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합자 다단계회사, 애타는 내막

JU사건 이전인 2005년 주수도 회장 49% 투자 '금사력가우' 차려
설립 얼마 후 주회장 구속 그후 반쪽짜리 회사로 운영
향후 추가 성장 전망속
중국측 파트너 "주회장 더이상 못 기다려 지분 반환하라" 독촉
주회장 측
"정부가 나서줬으면…"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한국-중국 합자회사가 있다. 하지만 이 회사에 최근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 측 파트너를 사업에서 빼려 하고 있어서다.

회사의 수익이 증대하고 중국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자 더 이상 한국 사업 파트너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측 사업자는 중국 측 파트너의 이런 움직임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실질적으로 사업에 기여한 내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여를 안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라 해야 옳다. 한국 측 파트너가 바로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JU의 주수도 회장이기 때문이다.

주 회장은 JU사건이 터지기 전인 2005년 7월경 중국의 유명 제약회사인 천사력가우(天士力集團)와 함께 한ㆍ중합자회사인 금사력가우(金士力佳友·영어명: Kasly Ju)라는 회사를 세웠다.

지난 2007년 재판 받을 당시의 주수도 회장
지분은 중국 관련법에 따라 중국 측 사업자가 51%, 주 회장이 49%를 나눠가졌다. 야심차게 출발한 이 회사의 운명은 순탄하지 못했다. 회사를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주 회장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주 회장 수감 이후 이 회사는 반쪽짜리 회사가 된 채로 운영됐다. 회사의 자본은 천사력이 맡고 영업은 JU가 담당하기로 했으나 주 회장의 발이 묶이자 천사력은 둘 다 떠안고 불안한 출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막대한 국부 버려야 하나

현재 이 회사는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제는 적지 않은 수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주 회장은 감옥 안에서 이 회사의 성장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주 회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천사력은 이제 주 회장이 지분을 모두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주 회장을 기다리며 반쪽자리 회사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금사력가우’ 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보는 이 회사의 잠재력과 가치는 상당하다. 중국 내 유통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그 중 직소판매회사의 성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금사력은 현재 중국 내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단계회사에 대한 국내 인식이 좋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저평가돼 외면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이 회사가 과거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JU의 주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도 저평가 요인 중 하나다.

최근 금사력의 성장과 더불어 경제계 일각에서는 "주 회장과 별도로 회사의 가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회사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이대로 주 회장의 지분을 중국에 넘겨주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며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심의 눈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정기관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실제와 달리 회사의 실체가 과장됐을 수도 있다"는 경계의 시각도 있다. 금사력 측에 따르면 금사력은 2008년에 약 7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현재는 약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대표적 직소회사 암웨이가 현재 연간 5조원대의 수익을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중국의 직소판매 시장규모는 2011년 현재 2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중국정부는 직소판매로 진입하는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직소판매 장벽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일단 시장에 진출하는데 성공하기만 하면 절반은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인식된다.

한국기업이 중국 직소판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금사력에 살아있는 한국 기업 지분을 이대로 중국 측에 내 준다는 것은 막대한 국부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금사력가우 실제로 가보니

지난 6일 <주간한국>은 금사력의 실체를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회사가 있는 중국 톈진을 방문했다. 금사력은 천사력 그룹의 단지 내에 자리 잡고 있다. 톈진 기반의 천사력은 총 자산이 수조원에 달하는 중견그룹으로 드넓은 단지 안에는 물류 창고와 생산시설 그리고 본사가 퍼져 있다.

단지의 정확한 크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인천 남동공단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넓었다. 천사력은 제약이 주력 상품이며 이외에도 식품, 건강식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천사력 관계자는 <주간한국>취재진을 반갑게 환대하며 금사력 관계자와 함께 금사력에 대해 설명했다. 천사력은 암웨이보다 먼저 금사력가우라는 이름으로 2006년 10월 16일 직소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중국의 직소판매 허가발급을 한국보다 훨씬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허가발급에 들어가는 비용도 수억원에 달한다.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업체는 모두 24군데로 금사력은 10번째로 허가를 받은 업체다.

