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동반성장] 농협농수산물 매출비중 51%↑… 하나로, 강제휴무제 피해전통상인 위한 제도에 '흥'… 매장 내 피자집까지 영업… 골목상권 분노 극에 달해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클럽과 하나로마트가 강제휴무제 규제를 받지 않고 영업을 벌이면서 중소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중소상인들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상생은 뒷전,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대기업들 때문이다.

어르고, 달래고, 윽박질러봐도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 앞에 중소상인들은 속수무책이다.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골목골목에서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소상인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대기업은 대체 어딜까. <주간한국>은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나쁜 대기업'들을 차례로 짚어본다.

농협이 '생계형 서비스업' 진출 비중 높은 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재벌가로선 유일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유통서비스 적합업종 추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은 총 41개 계열사 중 7개사가 생계형 서비스 업종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계형 서비스업이란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과 같이 진입 장벽이 낮아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영위하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을 말한다.

강제휴무제 피해 영업

논란의 최전선에 있는 건 하나로클럽과 하나로마트다. 먼저 중앙회 소속 농협유통이 직접 운영하는 하나로클럽은 전국에 56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대형점포 중심이어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흔히 비유되곤 한다.

또 지역조합(단위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모두 2,070개의 점포가 있다. 규제 대상 모든 민간 기업형슈퍼마켓(SSM)을 합친 것보다 많은 점포수다. 이들 마트의 매출은 지난 2010년 기준 6조2,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마트가 대형마트와 SSM 강제휴무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데 있다. 농수산물 매출 비중이 51%가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대형마트 강제휴무 대상에서 빼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입법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정범구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하나로마트 가운데 농축수산물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를 밑도는 곳이 602곳에 달했다. 이는 전체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심지어 농축수산물을 아예 취급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 마트는 아랑곳 않고 강제휴무일에도 버젓이 영업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농협은 영업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인들을 위한 제도에 정작 농협이 흥을 내고 있는 꼴이다.

당연히 중소상인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골목 곳곳에선 대형 마트나 SSM과 다를 바 없는 하나로클럽ㆍ마트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일부 하나로마트가 점포 내에 피자집이나 식당 등을 열어 골목상권을 침해한 일까지 전해지면서 중소상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실제, 춘천철원축협 등 일부 대형 하나로마트는 지난해 5월부터 '익스트림 피자'를 입점시키고 대형피자를 1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또 경북 김천농협은 대형 하나로마트와 대형주유소 2곳을 지어 인근 상권을 장악했다. 최근엔 급식업체 등에 재료를 납품하는 식자재 센터까지 건립 중이다.

이로 인해 주변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임에도 농협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언하고 나섰다. 올해 하나로마트 대형화를 위해 2,25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오는 2020년까지 마트부문의 매출을 44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농협은 또 하나로클럽의 수를 50개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나로마트의 수도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농민의 판로 확대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사이 생기는 반사이익을 극대화 시키려는 심산이 아니냐는 게 중소상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축산사업 대폭 확장 빈축

농협은 전통시장 축산업자들을 죽인다는 원성도 사고 있다. 농협의 지난 2008년부터 쇠고기 브랜드인 '농협 안심한우'를 만들어 개인업자를 통해 보급하고 있다. 농협은 2017년까지 농협안심 축산물 전문점 1,000개점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정육점 안심축산물 전문점의 점포수도 지난해 158개에서 올해 3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축산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그렇잖아도 농협이 한우 판매점을 늘려 점점 장사가 위축되는 판에 더 이상 밀려서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해 지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일부 축산업자들은 농협중앙회 본사에 찾아와 농성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농협이라는 거대공룡의 막대한 자본력과 유통망에 중소상인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정부에서 유통대기업들의 골목 진출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범(대기업)이 떠난 자리를 여우(농협)이 꿰찬 때문이다.

대기업이 아니라 '농민들이 연합한 단체'가 바로 농협이라는 게 농협의 항변이다. 그러나 상인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기업이나 농협이나 상대하기 벅찬 '거인'인 점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농협이 영세 상인들과 상생하려 나서는 자세가 절실한 이유다.



송응철기자 sec@hk.co.kr