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유력 인사들이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한꺼번에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고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수억 원대를 받은 혐의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다음 통보한 검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류효진기자
미래저축은행 수사가 정치권에 쓰나미를 몰고 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 29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일부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으로부터 자금이 오간 정황을 포착,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솔로몬·미래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단서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저축은행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부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A씨가 핵심인물이라는 것이다. 또 이 인사가 검찰의 초기 수사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 어디까지?

이상득
솔로몬저축은행 측에서 박 의원과 정 의원에게 흘러 들어간 자금의 실체를 캐고 있는 합수단은 자금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퇴출저지와 관련된 로비자금인지, 아니면 단순한 정치자금인지를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해 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박 대표와 정 의원에게 자금을 건넸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돈의 성격이나 대가성 등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와는 무관한 자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박 대표와 정 의원이 금융당국의 검사나 구조조정과 관련해 청탁 대가로 돈 받은 단서를 확보하는 대로 다음 달 중으로 출석을 통보할 방침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박 대표와 정 의원을 지금 수사 중인 건 맞지만 아직 입건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혐의나 수사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지만 풍문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해 여러 가능성을 암시했다.

또 이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둔 시점에 임 회장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최소 수억원을 받은 혐의가 짙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의원은 3일 오전 10시 참고인성 혐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될 예정이다.

박지원
이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김찬경(56ㆍ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금융당국의 영업정지를 회피할 목적으로 임 회장에게 정ㆍ관계 로비용으로 건넨 현금 14억원, 금괴 6개(시가 3억6,000만원 상당), 그림 2점 등 20억6,000만원의 일부를 받은 혐의가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과 관련된 다른 의혹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모두 수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합수단이 이 전 의원의 여러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 전 의원은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합수단 주변에서는 합수단이 이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프라임저축은행 등 부실저축은행으로부터 퇴출 무마 청탁 등을 받은 의혹과 여비서 계좌에서 발견된 정체 불명의 괴자금 7억원 출처와 성격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미래저축 배후에 거물 있다

정두언
합수단은 코오롱그룹이 이 전 의원실에 자문료 명목으로 건넨 1억5,000만원의 자금과 관련해 불법 정치자금인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전 의원은 당초 자원외교 일환으로 불리비아에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검찰 수사소식을 전해 듣고 수사협조 차원에서 모든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 전 의원 수사와 관련해 "사안대로라면이 전 의원은 구속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내부적으로는 구속수사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합수단이 혐의를 어느 정도까지 입증해 낼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미래저축은행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판도라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출신 인사가 미래저축은행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 인사는 고위급 검찰 출신인 A씨다. A씨는 미래저축은행의 김 회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인사는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전에 입수하고 이를 김 회장 측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따로 조사하지는 않고 있다.

<주간한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검찰은 김 회장의 통화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김 회장과 A씨가 집중적으로 통화한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A씨가 김 회장과 매우 절친한 관계이며 평소 자주 접촉한 내용까지 확인했다.

A씨는 김 회장뿐 아니라 정ㆍ재계 인사들과도 매우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찰 일각에서는 A씨가 미래저축은행 사건의 핵심 열쇠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현 정권과 매우 밀접한 것으로 알려진 특정 기업들의 여러 사업에도 깊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건설의 주요 사업과 △△사의 TK지역 사업 수주에 역할을 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또 최근 불거진 모 대형병원의 이른바 '형제의 난'에도 연관돼 있다고 한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A씨가 새누리당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들이 A씨가 미래저축은행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검찰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A씨가 김 회장의 해외도피 시도에도 도움을 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씨가 검찰의 구속영장이 나올 예정이라는 정보를 김 회장에 전달하면서 해외 밀항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김 회장 통화 내역 등을 근거로 하고 있어 사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합수단이 야권 인사들에 대해 정치적 수사를 할 경우 A씨를 정면으로 문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