중국은 자본금이 한화로 약 100억원 이상에 보증금은 최저 약 26억원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소규모 업체의 직소판매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셈이다.

천사력 관계자는 "허가를 받으려면 회사설립 신청을 낸 날로부터 과거 5년 이내에 규정위반 기록이 없어야 하며 외국 투자사의 경우 회사이 직판 경력이 3년이 넘어야 한다"며 "인민정부의 요구에 부합하는 서비스센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가 규정과 운영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 보니 회사에 대한 인식도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직소판매회사는 불법 다단계 업체가 아니라 전망 있는 유통회사인 것이다.

천사력은 그러나 한국 측과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었다. 천사력 관계자는 "금사력은 현재 초기의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이제 겨우 중국 시장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수익도 매년 증대해 지금은 전망이 매우 밝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회사이 가장 큰 문제는 한국과의 파트너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 회장과 처음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우리의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의 주 회장 사정이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주 회장은 갑자기 구속됐으며 그가 이끌던 사업은 와해됐다. 동시에 같이 하기로 한 사업도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주 회장은 자신이 감옥에 있기 때문에 직접 사업에 참여하지 못해 측근들을 통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 측근들 중 한 명도 감옥살이를 하게 된데 이어 중국에 파견됐던 다른 측근들 역시 슬그머니 사업에서 손을 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주 회장의 지분뿐이다.

"이대로는 같이 하기 힘들다."

천사력 내부에서는 "이제는 주 회장이 지분을 내놓고 독자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다. 주 회장은 그동안 중국 측에 감옥에서 나가게 되면 다시 사업을 크게 일으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이제 천사력도 기다리는데 한계가 온 듯 보였다.

천사력 측에서 금사력의 일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지분은 천사력이 51%를 가졌지만 주 회장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때 경영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는 3대3으로 맺었다"며 "그래서 한국 측 이사 3명이 중국에 파견 나와 근무했으나 이 3명 모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 명은 감옥에 갔고 나머지는 일방적으로 철수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초 천사력이 자본과 사업허가를 담당하고 나머지 마케팅 부분을 모두 주 회장이 담당하기로 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가 모두 다 짊어져야 했다"며 "물론 주 회장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며 지금까지 금사력을 키워왔다. 그런 지금 주 회장의 지분은 우리에게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천사력 측은 주 회장의 초기 투자금과 그동안의 수익에서 주 회장 지분 일부를 보존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주 회장이 보유 지분을 모두 반환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말해 합자회사를 천사력이 모두 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 회장 측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천사력 측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주 회장은 비록 옥중에서나마 금사력 운영에 힘을 보태왔다는 것이다. 또 천사력 측의 주장은 회사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독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 탓도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주 회장 지분은 현재 상당한 가치가 있다"는 시각이다. 주 회장 측은 지분을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로 JU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손실을 복구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금사력이 유일하다는 점을 꼽는다.

주 회장은 피해자들에게 반드시 손실을 만회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 이행을 위해서는 금사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천사력은 빠른 시일 내 주 회장이 감옥에서 나온다면 다른 이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주 회장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천사력 측에서는 더 이상 고려해 볼 소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주 회장 측은 피해자들의 피해복구 문제와 더불어 막대한 국부를 이대로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주 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주 회장 측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종한 변호사는 "더 늦기 전에 주 회장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며 "금사력은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으며 앞으로 잠재력이 무한한 회사다. 이 회사의 주 회장 지분을 살리는 것은 곧 국가 이익을 실현하는 것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다른 경제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면되는데 주 회장은 직소판매회사에 대한 인식 때문에 기업인으로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측면이 많다"며 "국가 이익과 피해자의 피해복구를 위해 하루빨리 조치가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지만 지금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