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상임고문이 17일 동교동 이희호 여사를 방문, 인사하고 있다.
손학규, 5·18묘지 찾고 이희호 여사 예방
"DJ처럼 준비된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 되겠다"

문재인,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로 광주 찾아
"광주·전남은 당의 뿌리이며 민주주의 구현한 곳"

김두관, 광주에서 출판기념회 예정
"민주당의 고향인 광주에서 인사 드리겠다"

호남이 뜨겁다. 민주통합당 내 예비 대선주자들의 구애로 호남이 요즘 날씨만큼이나 후끈 달아올랐다.

이른바 민주통합당 빅 3 중 하나라는 김두관 경남지사는 얼마 전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하지 않았나. 호남을 얻는 후보가 결국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약무호남 시무대권'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을 듯하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2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김 지사와 함께 3강을 이루는 손학규 문재인 상임고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손 고문은 "김대중 대통령처럼 준비된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문 고문은 "광주 전남은 민주통합당의 뿌리이자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구현한 지역"이라고 호남을 한껏 치켜세웠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유력 주자를 배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호남이 정치적, 전략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비 후보들의 말처럼 호남을 품는 이가 민주통합당 후보에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외 없이 첫 방문지는 광주

지난 14일 당내 유력 주자 중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손 고문은 지난 18일 광주를 방문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손 고문은 서울 동교동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에게 인사했다.

손 고문은 얼마 전 <주간한국>과 인터뷰에서 "2010년 전당대회 때 내가 당대표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호남 덕분이었다"며 "나는 민주당에 인맥도, 뿌리도 없었지만 호남은 '손학규를 내세움으로써 정권 교체의 희망을 찾겠다'며 나를 지지했다"고 힘줘 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12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저서 ‘아래에서부터’ 출판기념회를 갖고 손님들과 인사하고 있다. 창원=이성덕기자
문 고문도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방문지로 지난 20일 광주를 선택했다. 문 고문은 "광주 전남 시ㆍ도민들에게 가장 적임자로 평가 받고 싶다. 친노(친 노무현)로 지칭되는 분들은 친노 대 비노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데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 크게 반성해야 한다. 그걸 극복하고 단합하는 데 내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김 지사는 오는 30일쯤 광주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 측은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대선 출마 선언 전후로 민주통합당의 고향인 광주에서 당연히 인사는 드려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주자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6ㆍ9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오른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취임 후 첫 나들이에 나섰던 지난 13일 한걸음에 광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 대표는 광주에서 쓴소리만 들어야 했다. "호남은 2002년 대선 경선 때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는데 정권을 잡은 뒤 탈(脫)호남 전국정당을 외치며 호남을 홀대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강운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강 시장은 "호남에서는 1997년 대선 투표에 비해 2007년 대선 투표율이 22%포인트나 줄어들었다"며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 민주당이 잘 생각하고 이제 민주당이 호남에 '효도의 정치'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지사는 "당원들에게 들어 보니 호남에서 당에 내는 당비만 1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며 "이렇게 의무는 다하는데 당대표 선거에서 투표권은 영남의 20분의 1이다. 이러면 당이 없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분위기는 각종 여론조사로도 나타난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3일 민주통합당 전국 대의원 3,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 대의원들의 선호도는 손학규 고문(28.6%), 김두관 지사(22.7%), 문재인 고문(19.3%) 순이었다. 셋 중 누구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망하는 금배지들

호남지역 국회의원 수는 총 30명이다. 이중 광주가 8명, 전남과 전북이 각각 11명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호남지역 지역구 의원 중 최소한 절반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보다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부터 나서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문재인 고문, 김두관 지사와 가까운 국회의원들을 분류해 보면 상대적으로 손 고문 쪽 사람들이 조금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지만 예비후보들에 대한 대의원들의 지지율처럼 세 사람의 세(勢)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인다.

김동철(광주 광산 갑) 이낙연(담양 함평 영광 장성) 이춘석(익산 갑) 의원 등은 손 고문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또 김영록(해남 완도 진도) 배기운(나주 화순) 김승남(고흥 보성) 의원 등은 김 지사를 지지한다.

문 고문은 두 예비후보에 비해 호남에서 지지세가 약하다. 문 고문이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일 문 고문이 광주에서 기자간담회를 할 때 장병완(광주 남구) 광주시당위원장과 우윤근(광양 구례) 전남도당위원장이 배석했다. 두 의원의 기자회견 배석은 시도당위원장으로서 대선주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다.

한때 '문재인 지지자'로 분류됐던 이용섭(광주 광산 을) 정책위의장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는 제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위의장직을 맡는 동안에는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철저히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후보들 쪽에서는 의원들이 동참해 주기 바라겠지만 의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호남지역 의원 30명 중 절반 이상이 이른바 부동층일 것"이라며 "의원들로서는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