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다른 주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의 'PK 인물론'이 PK를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경남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 발언은 논외로 치더라도 PK 출신 대선주자들이 득세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확실시되는 주자들 중 PK 출신으로는 문재인 고문, 지사, 민주통합당 의원, 링 밖의 안철수 원장 등이다. 상황 변화에 따라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는 박영선 의원도 창녕 출신이다.
한정훈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PK 출신 인사들의 잇단 대선 출마 선언과 관련해 "일종의 '노무현 학습효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그랬듯 PK 출신 후보가 호남 민심까지 얻는다면 그만큼 대권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전주 출신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부산과 경남에서 각각 13.5%와 12.4%를 얻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02년 16대 대선 때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각각 29.6%와 26.7%를 얻었다. 노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격차는 57만 표에 불과했다. 김해가 고향인 노 후보는 호남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문재인 고문, 지사, 의원은 민주통합당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추후 있을지도 모를 안철수 원장과의 야권 최종 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다. 본선과 최종 예선에 앞서 문재인 의 'PK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 여러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고문은 공세보다는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상대가 짜증날 정도로 찔러대도 점잖게 대응하고 있다.
문 고문은 28~30일 부산 양산 거제 지역을 아우르는 '고향 방문 및 부산 경청 투어'를 실시했다. 상대의 공세에 일일이 대꾸하기보다는 '노무현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정책 행보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 지사는 문 고문과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크게 보면 같은 친노(친 노무현)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르다는 게 김 지사의 주장이다. 문 고문을 친노 프레임으로 묶어두는 동시에 자신은 친노와 비노(비 노무현)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릇'으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부산의 간판임을 자처하는 조 의원은 문 고문과 김 지사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두 사람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조 의원으로서는 적극적인 공세와 확실한 차별화만이 필승전략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조 의원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 대통령만큼 원칙을 지켜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김 지사는 당선을 위해 민주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6ㆍ2 지방선거에) 출마했다. 그랬다가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 조 의원은 이어 "문 고문은 노 대통령 생전에는 절대 정치를 안 하겠다고 했다가 인기가 좀 올라가니까 정치를 시작한 것도 노 대통령의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28일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 고문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의원이 밝힌 5가지 불가 이유는 ▲자질 부족 ▲경쟁력 문제 ▲기회주의 ▲패권주의 ▲노무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었다.
지원군들은 누구
넓게 보면 같은 PK이지만 문 고문과 조 의원은 부산, 김 지사는 경남이 거점이다. 때문에 부산에서는 문 고문과 조 의원이, 경남에서는 김 지사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PK 삼국지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경우 문 고문과 조 의원은 지지기반(부산)이 겹쳐져 상대적으로 김 지사에게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문 고문 측에는 최인호 전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이재강 이해성 지역위원장 등이 포진해 있다. 문 고문 측 부산 경선캠프는 8월 초쯤 꾸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행봉 부산대 교수, 황호선 부경대 교수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의 지원군 중에는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부산수산대(현 부경대)를 나온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장 위원장은 전주에서 4선을 지낸 중진의원 출신으로 지난 4ㆍ11 총선 때는 경남 함안ㆍ합천ㆍ의령에 출마해 눈길을 끌었다.
장 위원장은 얼마 전에도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김 지사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 박 전 위원장은 귀족적인 이미지인데 비해 김 지사는 서민적이다. 동네 이장 출신이 공주 출신을 이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의 사지(死地) 출마가 김 지사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 중 하나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산 사하을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조 의원의 지역 기반도 무시할 수 없다. "그분(문재인 고문)은 초선이고 나는 3선이다. 총선 때 내가 그분보다 표를 더 얻었다"는 조 의원의 말이 결코 과하지 않다.
노재철 동래지역위원장이 조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나선 가운데, 조 의원은 비노 인사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부산 진갑 지역위원장인 김영춘 전 최고위원, 김비오 영도지역위원장 등은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깝다. 조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 등이 같은 비노 진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 간에 공감대가 형성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