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쉰들러그룹,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교통정리 왜홀딩스, 지분 35% 확보… 현대그룹과 17.8%P 차회계 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 진행 의혹 키워

현대엘리베이터 이천 공장
독일의 쉰들러그룹이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에 대한 교통정리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도이치랜드는 지난달 지난달 21일 보유지분 전량(26.8%)을 스위스 소재 지주회사인 쉰들러홀딩스에 장외매각했다. 쉰들러홀딩스는 당초 보유지분(8.2%)을 합쳐 총 35%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현대로지스틱스(25.5%)보다 9.5%포인트 많고 우호 세력을 포함한 현대그룹 지분(52.8%ㆍ우리사주 포함)에 비해서는 17.8%포인트 적다.

쉰들러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 인수합병(M&A) 의지가 여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분정리작업은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3월 주주총회 때까지 쉰들러의 M&A 시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 상황에서 자회사의 투자지분을 지주사로 넘겼다는 것 자체가 현대엘리베이터 인수작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쉰들러가 지난해 11월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ㆍ등사 가처분신청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4월 초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재판부는 쉰들러그룹이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ㆍ등사 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쉰들러그룹은 재열람 신청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쉰들러그룹이 과거 현대엘리베이터의 한 계열사를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적이 있고 또 경쟁업체라는 점에서 소송 의도가 불순하다"며 쉰들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쉰들러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파생상품계약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주요 주주로서 관련 내용이 담긴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쉰들러그룹이 지주사 차원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계약에 대한 문제 제기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부터 현대상선의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파생계약을 맺으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해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에 대한 안정적인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파생상품 투자로 미래 투자수익을 확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현대상선을 기초자산으로 한 옵션ㆍ주식스와프계약 등을 통해 1,46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현대그룹의 백기사로 나서기로 하고 현대상선 지분 2%를 사들이면서 현대엘리베이터와 맺은 풋옵션계약 평가손실도 46억원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떠안고 있는 데 대해 쉰들러홀딩스가 대주주로서 강도 높은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엘리베이터 측 관계자는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쉰들러그룹 내 지분매각작업은 공시 내용 그대로 해석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쉰들러그룹 측의 대리인인 김&장법률사무소에도 이번 지분매각과 관련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피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