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과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사한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MB 정부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더불어 재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오리온 등 여러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검찰이 정치권에는 면죄부를 주고 기업의 숨통만 조인다”며 검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검찰뿐 아니다. 국세청도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7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사 대상 기업은 대부분 현정부 들어 급성장 했거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기업 수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MB정부를 겨냥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또 검찰은 최근 문제가 된 저축은행 수사도 기업 수사와 연계시킬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업이 저축은행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핵심이 연루된 여러 사업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현재 저축은행 수사는 정치권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일단 수사의 고삐를 늦추고 있는 상태다.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축은행 쪽으로 종교인도 연루된 정황이 있어 그 부분도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 MB 기업이 수사 주요 대상

검찰은 현정부 들어 각 기관이 발주한 대형 프로젝트나 해외 수주사업, 그리고 정부 주도 사업의 입찰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대형 사업을 수주한 1군 업체와 하청 업체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정부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검찰이 본격 조사에 착수하는 대상 기업은 A사다. A사는 현재 재정 악화로 비상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에서 A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소식통은 “A사는 무리한 해외 사업을 수주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뿐만 아니라 정권실세가 이 회사를 쥐락펴락 하면서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정권에서 이 회사를 통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또 이 회사는 4대강 사업에 진출해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업체에 사업 입찰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이 특정 업체들은 대부분 MB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특별한(?)’ 관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의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A사는 하청업체를 통해 공사대금을 부풀리거나 계열사 납품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있다.

A사의 혐의는 이뿐 아니다. 정권 실세의 해외 출장비용을 모두 이 회사에서 부담한 내용도 있다. 정권 실세가 해외를 방문할 때 출장 체류비용은 물론 방문 국가 권력자에게 안기는 수십억원대의 선물 비용도 부담한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 비용이 모두 어떻게 제공됐으며 그 대가로 무엇을 챙겼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MB 정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B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사가 현정부 들어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입찰 비리를 저지른 정황과 더불어 정치권 비자금 제공 의혹이 있다고 보고 있다.

B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과 관련해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들로부터 대가성 로비 자금을 받았으며 하청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회사가 선정한 하청업체들 역시 정권 핵심 실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여권 인사 개입 기업비리

최근 여론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리는 C기업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이 회사는 정부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로비자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이 회사를 조사 중인 검찰이 겨냥하고 있는 인사는 정권 실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K씨다. K씨는 기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기업이 K씨를 통해 정권 핵심부에 로비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K씨는 모 정부기관의 수장과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이런 친분을 이용해 C기업의 로비자금을 전달했을 것으로 검찰은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C기업 수사가 전방위 로비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어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C기업은 모 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에 입찰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도 로비를 벌인 정황이 뚜렷하다.

검찰이 주목하는 정치권 인물은 H의원이다. H의원은 C기업이 입찰에 낙찰될 수 있도록 입찰 규정을 C기업에 맞게 수정하는데 역할을 한 의혹을 사고 있다.

H의원은 또 여권의 L의원에도 C사가 낙찰될 수 있도록 특별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의원 측은 “말도 안 된다”며 관련 의혹을 일체 부정하고 있다. L의원 역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 규정을 수정한 것일 뿐 특혜 의도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D사도 검찰이 주시하고 있다. D사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 조사를 벌이지 않았지만 시기 봐서 이 회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D사는 영남 지방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의 L의원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이 회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도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오너는 L의원이 총선에 당선될 수 있도록 여러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D사의 비리에 대해 이 지역 언론이 보도하려 했으나 로비를 통해 보도를 막았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러나 기업 수사시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자칫 본 의도와 달리 기업수사가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로 인해 검찰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기업 수사는 정치권과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로 고려할 것이 많다”며 “그러나 혐의가 뚜렷한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대선정국과 관련 없이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