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고문이 지난 28일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 위치한 양산천주교공원묘원 하늘공원 선영을 부인 김정숙씨와 같이 참배하고 벌초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5월 21일 부산지역 당대표 경선에 앞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다음에는 PK(부산 경남) 정권이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유명한 인물들은 PK 출신이에요. 민주당에서 떠오르는 박영선 의원도, 밖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PK 출신입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다른 주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의 'PK 인물론'이 PK를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 발언은 논외로 치더라도 PK 출신 대선주자들이 득세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확실시되는 주자들 중 PK 출신으로는 문재인 고문, 지사, 민주통합당 의원, 링 밖의 안철수 원장 등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는 박영선 의원도 창녕 출신이다.

한정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PK 출신 인사들의 잇단 대선 출마 선언과 관련해 "일종의 '노무현 학습효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그랬듯 PK 출신 후보가 호남 민심까지 얻는다면 그만큼 대권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전주 출신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13.5%와 12.4%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각각 29.6%와 26.7%를 얻었다. 노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격차는 57만 표에 불과했다. 김해가 고향인 노 후보는 호남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김두관
승리해야 야권 최종전 진출

문재인 고문, 지사, 의원은 민주통합당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추후 있을지도 모를 안철수 원장과의 야권 최종 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다. 본선과 최종 예선에 앞서 문재인 의 'PK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 여러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고문은 공세보다는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상대가 짜증날 정도로 찔러대도 점잖게 대응하고 있다.

문 고문은 28~30일 부산 양산 거제 지역을 아우르는 '고향 방문 및 부산 경청 투어'를 실시했다. 상대의 공세에 일일이 대꾸하기보다는 '노무현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책 행보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 지사는 문 고문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크게 보면 같은 친노(친 노무현)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르다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이다. 문 고문을 친노 프레임으로 묶어두는 동시에 자신은 친노와 비노(비 노무현)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릇'으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조경태
김 지사는 얼마 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친노를 좁히면 패밀리 개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패밀리 개념에 포함되기는 좀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부산의 간판임을 자처하는 조 의원은 문 고문과 김 지사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두 사람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조 의원으로서는 적극적인 공세와 확실한 차별화만이 필승전략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조 의원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 대통령만큼 원칙을 지켜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김 지사는 당선을 위해 민주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6ㆍ2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그랬다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 조 의원은 이어 "문 고문은 노 대통령 생전에는 절대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인기가 좀 올라가니까 정치를 시작한 것도 노 대통령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8일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 고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의원이 밝힌 5가지 불가 이유는 ▲자질 부족 ▲경쟁력 문제 ▲기회주의 ▲패권주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었다.

지원군들은 누구

넓게 보면 같은 PK이지만 문 고문과 조 의원은 부산, 김 지사는 경남이 거점이다. 때문에 부산에서는 문 고문과 조 의원이, 경남에서는 김 지사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PK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경우 문 고문과 조 의원은 지지기반(부산)이 겹쳐져 상대적으로 김 지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문 고문 측에는 최인호 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이재강 이해성 지역위원장 등이 포진해 있다. 문 고문 측 부산 경선캠프는 8월 초쯤 꾸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행봉 부산대 교수, 황호선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의 지원군 중에는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나온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장 위원장은 전주에서 4선을 지낸 중진의원 출신으로 지난 4ㆍ11 총선 때는 경남 함안ㆍ합천ㆍ의령에 출마해 눈길을 끌었다.

장 위원장은 얼마 전에도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김 지사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 박 전 위원장은 귀족적인 이미지인데 비해 김 지사는 서민적이다. 동네 이장 출신이 공주 출신을 이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의 사지(死地) 출마가 김 지사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 중 하나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 사하을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조 의원의 지역 기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분(문재인 고문)은 초선이고 나는 3선이다. 총선 때 내가 그분보다 표를 더 얻었다"는 조 의원의 말이 결코 과하지 않다.

노재철 동래지역위원장이 조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나선 가운데, 조 의원은 비노 인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부산 진갑 지역위원장인 김영춘 전 최고위원, 김비오 영도지역위원장 등은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깝다. 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 등이 같은 비노 진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 간에 공감대가 형성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