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검사 출신인 박주선 의원은 "검찰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행히도 대다수 국민은 검찰을 불신하고 있다"면서"검찰이 죄를 찾아야지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관식기자
제16회 사법시험 수석합격,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대통령 법무비서관. 검사 시절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한때 "차기 검찰총장 0순위"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이 몸담았던 검찰에 3차례나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등 3번 모두 무죄 선고를 받으며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무소속 박주선(63) 의원은 요즘에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4ㆍ11 총선에 앞서 구청장과 동장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박 의원은 지난 11일에도 광주지법 법정에 섰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불법 모집 의혹을 받던 전직 동장의 투신 자살 사건이 터지자 민주통합당에서는 광주 동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묶었다.

당내에서 공천 경쟁을 벌이던 박 의원, 양형일 전 의원 등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힘을 겨뤘다. 그리고 박 의원이 간발의 차로 양 전 의원을 꺾고 3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8월 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LG전 때 시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이동하는 박주선 의원. 박주선 의원 제공
19대 국회 무소속 의원 3명 중 하나인 박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박 의원의 방에는 중국의 한 서예가가 선물했다는 액자가 걸려 있다. 액자에는 박 의원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네 글자, 승풍파랑(乘風破浪ㆍ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이 쓰여 있다.

인터뷰 첫머리에 박 의원은 "우여곡절, 파란만장이었다"고 두 달여 전 총선 과정을 설명했다.

-18대 때 88.73%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19대 때는 31.55%로 전국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3선 고지 등정이 더 감격스러울 것 같다.

"사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정도의 잘못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총선 전 불행한 사태(전직 동장 자살 사건)가 발생한 데다 검찰과 언론의 맹공으로 어렵게 당선됐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유권자들의 신뢰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전하며 100배, 1,000배 더 잘할 것을 약속한다.

-민주통합당 울타리를 벗어나 무소속이 됐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뿌리이기에 복당(復黨)이 간절할 것으로 보인다.

"당헌 당규에 따르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탈당한 사람은 최소 1년이 지나야 복당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과 경우가 다르다. 모바일 투표와 관련해서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고 당이 동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묶었기에 어쩔 수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 재판이 마무리되면 입당 절차를 밟아보겠다. 당무위원회에서 특별결의가 이뤄지면 탈당 1년 이내라도 복당이 허용된다."

-16대와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이른바 중진 반열에 올랐기에 이번 국회에서 포부도 남다를 것 같다.

"선수(選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중진이라고 해서 소위 무게만 잡는다면 낮은 자세로 일하기 어렵다. 19대 때는 서민과 약자 보호, 보편적 복지 실현, 공교육 정상화, 검찰 개혁, 한반도 평화 구축과 대북 정책 수정 등 5가지 정책에 중점을 두고 뛰겠다."

-많은 사람이 검찰 개혁을 말하지만, 박 의원에게서 검찰 개혁이라는 말을 들으니 느낌이 다르다.

"검찰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국민 대다수는 검찰을 불신하고 있다.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검찰권이 행사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과도한 권한을 가진 데 비해 책임은 부족하다. 검찰은 수사기관이자 동시에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다시 말해 검찰도 감시와 감독을 받게 하자는 게 내가 주장하는 검찰 개혁의 골자다. 여러 사람이 검찰 개혁을 말했지만 제대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 제도, 관행 정비와 함께 의식과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검찰은 죄를 찾아야지, 만들어서는 안 된다."

- 사실상 대선 정국이다.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한 야권의 필승카드는 뭐라고 생각하나.

"MB정권 심판론만 갖고는 안 된다. 정책과 비전을 갖춘 '대안 후보'를 선출해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 야권의 모든 예비 후보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여권과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이념 논쟁이다. 선거전이 이념 논쟁으로 흐르면 야권이 불리해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중도개혁세력이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따라서 야권도 진보만 볼 게 아니라 때로는 중도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민주통합당 여러 예비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어떤 자격을 갖춘 인물이 야권의 대선 후보로 선출돼야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가?

"특정 지역 위주의 후보가 나서면 다른 지역은 당연히 소외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역대 대선에서도 잘 입증됐듯이 호남의 선택과 결정이 한국의 운명을 바꿔왔다. 이번에도 현실적으로 호남의 선택 없이 정권 교체는 어렵다고 본다. 지역구에 내려가 보면 현재 호남에서는 소외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더 굳어져서 호남표가 분열된다면 정권 교체의 적신호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비해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너무 낮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회의를 갖는 시각도 있고, 안철수 대안론도 나오는 것 같다.

"정치에서 대세론이라는 것은 안개다.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대세론이다. 역대 선거에서도 대세론을 앞세운 주자들이 승리한 적이 없지 않았나? 여권에서 누가 나오든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확신과 용기가 필요하다. 야권 예비후보들이 검증 과정을 통해 정치적 균형감각, 공정성, 청렴, 정책 조정 능력 등을 인정받는다면 본선에서도 이길 것이다. 현재의 지지율이나 예상은 정말 무의미하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당제도의 내적인 허와 실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정당이 국민을 대변하는 기구냐, 아니면 정권 획득에 골몰한 나머지 그에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냐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 후보가 아닌 국민 후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토대가 조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당 소속 여부로만 후보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 MB정권은 불법사찰, 경제 파탄, 남북관계 악화 등 부도를 낸 경영진이다. 반드시 책임을 묻고 꼭 바꿔야 한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