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제, 골목 침해 논란 외면

현대 그린푸드가 운영중인 슈퍼마켓 'H마트'와 편의점 'H24+'.
중소상인들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상생은 뒷전,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대기업들 때문이다.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봐도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 앞에 중소상인들은 속수무책이다.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골목골목에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소상인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대기업은 대체 어딜까. <주간한국>은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나쁜 대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비중 높은 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유통서비스 적합업종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총 35개 계열사 중 10개사가 생계형 서비스 업종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계형 서비스업이란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과 같이 진입 장벽이 낮아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영위하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을 말한다.

현대 그린푸드가 운영중인 빵집 '베즐리'.
현대그린푸드가 논란 핵심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도의 핵심은 한무쇼핑, 현대쇼핑 등 백화점 부문을 담당하는 현대백화점과 비백화점 부분을 맡는 현대그린푸드로 구분된다. 그러나 백화점 관련 사업은 생계형 서비스업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논란과 맞닿아있는 건 바로 현대그린푸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1.3% 늘어난 7,9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명실상부한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통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으로 16.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형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13.74%를 소유한 2대주주다. 형제가 30%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동생인 정 부회장이 더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회사 대표는 정 회장이다. 72년생인 정 회장은 지난 2003년, 32세의 나이로 그룹 총괄부회장이 돼 화제가 된 바 있는 인물이다.

현대 그린푸드가 운영중인 초밥집 '본가스시'.
빵사업에 초밥과 냉면까지

현대그린푸드의 주요사업은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이다. 그러나 기존사업구조 외에 다방면의 신규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4월엔 현대F&G를 합병하면서 리테일과 외식사업, 소매유통 사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가 벌이고 있는 다양한 사업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을 빚고 있는 건 빵사업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빵집인 '베즐리'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에 첫 점포를 연 이후 현대백화점에 단계적으로 입점해 점포수를 12개까지 늘렸다. 특히 베즐리는 현대백화점 뿐 아니라 서울아산병원에도 입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업 확장 수순이 아니냐는 의심을 산 바 있다.

빵사업은 재벌가 골목상권 침해의 상징적인 이슈로까지 비화된 바 있는 업종이다. 이 때문에 빵사업을 벌이던 대기업은 대부분 빵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 만큼은 요지부동,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당연히 현대그린푸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 없는 상황. 현대그린푸드가 빵집에서 그치지 않고 회전초밥 브랜드인 '본가스시'와 '한솔냉면' 등의 외식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세평은 한결 차갑다.

현대 그린푸드가 운영중인 '한솔냉면'.
슈퍼마켓ㆍ편의점도 만지작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그린푸드는 슈퍼마켓과 편의점 사업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H마트'는 서울아산병원과 압구정에 점포를 냈다. 또 편의점 브랜드인 'H24+'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점해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상황이다. 문제는 현대그린푸드가 언제 골목을 치고 들어올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연히 골목에서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유통대기업들의 공격적인 SSM과 편의점 사업 확장으로 골목 상권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또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LED 사업도 벌이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LED를 통해서다. 현재 동반위는 대기업들의 공공시장 철수를 권고한 상태. 활로가 막힌 현대LED는 일본 대리점을 통해 사무실용과 상업시설용 대형조명 등 10개 제품을 판매하며 일본 LED조명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현대백화점그룹은 IT사업과 관광사업, 물류사업 등에도 빠짐없이 진출해 있다.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 앞에 소상공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기업이 주력분야와 관련 없는 서비스업에 대한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중소기업 및 소상공들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