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후보’적통 누가 잇나, 친노 내전(內戰)도 막올라
전당대회 전만 해도 당 안팎에선'문재인 대세론'이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역별 경선 과정에서 김 지사가 급부상하면서 판세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문 고문의 안방이라 할 부산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영남권에서는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문 고문이 앞서가고 있지만 김 지사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미세하게나마 문 고문의 하락세와 김 지사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문 고문과 김 지사가 주목받는 것은 유력한'영남 후보'라는 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 호남의 확실한 지지 기반 위에 영남표를 30% 이상 잠식하면 승리한다는 이른바'영남 후보 필승카드론'에 가장 근접해 있는 주자라는 것이다.
최근 (사)국가비전연구소가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 고문이 24.2%로 1위, 김 지사는 20.7%로 3위를 차지했다. 2위는 22.8%의 손학규 상임고문. 세 사람이 '한 뼘' 내에서 줄지어 섬으로써 향후 더욱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은 좁혀지는 가운데 신경전은 가열되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내 정치개혁모임의 대선주자 초청 간담회에서 "제가 우리 당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아서 대선 후보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제가 나서야만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고, 그런 생각 때문에 고심 끝에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문 고문의 적극적인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김 지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오후 김 지사는 자신의 텃밭인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 사회에서 힘들고 소외 당한 사람들과 살아왔다. 저는 서민 약자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에 국민 정서를 헤아리는 게 강점"이라며 "민주통합당에 훌륭한 분들이 많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박근혜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해 문 고문 등 경쟁자들을 우회적으로 깎아 내렸다.
'힘 대 힘' 맞불 양상
민주통합당 내에서 이른바 '문재인계' 의원은 대략 15, 16명 정도로 파악된다. 친노 성향의 의원이 전체 127명 중 40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수치라고 할 수는 없다.
문 고문을 지원하는 외곽단체인 '담쟁이포럼'에는 김경협 김현 김용익 박남춘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 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민주통합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친노 진영에서는 여전히 문 고문 쪽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 지사 쪽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영남 출신 전직 국회의원, 장관, 차관 16명은 지난 14일 "현재 거론되는 민주통합당 후보로는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며 김 지사의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촉구했다.
회견문에는 김기재 김태랑 신명 유삼남 윤원호 이규정 이근식 이철 임채홍 장영달 최봉구 허운나 전 의원,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해주 전 산자부 장관,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 서명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는 강창일 김재윤 안민석 김영록 문병호 민병두 배기운 최재천 김승남 홍의락 의원 등이 김 지사의 대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장단점 명확, 지지율이 관건
문 고문과 김 지사는 같은 친노임엔 틀림없지만 출신성분은 다르다. 문 고문은 성골(聖骨)로 분류되지만, 김 지사는 친노 내에서는 비주류라 할 6두품에 비유된다.
문 고문의 장점은 젠틀맨 이미지와 튼실한 조직력이다. 문 고문의 반듯하고 따뜻한 사람이란 인상은 그에 대한 신뢰와 지지로 이어진다.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이끄는 '백만 송이 국민의 명령'은 문 고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반면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문 고문이 이미지와 조직력이라면 김 고문은 스토리다. 이장에서 출발해 지사에 오른 김 지사는 인생 자체가 스토리라는 점에서 서민들에게 강하게 어필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스토리는 있지만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대선에 출마할 경우 "4년간 도지사 임기를 마치겠다"던 2년 전 약속을 파기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최대 과제는 낮은 지지율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보면 문 고문은 10%대에, 김 지사는 5% 안팎에 머물고 있어 경쟁 상대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문 고문과 김 지사의 지지율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즉, 문 고문의 지지율이 오르면 김 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지지율 경쟁에 두 사람의 사활이 걸려 있다. 현재 앞서고 있는 문 고문을, 추격하는 김 지사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 지가 대선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이 문재인-김두관 2파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사하을)에서 3선을 할 정도로 지역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갖고 있어 지지 기반이 겹치는 문 고문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