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개의 문>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 비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 시민들의 도움으로 지난 21일 전국 20여개 극장에서 개봉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영화 배급을 맡은 '시네마 달'은 "총 800여명의 시민이 배급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이들의 도움을 받아 21일부터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상상마당을 비롯해 인천·부산·대구·전주·강릉·거제 등 20여개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인 '연분홍치마'가 용산참사 발생 7개월 뒤인 2009년 8월부터 본격 기획했다.

감독을 맡은 김이란 홍지유씨는 철거민들에 대한 1심 재판부터 참관해 사건을 기록하고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영화는 법정기록,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 방송 영상,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구성했다.

이 영화의 개봉으로 심기가 불편한 사람은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다. 김 전 청장은 19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시위 등에 발목 잡혀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김석기
이 영화에 대해 김 전 청장은 "용산참사에서 고귀한 인명이 희생된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국가 공권력의 정당한 공권력 집행을 마치 민간인 학살 행위로 몰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청장은 "시위대는 당시 도로 위에 화염병을 던지고 골프공을 대형 새총으로 쏘아 날렸다. 이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만약 그런 상황에 무고한 시민이 다치는 날에는 여론이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경찰로서는 진압해서 비난을 듣거나 또는 진압을 안 하고 비난을 듣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당한 공권력의 법집행"

김 전 청장은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이들 중에는 경찰도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비극이지만 경찰의 법집행을 마치 공권력의 횡포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청장은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인 지난 19일 주간한국과의 전화통화에서 영화 '두개의 문'에 대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놨다. 다음은 김 전 청장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두개의 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할 예정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용산참사의 비극을 재조명하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러 면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경찰의 법집행을 폭력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그 영화를 혹시 보았는가.

"아니다. 그런 영화를 개봉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다만 주변인들로부터 영화 내용이 공권력의 폭력성을 비추고 있다는 말은 들었다."

- 일부에서는 용산참사를 현 정부의 대표적인 공권력 남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영화의 의미도 그런 점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나로서는 이미 경찰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더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편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경찰의 진압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고발 조치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의 조치가 정당한 법집행이었다고 판결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