어내고 있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59) 미 하버드대 교수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논리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델 교수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겪기 전까지를 시장에 관한 신념과 규제 완화가 특징인 시장 지상주의(Market Triumphalism) 시대라고 규정하고, "경제가 중요하지만 삶 전체는 아니다.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요약

-한국에선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대중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란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외국인으로서 한국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한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 소상권 보호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동반 성장을 반대하는 이들은 소비자에게 좀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에게 최저가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만이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번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공익이나 공공선을 어떤 의미로 파악해야 할까?

"정부와 민주주의 사회는 공동체 이익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공동선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견들이 공적인 토론에서 쏟아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회가 많다. 정치적 논쟁이 권력 다툼이나 이익 다툼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돈이 중요해진다는 사실은 사익을 위한 정치 행위가 많다는 뜻이다. 민주주의 정치를 다른 수단을 위한 경제 행위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기부금 입학제와 반값 등록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부금 입학은 부자 한 명을 입학시킴으로써 여러 명에게 장학금을 줄 수 있지만 공정하지 않다. 부자보다 성적이 우수하지만 가난한 학생에게서 명문대에 입학할 기회를 뺏을 순 없다. 대학은 수익 극대화보다 학생 교육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비싼 대학 등록금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사회 문제다.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하기보단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학교 폭력이 심각하다. 학교 폭력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다.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학교 폭력을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학생만으론 왕따와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순 없다. 그러나 놀이터나 운동장에 있는 모든 학생이 피해자를 돕겠다는 공동 의지를 보여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 의식을 통해 학교 폭력을 해결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상준기자 ju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