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샘물 국내 1위인 '제주 삼다수'(이하 삼다수)의 유통ㆍ판매권을 놓고 벌어진 농심과 제주도개발공사의 법적공방에서 재판부가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농심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 삼다수 판매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권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긴 법적공방을 통해 입을 이미지 훼손 등으로 인해 결국 '승자의 저주'를 안게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크다.

농심 손 들어준 재판부

제주지방법원 행정부는 농심이 제주도를 상대로 낸 '제주도개발공사 설치조례 일부 개정조례(이하 개정조례)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삼다수의 국내 판매사업자 유예기간을 정한 개정조례 '부칙 2조'는 무효라고 지난달 27일 판결했다.

개정조례 '부칙 2조'에는 "이 조례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먹는샘물 국내 판매사업자는 2012년 3월 14일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샘물 국내 판매사업자로 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재판부는 "개정조례는 먹는샘물 민간위탁 사업자를 일반입찰을 거쳐 선정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자동연장 협약의 경우 유효기간 연장에 불과할 뿐"이라며 "기존 농심과의 협약이 자동 연장되는 것은 조례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부칙 2조'는 무효"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농심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삼다수 판매 확대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동제약 헛물만 켜

본 소송은 제주도의회가 지난해 12월 7일 농심이 삼다수 판매권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도록 정해진 규정을 고치기 위해 조례를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제주도의회는 농심이 제주도개발공사와 2007년 3월 삼다수 판매협약을 체결하면서 일정 수준의 구매물량을 이행하면 계약을 자동 연장하도록 하는 것은 '불평등 협약'이라며 조례를 개정했다.

개정된 조례에 따르면 모든 위탁사업은 수의계약을 전면 금지하고 매년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키로 하되 기존 위탁사업자는 올해 3월 14일까지 권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개정조례에 따라 지난해 12월 12일 농심에게 삼다수 유통계약 해지사실을 알렸고 일주일 후 농심은 개정조례가 제주도개발공사와 계약 중인 자사의 권리를 박탈하는 소급입법이라며 조례 공포권자인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개정조례의 부칙 2조에 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에도 농심은 제주도개발공사 측의 결별 통보에 불복, ▲조례 효력정지 가처분 ▲삼다수 공급중단 금지 가처분 ▲입찰절차 진행중지 가처분 등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세 건의 가처분 신청 모두 농심에 유리한 판정결과를 내놓았다.

제주도개발공사 측은 개정조례에 따라 공개입찰을 진행, 광동제약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번에 재판부가 농심의 손을 들어주면서 광동제약의 삼다수 시판은 진행이 전면 중단되게 됐다.

승자의 저주 피할까

재판부가 세 건의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소송에서도 농심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삼다수 판매에 대한 농심의 독점적 지위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또 다른 축인 제주도의회는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제주도의회는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개정조례 무효 확인 1심 선고가 있던 지난달 27일 제주도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수의계약방식을 일반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공익에 부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조례개정의 취지였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부칙 제2조가 무효화됨으로써 제주삼다수 국내판매 영업권에 대한 농심의 독점권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도가 농심과 맺은 '연간 판매목표 달성 시 자동연장 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이라며 "계약의 불공정성을 개선한 조례의 정당성을 거듭 주장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이 계약기간 자동연장의 불공정 여부, 계약위반에 따른 협약 해지 적합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항소를 통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무리한 소급입법 논란

일각에서는 제주도의회의 강한 대응에 대해 '무리한 소급 입법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기업과의 계약에 대해 조례를 개정하면서까지 개입할 필요가 있냐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판결이 1심이었다는 점을 제주도의회의 반응과 결부해본다면 제주도의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와 농심 간의 법적공방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쌍방이 입을 피해도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국내 대표 식음료기업으로 좋은 인상을 심어왔던 농심으로서는 브랜드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손해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농심이 삼다수 판매로 얻는 실질적 수익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사업권을 유지하게 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치르게 되면 '승자의 저주'를 입을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